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받던 피의자 극단 선택… 국수본, 전북경찰청 '강압수사' 감찰 착수
금품 제공한 혐의로 입건 된 40대
지인에 수사 압박감 호소, 경찰 '부인'
국수본 "명명백백히 실체 밝힐 것"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강압 수사 논란에 휩싸인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당초 전북경찰청에서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자 국수본이 직접 조사에 나섰다.
11일 국수본에 따르면 국수본 수사인권담당관실은 지난 8일부터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 1팀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수사관들을 비롯해 사건 관계인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상 시·도 경찰청 수사심의계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사과장(총경)과 수사부장(경무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수사 책임자가 감찰 지휘까지 맡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강압 수사 의혹이 제기된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대한 감찰을 같은 부서 소속인 수사심의계에서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감찰' 등의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국수본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감찰 대상자 선정, 의무 위반 여부 등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뇌물공여 혐의 40대, 경찰 조사받고 나흘 뒤 숨져

이번 강압 수사 논란은 익산시 간판 정비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익산 모 콘크리트 업체 대표 A(40대)씨가 숨지면서 불거졌다. A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일 압수수색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나흘 뒤인 7일 오후 6시쯤 완주군 봉동읍 한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익산시 회계과장 B(50대)씨에게 금품 등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숨지기 전 지인과의 통화에서 "경찰이 '부모님을 회사 임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줬던데 이걸로 탈세한 것 아니냐',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했다"며 압박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찰이 A씨로부터 원하는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건과 무관한 질문을 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앞서 경찰은 익산시가 2020년부터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으로 진행해 온 간판 정비 사업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익산시청 회계과, 도로관리과 등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B씨 차 안에선 9,000만 원어치의 돈뭉치와 지역사랑상품권이 발견됐다. 경찰은 B씨를 긴급체포했고, 이튿날 뇌물수수·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이유로 B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인권 침해 논란도… 익산시 회계과장, 구속적부심 청구했지만 '기각'
하지만 이번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논란도 불거졌다. B씨는 "압수수색 당시 사무실에서 3시간 가까이 수갑을 찬 채 진술 조서를 작성했다"며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법원에 구속적부심(피의자 구속이 적법한지 법원의 심사를 받는 제도)을 청구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상 경찰관은 자살·자해·도주·폭행 우려가 없는 한 조사 중인 피의자의 수갑·포승 등을 해제해야 하는데 이를 어겨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청구 이유 없음'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B씨를 지난 6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B씨는 익산시에서 수십년간 근무한 만큼 건물 내부 구조를 잘 알고 있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봤고, 그의 지위·명예 등을 고려할 때 자해 우려가 있어 장구를 사용한 것"이라며 "당시 진술서를 쓴 시간도 3시간이 아닌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고 해명했다. A씨 사망과 관련해선 "현재까지 강압 수사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국수본 "사안 엄중… 관련자들 조사 중"
그런데도 논란이 확산하자 전북경찰청은 기존 수사 1팀장과 담당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다른 팀장을 배치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익산시 전직 회계과장과 현직 회계 담당 계장도 각각 뇌물수수,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수본 관계자는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국수본이 수사 감찰을 직접 맡기로 했다"며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뒤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한 점 의혹 없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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