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보험, 보상 균형 잃었다

김창원 기자 2025. 8.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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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대형 산불피해 입어도
주소지에 따라 보상금 제각각
부족한 홍보로 실효성 물음표
중앙정부 차원 제도 정비 시급
안동시 산불피해 이재민 선진이동주택.
"같은 산불 피해를 입었는데, 다른 지역 주민의 보상금과는 차이가 나요."

지난 3월 경북 북동부를 덮친 대형산불 피해 주민 A씨는 보험금 지급 통보를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 주소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보상금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북지역 일선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안전보험'이 지역별 차이가 나고 있어 홍보부족으로 시민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모든 주민을 자동으로 가입시키는 단체보험이다. 주민이 별도의 절차나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가입되며 재난·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해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 화재, 폭발, 붕괴, 자연재해, 사회재난 등 보장 범위는 지자체별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다. 2018년 일부 지자체에서 처음 도입된 뒤 빠르게 확산돼, 2023년에는 전국 226개 지자체가 가입했고 올해는 전 지자체로 확대됐다.

문제는 보장 수준이 지자체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피해 주민들이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됐지만 지자체별 보장액은 제각각이었다.

안동시는 화재·자연재해 사망, 폭발·화재·붕괴, 대중교통사고, 익사 등에 최대 2000만 원을 보장하지만 인근 영양군은 자연재해 사망과 폭발·화재·붕괴 사망사고에 5000만 원까지 지급한다.

영덕군은 폭발·화재·붕괴, 자연재해 사망에 2000만 원으로 같은 재난 피해자라도 거주지에 따라 보상액 격차가 최대 3000만 원 이상 벌어진다.

이러한 차이는 현행 구조상 지자체 재정 여건과 인구 규모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고 재정에 여유가 있는 지역은 보험 항목을 넓게 설계할 수 있지만 인구가 많거나 예산이 빠듯한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보장 범위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같은 광역 재난 피해 지역에서도 일부 주민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평등이 발생한다.

일상사고 보장에서도 편차는 크다. 예를 들어 개물림 사고로 응급실 진료를 받을 경우 대구시·안동시는 50만 원, 구미시는 20만 원을 지급하지만 어떤 지자체는 아예 보장 항목에 포함조차 돼 있지 않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보장 항목이 5개 미만인 곳이 59곳, 20개 이상인 곳은 12곳뿐이다.

홍보 부족은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시민안전보험은 자동 가입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 청구를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는 주민이 많아 청구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지자체는 수년간 보험료를 납부했지만 보험금 지급 건수가 '0'인 경우도 있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수원시는 3143건(17억 원), 충남 천안시는 2410건(13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됐지만, 울릉군·대전 동구·충북 증평군은 지급 실적이 전혀 없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최소한의 보장 기준을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재정 지원을 병행해야 하며 지역별 재정 여건과 재난 위험이 달라도 국민 누구나 동일한 수준의 기본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표준 보장 항목과 최소 금액을 국가가 정하고 부족한 재정은 중앙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