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은 뺐다”지만... 광복절 특사 ‘범여권에 면죄부’ 논란 불가피
사면·복권 정치인 및 공무원 70%가 범여권
이 대통령 "야당 인사는 들러리" 지적과 괴리
학계서도 "차제에 사면제도 손봐야" 목소리

정부가 11일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8·15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 대상을 발표했지만 "대통령의 우리 편 챙기기"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의원 등 형기를 얼마 채우지 않았거나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포함된 탓이다. 이날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사면·복권 정치인과 공직자 70%가 범여권 인사
이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정치인과 주요 공직자 27명의 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이 중 19명(약 70%)이 범여권 인사로 분류된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 중인 조 전 대표와, 앞서 복역한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위안부 할머니 기부금 관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윤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최강욱 전 의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사면 또는 복권됐다.
특히 조 전 대표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 정도만 채운 상황이라 "사면은 시기상조"란 지적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사면을 강행했다. 어차피 논란이 불가피하다면 일찍 털고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면 시기를 성탄절로 미룬다 해도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결부돼 더 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 야당 대표 시절 사면 비판
사면·복권 명단에 국민의힘 측 홍문종, 정찬민, 심학봉 전 의원 등이 포함됐지만, 사실상 범여권 인사 사면을 위한 '들러리'라는 지적이 없잖다. 이 대통령이 과거 사면에 비판적 입장을 취한 이유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민주당 대표 시절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함께 사면한 것을 두고 "중대 범죄자들을 풀어주기 위해 야당 인사를 들러리,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한 정기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6.8%포인트 하락한 56.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 전 대표의 사면 여부가 주목을 받으면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제기된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이번 사면에 비판적인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받아든 셈이다.
대통령실 "이화영 등 측근은 빠져" 주장
대통령실 측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사면되지 않은 것을 봐 달라"며 통합 진정성을 강조했다.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 정치인 중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사면·복권 요구가 많았는데, 이 대통령이 우리 편 챙기기를 하려고 했다면 이들부터 풀어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학계 "사면 제도 손봐야" 목소리
사면·복권은 역대 정부마다 논란이 된 만큼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번처럼 특별 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반 사면과 달리 대통령이 특정인을 대상으로 행사할 수 있어 과도한 권한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면·복권 결정 전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위원들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가 대통령 뜻을 거스르기 쉽지 않다"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은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통제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고 했다.
특별사면은 사법 체계를 흔들고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절제된 행사가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대통령의 사면권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행사될 필요가 있다"며 "사면 대상자에 대한 요건을 강화해 권한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면권은 기본적으로 통합을 위해서 예외적으로 행사됐는데 점점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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