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과열된 영유아 영어 사교육에 제동 걸어야

강정원 논설실장 2025. 8. 11. 19: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울산시교육청이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 24곳을 점검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12곳에서 교습비 초과 징수, 명칭 위반 등 불법 행위로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교육기관이라는 이름 아래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해 이익을 챙기는 상술이 우리 지역 사회에도 깊숙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울산의 영유아 영어학원 시장도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국회(백승아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대부분 서울, 경기지역(522곳·63.7%)에 집중돼 있지만, 부산(58곳), 대구(38곳), 인천(32곳) 등 대도시 지역으로 증가세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울산에도 현재 25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울산지역의 영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110만원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전국 평균보다는 낮다고 하지만, 젊은 세대 가계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액수임은 자명하다. 

  일부에서는 조기 영어교육의 필요성과 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주장한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 능력이 중요하며, 공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이 보완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최근 발의된 '영어유치원 방지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 역시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하지만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이른 나이의 영어 학습이 아이들의 발달과 행복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지 짚어봐야 한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의 87.7%는 영유아기 영어 사교육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시장의 속성이다. 이번 울산교육청 점검에서 드러났듯, '아카데미', '어학원' 등의 명칭으로 정규 교육기관처럼 포장하고, 허위·과장 광고로 학부모를 현혹하는 행태는 아이들을 교육의 주체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의심하게 한다. 이번 단속에는 적발되지 않았지만 5세도 안 된 아이들에게 '레벨 테스트'를 시행하는 학원도 있다는 것은 지역 학부모들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울산시교육청은 일회성 단속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불법 행위에 대한 상시적인 지도·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적발 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등록 말소 등 강력한 행정 조치로 불법 운영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과열된 영유아 영어 사교육에 단호히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