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Pick] ‘맨발걷기 길’ 우후죽순 우려

마주영 2025. 8. 11. 19: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지원에 폭발적 증가세… 유행 지나면 노후·방치될라

도내 31개 시군중 27곳 조례 제정
민간 중심 조성 등 사유지 침범도
“지방정부, 문화 활성화·관리 의무
기존길 활용 등 완급 조절 바람직”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맨발걷기 문화를 조성하고 있지만 사유지 침범 등 부작용을 줄일 방안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화성시 한 선산에 무단으로 조성돼 피해가 발생했던 맨발걷기 길. /독자 제공


‘맨발걷기 열풍’으로 경기도 곳곳에 맨발걷기 길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난립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나치게 빠르게 맨발걷기 길이 확충되고 있는 이면에는 지자체가 조례로 길 조성을 돕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데 지속적인 관리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11일 맨발걷기 애호가를 주축으로 구성된 맨발걷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개에 불과했던 맨발걷기 길은 현재 216개로 660%나 폭증했다.

특히 최근 경기도가 맨발걷기 길 1천 개를 도내에 조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향후 맨발걷기 길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기존 조성된 맨발걷기 길에 더해 하반기까지 길 500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지자체 지원이 있다.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시스템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중 27개 시군이 맨발걷기 활성화 지원 조례를 두고 있다. 조례 대부분이 맨발걷기 활성화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지자체가 전면에 나서 맨발걷기 길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행정,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 되다보니 맨발걷기 애호가 등 민간을 중심으로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좋은 장소에 맨발걷기 길을 조성하며 사유지를 침범(8월6일자 7면 보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관리 방안이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자체 조례 대부분에 맨발걷기 길 관리 및 운영계획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경기 남부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맨발걷기 길을 특정해 운영 계획을 세우고 있진 않고, 전반적인 공원 관리 계획을 통해 길을 관리하고 있다”며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공원을 찾아 길을 점검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방안이 부실하자 맨발걷기 열풍이 잦아들어 이용객이 줄어들 경우 자칫 골칫덩이로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양에서 2년째 취미로 맨발걷기를 하는 김모(60)씨는 “맨발걷기 인파로 가득했던 2년 전에 비해 지금은 이용객이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에는 걷는 사람이 드물 정도”라며 “시민 건강을 위한다는 맨발걷기 길의 취지는 좋지만, 유행이 지나 노후되고 방치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동창 맨발걷기운동본부 회장은 “맨발걷기 조례를 제정했다는 것은 지자체가 맨발걷기 문화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라며 “맨발걷기 길을 인위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길을 활용하는 등 완급을 조절할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