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위안부 할머니까지 AI 환생 추모인가

하나.
영화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2024년 개봉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7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끌었던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2020년 사망한 배우 ‘이언 홈’의 출연이다. 흔히 접하던 사망 전 촬영 분량이 아니다. 처음부터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AI 환생이다. ‘AI 홈’은 여러 장면에서 적대적 조연으로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서 연기한 배우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부인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를 본 팬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복제가 필요하고 적절했는가 묻고 있다.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망자(亡者)의 뜻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본인 동의 없이 AI로 재현해 내는 일이 계속 잇따를 수 있다’(비즈니스 인사이더). 배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감독은 “AI 기술 비용이 배우 출연료보다 비싸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AI비용이 저렴해질 시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둘.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유튜브 하나를 틀어놨다. ‘뚯뚜 뚜~’. 밤 11시를 알리는 라디오 시보다. 연주곡 Adieu, jolie candy(안녕, 귀여운 내 사랑)가 퍼진다. 그리고 들리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안녕하세요. 이종환입니다.” 아련한 익숙함에 귀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44년 흘렀어도 설렘은 그대로다. 자극하는 동기가 없었을 뿐이다. 1981년 9월3일 방송이라고 돼 있다. 그러면 나는 고등학생이다.
그 설렘이 먹먹함으로 바뀐다. 2025년을 말하는 이종환이다. “지금 이것은 어느 애청자께서 AI 기술로 살려 낸 제 목소리입니다. 저를 기억해주시고, 그 시절의 감성을 그리워해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진행도 똑같다. “다음 노래는 저처럼 고인이 된 올리비아 뉴턴존의 노래입니다. 블루 아이스 크라잉 인 더 레인.” 방송이 1시간을 채웠다. “이 밤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지요.” 어떤 이의 댓글이다. “이종환님, 저는 2025년에 있습니다.”
AI가 ‘범죄자가 될 얼굴’도 특정해 내는 세상이다. 20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대학 연구팀 논문이 있다. ‘화상 처리에 의해 범죄성을 예측하는 딥 뉴럴 네트워크 모델.’ 얼굴에서 범죄 성향을 간파하는 AI 알고리즘이다. 정답률이 80% 이상이라고 했다. 이를 발전시킨 AI 감시·예측 시스템도 있다. 장소, 시간, 계절 등을 종합해 AI가 판단한다. 히트리스트(위험인물 리스트) 작성이다. 미국 시카고 경찰이 이를 현실에서 썼다.
무죄 추정은 법치 국가의 기본이다. ‘AI가 분석한 범죄 얼굴’이 그래서 위험하다. 죄 없이 얼굴 때문에 유죄 추정을 받을 수 있다. 생김새에 따른 인종 차별 우려도 있다. 시카고 경찰이 이 우려를 간과했다. 시민 로버트 맥다니엘이 피해자다. 총격 발생 예상지도가 그의 집을 지목했다. 경찰이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웃이 알게 됐다. 마을에서 범죄자로 몰렸다. 결국 그는 지역 마피아에게 총격을 당했다. AI 맹신이 부른 황당한 비극이다.
셋.
위안부 출신 화가 김순덕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2025년 8월9일 광주 ‘나눔의 집’이다. 기림의 날 기념식 및 기림 문화제 현장이다. “어떤 꿈을 가장 먼저 이뤄 드리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까.” “내가 죽기 전에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지, 뭐.” 김동연 도지사와 나눈 대화다. 김 할머니는 2004년 세상을 떴다. 대화를 나눈 건 ‘AI 김순덕 할머니’다. 참석자들은 숙연했다. 언론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영화 예술 분야, 방송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개인 방송에서는 이미 현실의 기술이다. 놀랄 일도, 거부할 일도 아니다. 그 기술이 광복절 기념 행사에 등장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광복의 의미를 되살린 기획일까. 엄숙함을 반감시킨 실험일까. 평가하자는 건 아니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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