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늘 푸르른 기상으로 우리네 기억을 품다

최명진 기자 2025. 8. 11. 18:3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선종 작가 초대전 ‘솔향전’, 17일까지 강진아트홀
한국적 정체성, 실험성 담은 20여 년 작업 ‘한자리’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곡선과 거친 나무껍질은 마치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생생하다. 층층이 쌓아올린 물감에는 오랜 시간 소나무를 바라본 작가의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서양화가 김선종(사진)의 초대전 ‘솔향전’이 오는 17일까지 강진아트홀 화랑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선종 작가가 20여 년간 탐구해 온 소나무의 한국적 정체성과 회화적 실험의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다.

오랜 시간 작업의 중심에 있었던 소나무를 통해 사라져가는 풍경과 전통문화, 그리고 인간 내면의 정서를 복원하는 회화적 여정을 풀어낸다.

작가는 회화를 단순한 재현의 도구가 아닌 감정과 기억을 담는 표현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들어선 화실에서 시작된 그림과의 인연은 이후 서양화 전공을 거쳐 마티에르 기법이라는 독자적인 회화 언어로 자리 잡았다.

물감을 반복적으로 쌓아올려 깊은 질감을 만드는 이 기법은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층위를 화면 위에 고스란히 새겨 넣는다.

그는 항상 장면의 가장 어두운 부분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며 색을 겹쳐 쌓는다.

이를 통해 평면임에도 부조에 가까운 입체감과 정서적 농도를 동시에 구현해낸다.

작가의 화폭에는 배꽃, 복숭아꽃, 시골집, 개나리처럼 한때는 일상적이었지만 이제는 점점 희미해진 풍경들이 담겨 있다. 탈춤, 승무, 살풀이, 사물놀이 같은 전통 춤사위도 화면 속에 등장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잊히는 민족의 정서와 감각을 소환하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담히 풀어낸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소나무다.

작가는 “도시화 이전, 우리 민족은 평생을 소나무와 함께 살아갔다. 집을 짓고 밥을 짓고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소나무는 생애 전 과정에 깊이 관여한 존재였다”며 “이토록 우리 삶에 밀착된 재료이자 정서적 상징인 소나무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공동체의 뿌리를 탐색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낮에 나온 온달’

‘봄의 길목에서’

‘뒷산에 오르면’

특히 최근에는 금강송(金剛松)을 중심으로 한 풍경을 다루고 있다. 운해 속 산하를 배경으로 한 200호 크기의 대작 ‘우리 땅’을 2년 넘게 작업 중이며, 이는 한국적 자연의 숭고함과 정신성을 집약적으로 담아내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대형 작업과 함께 다양한 소나무 연작이 소개된다.

작가는 “요즘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가 화두지만, 회화의 붓 터치에는 작가의 시간과 내면이 새겨진다”며 “소나무 숲길을 걷듯 작품을 감상하며 바쁜 삶 속 작은 위로와 휴식을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Copyright © 광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