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김해의 시간은 북극에서 시작된다- 이종훈(김해본부장)

이종훈 2025. 8. 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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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김해는 철을 바다에 실어 동아시아를 연결했다.

그리고 지금, 북극에서 시작된 해양 변화가 김해를 다시 세계 해상 물류 지형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부산항 신항이 환적 항만으로서 중심 역할을 확대하게 되면, 배후 도시인 김해는 복합물류 거점으로 도약할 전략적 기회를 맞게 된다.

북극에서 열린 항로가 김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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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김해는 철을 바다에 실어 동아시아를 연결했다. 이제 또 하나의 바닷길이 김해 앞에 열리고 있다. 이번엔 북극에서 시작된 길이다.

서기 42년, 금관가야의 전신 가락국은 낙동강 하구에 터를 잡고 철을 생산하며 해양 교역의 거점으로 떠올랐다.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후가 붉은 돛단배를 타고 김해에 도착했다는 전설은 단순한 신화를 넘어선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기록된 이 이야기는 김해가 고대 동남아·남중국해·한반도 남해안을 잇는 계절풍 항로 위에 실존했던 해상 교역지였음을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이 고대 항로의 흐름은 오늘날 부산항 신항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글로벌 물류 노선과 닮아 있다. 그리고 지금, 북극에서 시작된 해양 변화가 김해를 다시 세계 해상 물류 지형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바로 북극항로의 상업 운항 가능성 때문이다.

북극해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북극항로는 기존 해운 노선의 판도를 바꿀 준비를 마쳤다. 이 항로가 본격화되면 한국(부산)과 유럽(네덜란드 로테르담) 간 해상 거리는 약 2만1000㎞에서 1만2700㎞로 줄고, 운송 시간도 10일 이상 단축된다. 이는 곧 운송 비용 절감과 해상 리스크 감소라는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진다. 부산항 신항이 환적 항만으로서 중심 역할을 확대하게 되면, 배후 도시인 김해는 복합물류 거점으로 도약할 전략적 기회를 맞게 된다.

김해는 입지 조건에서 확실한 강점을 지닌다. 김해국제공항과 부산항 신항, 진해신항을 잇는 교통축에 위치해 육·해·공을 연계한 복합물류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첨단 기술과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다. 이 조건은 ‘스마트 물류 플랫폼’이라는 국가 전략과 직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김해에 국가 스마트물류플랫폼 구축을 공약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개발이 아니라 북극항로 개방과 동북아 물류 질서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김해가 동북아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 지역으로 도약하려면, 이 사업을 국정과제로 격상하고 중앙정부, 지자체, 항만공사, 극지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실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 ‘대한민국 마지막 기회가 온다’에서 북극항로 선점과 거점 항구 확보가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물류 참여를 넘어 생산과 환적 기능을 갖춘 항로 지배력이 필요하며, 부울경은 이를 통해 경제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물류 흐름에 편승할 게 아니라 항로를 지배해야 한다’는 지적은, 김해가 배후지를 넘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김해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항공·해운·내륙을 연결하는 스마트 복합물류체계를 적극 준비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북극에서 열린 항로가 김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과거가 증명하고, 현재가 가능성을 열었다면, 미래는 준비에 달려 있다.

허황후가 도착했던 낙동강 하구는 이제 북극에서 시작된 글로벌 물류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기회는 준비된 도시에 온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김해는 다시 기회를 놓치고 변방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선도한다면, 김해는 동북아 물류의 중심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전략 거점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북극항로는 열리고 있다. 김해는 이제,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이종훈(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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