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 후회합니다".. 중소기업의 눈물
신기술을 독자 개발하고도 정작 쓰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있습니다.
일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공동연구를 수행한 모 대기업이 결국 일은 안 주고 연구 실적만 자신들 것으로 공시하면서 분쟁이 생겼기 때문이라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김영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항만 건설에 필요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드는 장비입니다.
스웨덴의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 왔는데, 2017년 청주의 한 중소기업이 개발에 성공해 특허와 함께 '신기술 인증'도 받았습니다.
기존 외국 장비보다 안전한데다,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활용된 적이 없습니다.
2022년 한 대기업이 비슷한 기술을 연구 개발 실적으로 공시하면서 기술에 대한 권리를 놓고 시비가 붙은 겁니다.
◀ INT ▶ 박영석/특허 중소기업 대표
"자기들 사업 보고서에다가 우리 기술을 갖다가 전자 공시를 하는 바람에 이거 OO건설 기술인데, 이렇게 오인을 해 가지고 (다른 건설사들이) 저희한테 일을 안 주는 거예요."
악연은 이 대기업과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기업이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이 검증되면 현장 적용, 한 마디로 일을 주겠다고 제안해 손을 잡은 겁니다.
그렇게 4년 동안 진행된 공동연구는 끝났지만, 최종 목표였던 현장 적용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공동연구 협약은 개별 입찰 수주와 무관하고, 협약을 체결한 연구원이 공사를 약속할 자격이나 지위에 있지 않다며 거절한 겁니다.
중소기업은 현장 적용 약속을 믿고 공동연구 과정에서 주요 기술 정보를 넘겼으니, 결국 기술만 빼앗긴 셈이라고 주장합니다.
분쟁이 길어지면서 경영 상태는 더 악화됐고, 막대한 연구 비용도 부채로 남아 공장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 INT ▶ 박영석/특허권 중소기업 대표
"후회를 많이 해요. 이렇게 당하는데, 이익이 나는 건 고사하고 손실을 거꾸로 본다고 그러면 앞으로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기술 개발 투자 절대 안 합니다."
이에 대해 해당 대기업은 당시 박씨 회사의 기술은 장비 1대만 운영하는 것이어서 대규모 현장에 투입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전자 공시는 공동연구의 당사자 입장에서 수행한 연구 과제를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5년 동안 동일한 내용으로 특허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조사가 진행됐지만,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다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2023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 침해 건수는 연간 3백 건.
기술 탈취 피해를 경험한 업체의 절반 가까운 43.8%는 입증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MBC뉴스 김영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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