퇴직연금의 진화, 수익률 너머의 질문[퇴직연금 인사이트]

2025. 8.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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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분기 한국 퇴직연금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적립금 446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하게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25년 1분기에 비해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보다는 개인 주도형 제도인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적립금 증가가 뚜렷했다. 각각 5조원씩 증가했다. 

DB 형태의 퇴직연금이 DC형으로 변화하고 IRP와 같은 형태의 퇴직연금이 증가하는 것은 이미 여러 퇴직연금 선진국에서 증명해 왔던 일이기 때문에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천천히, 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일이다. 2025년 2분기에는 데이터에서 이 현상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이는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강제 저축’이 아닌 능동적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변화는 비보장형 상품의 비중과 수익률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DC형과 IRP 모두 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보장형보다 평균으로도 우세했지만 일부 개별 퇴직연금사업자의 결과에서는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C 비보장형에선 신한라이프가 11.79%, 현대차증권이 10.49%를 기록했고 IRP 비보장형에선 DB손해보험이 10.53%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퇴직연금사업자가 금감원에 보고한 수익률이 퇴직연금사업자의 상품운용에 대한 능력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들의 퇴직연금 고객의 선택의 상황과 결과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반면 보장형 상품은 대부분 3~5%대에 그쳐 시장금리 하락과 운용 한계의 벽을 실감케 했다.

이처럼 성과의 차이는 당연히 상품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보장형은 채권 중심의 안정적 운용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퇴직연금사업자들은 보장형의 확정이자율을 마케팅, 세일즈의 도구로 삼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일부 사업자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확정이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2010년 이후 금융시장 점유율에서 글로벌하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승자독식의 구조다. 그리고 이는 특히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더 확연히 보여왔다. 한번 독식을 시작하면 바꾸기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DC형 비보장형에서 9426억원, IRP 비보장형에서 8466억원의 적립금 증가를 기록하며 퇴직연금 투자상품 중심의 대표 사업자로 부상했다. 삼성생명은 여전히 보장·비보장 통틀어 압도적인 적립금 1위를 유지하지만 IRP·DC 분야에서는 미래에셋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제 명확하다. 과거 DB 중심의 안전 추구형 구조에서 이제는 개인 선택 기반의 책임형 제도로, 그리고 투자성과 중심의 비보장형 확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곧 퇴직연금이 더 이상 ‘묻어두는 저축’이 아니라 ‘설계하고 운용해야 할 자산’이 되었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높은 수익률을 쫓는 과정에서 지나친 테마형 상품에 집중하거나 글로벌 분산 부족 등의 위험이 있다. 이미 이 문제점은 한국퇴직연금데이터의 포트폴리오 분석 데이터에서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퇴직연금을 실적배당형으로 운용하고 있는 많은 퇴직연금가입자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수없이 많은 테마형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쌓여 있고 수없이 많은 중복상품들이 들어 있다.
 
한국퇴직연금데이터가 제시하는 장기자본시장가정(CMA)을 이들의 포트폴리오에 적용하면 변동성은 10% 이상에 이른다. 이는 특히 은퇴 시점 근접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수익률이라는 달콤함과 퇴직연금사업자들의 경쟁적인 마케팅에 퇴직연금가입자들은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국민 노후의 주춧돌이자 자본시장의 신흥 투자 세력이며 금융산업 간 경쟁의 전장이다. 고수익 경쟁에 앞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수익률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

퇴직연금의 진짜 성과는 일시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설계’에 있다. 이제 퇴직연금은 금융사만이 아닌 가입자 개개인이 제대로 이해하고 참여해야 하는 자산이 됐다. 숫자가 아닌 구조를, 순간이 아닌 장기를 보는 눈이 필요한 시대다.


 
이 글은 한국퇴직연금데이터의 2025년 2분기 퇴직연금사업자 분석 리포트에 기반했다.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매주 핵심 정보 메시지와 함께 매달 업데이트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및 디폴트옵션 수익률 데이터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영주 닐슨 한국퇴직연금데이터 대표 겸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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