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코리안 개츠비

김일송 책공장 이안재 대표 2025. 8. 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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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프레스콜 간담회에 배우, 창작진과 함께 참석한 이 작품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 신춘수(맨 왼쪽) 오디컴퍼니 대표. 신 대표 오른쪽으로 주인공 '개츠비' 매트 도일, '데이지' 센젤 아마디, 극본을 쓴 케이트 케리건,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뉴시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1987)에 이런 대목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한때 하루키 신봉자였지만 ‘위대한 개츠비’는 읽지 않았다. 영화도 보지 않았다. 하루키의 황홀한 찬사도, 디캐프리오의 화려한 연기도, 그 책을 읽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제대로 본 것은 지난 8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을 통해서다. 이 뮤지컬은 여러 면에서 놀랍다. 우선 세계 뮤지컬의 본산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작가, 작곡가, 연출가가 참여했다. 개츠비 역의 매트 도일은 2022년 토니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이고, 데이지 역의 센젤 아마디는 뮤지컬 ‘알라딘’ 북미 투어에서 주인공 자스민 공주로 출연한 배우다. 두 배우는 오직 한국 공연‘만’을 위해 캐스팅됐다. 둘 외에도 모든 출연자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왕성히 활동 중인 배우들이다.

지난해 4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극장의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개막 공연. 커튼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관객과 창작진,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뉴욕=이태훈 기자

더 놀라운 건 이들을 불러 모아 한 팀으로 꾸리고 서울까지 데려온 제작자가 국내 공연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라는 사실이다. 그는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일 테노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뮤지컬을 만들어왔다.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단독 리드 프로듀서가 돼 ‘위대한 개츠비’를 제작했다.

얼마 전 한국 창작자의 ‘어쩌다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이 되며 주목받았다. 한국 제작자가 해외 창작진과 만든 공연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당당히 흥행 궤도에 오른 성과 역시 비슷한 무게로 주목받아야 하지 않을까.

신춘수 대표의 이름 앞에는 오랫동안 ‘돈키호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제 그 수사를 바꿀 때도 된 것 같다. ‘코리안 개츠비’는 어떨까. 첫 공연 뒤 커튼콜 무대에서 인사하는 그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한 이가 여럿일 듯하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솔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서울 론칭 쇼케이스에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키도, 디캐프리오도 아닌 신 대표 때문에 원작이 궁금해졌다. 올해가 출간 100주년이라니, 올가을엔 ‘코리안 개츠비’ 덕에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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