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이미 정해졌다"…18년 만에 미국 땅 밟는 푸틴

김희정 기자 2025. 8. 1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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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휴전을 논의한다.

우크라이나의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대표부 신임 대표 알료나 게트만추크는 푸틴이 알래스카 회담을 통해 러시아를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미국의 신규 제재를 피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식 의지를 활용해 "군사적 수단으로 완수하지 못한 과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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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정상회담 위해 알래스카행
1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포크로우스크의 한 전초 기지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표적이 세워져 있다./AP=뉴시스

"푸틴이 죄수가 아닌 신분으로 미국에 간다는 사실, 그가 좌절의 대상에서 환영받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 또 회담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인 없이 진행된다는 사실 등 모든 게 (푸틴에게) 외교적 승리다."(런던 킹스칼리지의 러시아 정치학 교수 샘 그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휴전을 논의한다. 푸틴이 미국에 공식 초청된 것은 2007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 18년 만이다. 회담 보따리를 풀기도 전 푸틴의 외교적 승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의 회담 장소인 알래스카는 러시아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곳 그 이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9세기 러시아가 알렉산드르 2세 황제 치하에서 미국에 알래스카를 매각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5분의 1을 군사적으로 점령한 것과 달리 '평화적인' 거래였으나, 국경이 고정불변한 게 아니고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준다고 짚었다.

미국 알래스카주 솔도트나 인근 투스투메나호/AP=뉴시스

실제 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양보할 기세가 없다. 휴전 자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푸틴은 지금 당장 전쟁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 그에게 더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24시간 내 전쟁을 종식하겠다며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매우 친절하다" 했지만, 러시아가 전쟁을 고수하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무기 이전을 허용하고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총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다 지난 6일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하룻밤 사이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제재 시한을 불과 이틀 앞두고 미국은 푸틴 대통령을 미국으로 공식 초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러시아 카렐리아 공화국에 있는 발람 수도원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의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대표부 신임 대표 알료나 게트만추크는 푸틴이 알래스카 회담을 통해 러시아를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고, 미국의 신규 제재를 피하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종식 의지를 활용해 "군사적 수단으로 완수하지 못한 과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의 논의에 대한 전체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과 러시아 모두 우크라이나 영토 교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영토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자격 포기, 비핵화와 '비무장화', '비나치화'는 물론 러시아가 일부만 점령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군대를 "완전히 철수" 할 것을 요구해왔다. 크림반도에 대한 점유를 인정할 경우 헤르손과 자포리자에 한해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해군의 날을 맞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크론시타트의 성 니콜라스 해군 대성당을 방문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는 매년 7월 마지막 일요일을 '해군의 날'로 기념한다./AP=뉴시스

이 대목이 함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이미 알고 있다. 회담이 실패하면 결국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휴전 협상 실패의 원인을 우크라이나에 돌릴 가능성이 높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4분의 3가량이 러시아의 요구대로 4개 지역 전체를 넘기고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전쟁 종식 계획에 반대했다. 국민 54%는 전선을 동결하고,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는 방안을 지지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정치 분석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현재 전선에서 갈등을 동결하는 것 외에 실질적 대안이 없다. 영구적인 평화보다는 한국전쟁 이후의 대치 상황이 (우크라이나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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