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나를 바꾼 ‘할 수 있다’…이젠 어떤 시련도 이겨낼 자신 있죠
작년 시드 잃고 마음가짐 바꿔
세달간 매일 12시간 넘게 연습
찍어 치는 스윙 바꾸는 데 성공
거리 늘고 아이언 정확도 높아져
자기 암시·긍정 확언 반복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까지 지워
“언니에 이어 우승하게 돼 행복
부모님께 계속해서 효도하고파”

고지원은 1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사소해 보이는 생각의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작년과 올해 달라진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라며 “최근 두 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도 지난해 11월부터 했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값진 결실을 맺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겨울은 고지원에게 프로 데뷔 이후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상금랭킹 60위 밖으로 밀리며 정규투어 출전권을 잃은 뒤 출전했던 시드순위전 본선에서도 40위 안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강인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고지원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 골프로 인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고지원은 “작년 겨울에 골프를 시작한 뒤 처음 울어본 것 같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마음적인 여유까지 사라져 친구들과의 만남을 피하기까지 했다. 그러던 어느날 과거의 나는 어땠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 있게 골프를 쳤던 게 떠올라 마음가짐을 새롭게 먹고 다시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부활을 위해 가장 먼저 돌입한 작업은 스윙교정이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를 늘리고 아이언 샷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동작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 고지원은 지난해 시드순위전 본선이 끝난 뒤 곧바로 새로운 스윙 연마에 돌입했다.
고지원은 “일반적으로 한 시즌이 끝나면 1~2개월 정도 쉬는데 나는 일주일 뒤부터 연습장에 갔다. 그마저도 라섹 수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휴식을 취했던 것인데 그만큼 골프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10년 넘게 하던 스윙을 한 번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2의 고지원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공이 심하게 찍혀 맞는 스윙을 교정하자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는 10야드 가까이 늘어났다. 그린 적중률 역시 지난해 68.19%에서 올해 75.86%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지원의 드라이버 샷 평균 탄도가 20m에서 25m까지 높아지면 다양한 상황에 맞춰 칠 수 있게 됐다.
그는 “해보기도 전에 미스샷이 나올 것 같다는 불안감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지난 겨울 골프에만 몰두했다. 세 달 정도는 매일 12시간 넘게 연습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했던 것 같다. 준비를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한 덕분에 나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올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지원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용품사와 후원사,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올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들이 꼽은 공통적인 한 가지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고지원의 클럽 제작을 담당하는 김창균 타이틀리스트 매니저는 “올해 처음 고지원을 만난 뒤 작년과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져 있어 깜짝 놀랐다. 과거에는 최악을 가장 먼저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선수로 변신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격과 생각을 단 기간에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지원 역시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와 긍정 확언을 반복해서 훈련했다.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자기 암시는 스스로에게 특정 생각을 반복해서 주입해 행동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자기 계발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긍정 확언은 긍정적인 말과 문장을 반복해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고지원은 “불안함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머릿 속에서 지우기 위해 혼자서 최면을 거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골프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여기에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골프하는 것이 아닌 내 골프에 집중한 것도 이번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우승 경쟁을 하는 순간 느낀 부담감은 없었을까. 고지원은 “신기하게도 긴장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 아침 TV 중계를 보고 관중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서는 고도의 집중 상태인 존(ZONE)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경기에 집중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2주간 골프가 잘 됐다고 해서 앞으로도 좋은 성적이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겪었던 시련이 앞으로 프로 골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두렵지 않고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언니 고지우에 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투어 우승 자매가 된 고지원은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을 줬다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언니가 부모님께 우승 선물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부러웠는데 내게도 기회가 생겼다. 언니와는 어렸을 때부터 골프 최강 자매가 되자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언니는 워낙 잘 치고 있는 만큼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다시 한 번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고지원을 지도하고 있는 삼천리 골프단 지유진 감독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 감독은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해 지난 겨울부터 했던 고지원의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앞서 몇 차례 시련을 극복한 경험까지 있는 만큼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을 고지원이기 때문에 얼마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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