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석유화학
급한 불은 껐지만 업계는 위기

DL그룹이 11일 전남 여수국가산단의 여천NCC(나프타 분해 시설)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여천NCC는 DL그룹(대림산업)과 한화그룹이 50대50으로 합작해 만든 국내 3위의 석유화학 회사로, 2017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20년 이상 석유화학 업계의 최우량 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중국발 저가 석유화학 제품이 급증하면서 최근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급기야 대주주인 두 그룹이 자금 수혈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으며 ‘8월 부도설’까지 불거진 상황이었다. 지난달 말 한화에 이어, 이날 DL케미칼이 긴급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부도 위기는 면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국가산단에서 벌어진 여천NCC 사태를 보며 재계에선 “곪은 상처가 결국 터졌다”며 “결국 우리에게도 닥칠 일”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화·DL뿐만 아니라 LG·SK·롯데·HD현대·효성 등 국내 대표 대기업들이 석유화학 계열사를 두고 있고, 모두 중국발 저가 공세에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 사이에선 석유화학 계열사에 대한 자금 수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우려도 나온다. 석유화학 산업은 수조원이 드는 초대형 설비와 대규모 원료가 필요해 자금 수혈 규모가 큰데, 중국과의 경쟁을 피해 기초 제품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구조를 바꾸는 데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살리려고 자금을 투입하다 자칫 다른 계열사로 부실이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선 각 그룹들은 진퇴양난의 처지다. 지난해 롯데그룹 ‘위기설’도 롯데케미칼의 조 단위 적자 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개별 기업이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석유화학 불황은 차이나 쇼크로 인한 한국 경제의 첫 치명상”이라며 “재계 전반으로 위기가 번지지 않도록 정부 주도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美국방부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 6~12개월 내 완료”
- [산업X파일] 공사비 깎고 ‘마이너스 금리’까지…재건축 수주전, 금융 경쟁 격화
- [산업X파일] 연휴에 중국·일본인 20만명 몰려온다는데… ‘K스러움’으로 돈벌겠다는 전략 먹힐
- 평범한 70대 국민연금 얼마나 받나, 아파트 경비 통장 열어 보니
- 무릎 건강에 집중해 17만족 팔린 5만원대 트레킹화, 일상화로도 손색 없어
- 노화를 늦추는 가장 간편한 아침 식사, 출시 3주만에 3만세트 판매 돌파
- “한국이 미국 빨아 먹는 흡혈귀라고?”… 韓 비난 美 의원 대신 사과한 매카시
- [단독] 李 한마디에… 김병로·이시영 선생 묘역 지킨 집들 철거될 판
- 설치 필요 없는 식기세척기, 30만원대 초특가 공동구매
- “15년 숙성 위스키는 15초 머금어라”… 34억 보험을 든 ‘신의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