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국힘의 당심-민심 괴리와 보수의 미래

엇갈리는 당심과 민심이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자리 숫자의 3위로 내려간다. 당 지지층에서 압도적 1위 후보는 유권자 조사에서는 2위를 기록하지만 지지층과 국민 여론의 차이는 두 배를 넘는다. 국민의힘 지지층 2위 후보의 지지율도 국민 여론으로 가면 절반을 넘기지 못한다.
‘찬탄 vs. 반탄’ 또는 ‘윤석열에 대한 입장’으로 나뉜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모든 세력과 손잡고 반(反)이재명 투쟁”과 “탄핵 문 열어준 사람들이 큰 소리 친다” vs. “윤 어게인 외치는 극단세력 절연”과 “읍참마속 심정으로 단절과 인적쇄신”의 대립이다. 처음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나 대표 경선에서 당심과 민심은 일관되게 달랐다. ‘외연 확장형·대중적 인지도형 후보’ vs. ‘조직 결집형·정체성 강한 후보’의 대결이다.
2021년 대표 경선에서 당시 이준석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 37%로 나경원 후보(41%)에 뒤졌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59%로 압도하며 합산 44%로 대표에 당선됐다. 민심 우위로 당심 열세를 극복한 대표적 경우다.
2023년 대표 경선은 경선 룰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유권자 대상 조사는 물론 당 지지층에서도 뚜렷한 격차로 지지를 받던 후보는 대표가 되지 못했다. ‘책임당원 100% 경선 룰’이 결정적이었다.
‘국민여론 vs. 당 지지층 vs. 당원’의 국민의힘 3중 괴리다. ‘민심 vs. 당심’의 대립으로 ‘당의 정체성 우선과 대중적 지지 확대’ 사이의 구조적 고민으로 서서히 결론을 낼 때가 다가온다.
괴리는 다양한 각도에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민심 vs. 당심 괴리’는 일단 누가 어떤 비중으로 참여하느냐가 핵심이다. 당원과 핵심 지지층은 당 엘리트의 메시지와 신호에 더 민감한데, 조직·네트워크·당직 기반 등이 강한 후보가 유리하다는 정보 환경과 엘리트 큐(cue) 배경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조직화된 열정’으로서의 당심은 과대 표현되는데 ‘잠재적인 다수의 조용한 선호와 의견’은 과소 포착된다. 당심과 민심의 비대칭이 그 산물이다.
당원은 대체로 평균적 유권자보다 더 이념적으로 선명하고 활동과 참여 지향적인 경향을 갖는다. 당의 조직운영과 권력은 필연적으로 이들에 집중된다. 당원들은 민심과 달리 정체성과 규율 그리고 응집을 더 중시하며 중도 지향의 외연 확장형 후보에게서 불확실성과 이탈의 위험을 강하게 느낀다.
당원 구성의 대표성 편향과 조직화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악화시킨다. 민심은 확장성과 인지도, 그리고 당선 가능성을 중시하지만 당심은 정체성과 조직의 충성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당 밖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후보는 중도와 무당층으로의 확장 전략을 취한다. 하지만 당내 선거가 중요한 후보는 조직과 당 정체성에 호소하는 것을 우선한다. ‘지지층 확대 vs. 정체성 수호’의 대결로 지금 국민의힘 전대가 그렇다.
국민의힘 당원 구조는 특정 세대와 지역 그리고 직업군 등에 평균 이상으로 치우칠 수 있다. 전체 유권자 구성과 다르다. 따라서 당원들의 이념적 지향은 일반 국민보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한쪽으로 더 경도될 수 있고 그만큼 후보 선택도 다르게 된다.
‘당심과 민심 괴리’를 조장하는 제도적 조건도 있다. 정당의 재정 수입에서 국가보조금 의존이 커질수록 조직 내부의 당원과 조직 그리고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정당의 1차적 책임은 강화된다. 그래서 민심보다는 당심의 규범과 인센티브가 당내 선거의 규칙과 경선 전략 등을 더 강력하게 지배한다. 최근 여야를 불문하고 공통된 현상이다.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준(準) 공공 기관’이 된 정당이 실제 운영과 당직 또는 공직 후보 선출에서는 ‘사적 기구’가 된다. ‘유권자-정당’의 수직적 책임성보다는 ‘국가와 제도-정당’의 수평적 생존의 인센티브가 우선한 것이다. 이때 당원은 조직 유지와 권력 접근의 이해관계자가 되고 그들의 선호는 국민들과 분리된다.
당심-민심의 괴리는 정당의 성격변화를 말한다. 엘리트 정당에서 대중정당을 거쳐 포괄정당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다. 여야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최근 한국 정당은 강성 지지층 의존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당원 주권’에서 벗어나 ‘국민 주권’의 확대가 요구되는 이유다. ‘사유화된 공기업’의 공공성과 공익 요구다.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 제고,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다당제 정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전대 후 국민의힘은 세 갈래 길 앞에 선다. 당내 구심과 동원력의 조직 결집형, 중도 무당층으로의 확장형, 그리고 혼합형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의 선택은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2028년 총선을 향한 보수의 미래를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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