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수사-기소 분리, 무늬만 자치경찰제 경계한다 [왜냐면]


황문규 | 중부대 교수·전 법무검찰개혁위원
·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없었더라면 누가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체포·구속할 수 있었을까? 적어도 검찰은 소극적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검사의 수사 지휘권에 경찰이 종속되어 있었다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경찰은 감히 나설 수 없었을 것이다. 즉, 검찰에게 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독점되어 있었다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구속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후 상황이 어찌 되었을지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2011년 60여년 만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에게 겨우 수사 개시·진행권이라도 부여하지 않았었다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사건’은 아마도 수사 개시조차 안 되었을 것이다.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사의 수사권 독점을 깨트려야 했던 이유다.
2022년 2차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기관은 검찰,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등으로 다원화되었다. 바야흐로 검사 중심의 수사권 일원화 시대가 가고 수사권 다원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막연히 검사가 수사해야 잘하고, 검사가 경찰 수사를 통제해야 안심되고, 또 검사가 기소하는 것이야말로 정의의 실현으로 인식되던 시대는 윤석열·한동훈의 등장으로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1954년 국회 형사소송법 제정 공청회에서 엄상섭 의원이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몰아주면 ‘검찰 파쇼’가 올 것이라던 예견이 현실이 된 지금이 바로 검찰을 해체해야 할 때다. 검찰의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이관하고, 다원화된 수사기관들의 관계를 정립하고 외부적으로 통제할 국가수사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국가수사위원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포함시켜 상호 견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무늬만 수사-기소 분리, 즉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동일한 법무부 소속으로 두는 것을 경계한다. 이는 외형만 수사-기소 분리일 뿐, 실질은 법무부 장관을 매개로 수사-기소가 통합된 형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칫 현행 검찰 특수부가 중수청으로, 공판부가 공소청으로 되는, 사실상 검찰 조직의 격상으로 귀결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검찰이 해체되면 반사적으로 비대화되는 경찰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1954년으로 거슬러가면 엄상섭 의원은 중앙집권적 경찰에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검찰 파쇼보다 더 센 ‘경찰 파쇼’가 올 수 있음을 우려했다. 사실 수사권 다원화 시대의 경찰 수사(국가수사본부)에 대한 견제와 통제는 공소청의 영장청구권과 기소권, 그리고 국가수사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공수처와 중수청은 경찰의 부정부패를 매의 눈으로 감시할 것이다. 치안에 대한 통제는 국가경찰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여기에 경찰권의 지역적 분산을 목표로 한 자치경찰제까지 더하게 되면 경찰에 대한 통제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해진다.
그러나 국가경찰위원회는 형식상 자문기구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경찰 통제를 하기에 미흡하다. 현행 자치경찰제는 18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외 독자적인 자치경찰 조직과 인력을 두지 않은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지적이다.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와 자치경찰제에 관한 로드맵을 짜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경찰청은 ‘신고 출동은 국가경찰이, 순찰은 자치경찰이’ 하는 자치경찰제 강화 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것이 ‘국가경찰은 국가적 치안에, 자치경찰은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에’ 선택·집중하도록 하자는 자치경찰제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자치경찰제는 경찰의 정상적 기능마저도 작동불능으로 만드는, 그래서 무늬만 자치경찰제에도 못 미치는 방안이다. 이를 ‘자치경찰제 강화 방안’이라고 보고하는 경찰청보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런 보고를 받는 국정기획위원회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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