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길, 문재인의 길 [36.5˚C]

이성택 2025. 8. 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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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한국일보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응답자 40%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한국갤럽이 집계한 두 사람의 재임 5년차 4분기 지지율은 노 전 대통령 27%, 문 전 대통령 42%였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층이 싫어하는 정책을 여럿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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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가장 호감 가는 전직 대통령 순위. 그래픽=강준구 기자

한국일보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응답자 40%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장 호감 가는 대통령으로 꼽은 비율은 6%에 머물렀다. 이는 두 사람의 임기 말 지지율과 상반되는 결과다. 한국갤럽이 집계한 두 사람의 재임 5년차 4분기 지지율은 노 전 대통령 27%, 문 전 대통령 42%였다.

후대에 와서 지지율 궤적이 극명히 엇갈린 것이다. 두 사람이 폈던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층이 싫어하는 정책을 여럿 추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라크전 파병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당대의 지지율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잘한 결단'으로 꼽히는 정책들이 많다.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일은 과감히 밀고 나갔던 결과가 후대의 재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문 전 대통령도 재임 중 굵직한 정책을 추진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다. 주로 지지층이 박수치는 정책들이었다. 하지만 지지층이 꺼리는 정책에는 미온적이었다. 가령 국민연금 개혁은 연금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꼭 하고 넘어가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외면했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개혁을 단행한 것과 대비된다. 역설적으로 이런 것이 문 전 대통령 재임 시 높은 지지율의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노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2020년 문 정부를 향해 "정책적 평가는 주로 임기 후에 내려진다"며 "지지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정책적으로 성공해 역사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노무현, 문재인의 유산을 안고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 "유연한 실용정부"를 약속했다. 전문가 중심으로 내각을 채우고, 야당 대표와 자주 만나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며 "예상과 다르다"는 호평이 나온다. 지지층만 바라보지 않은 '노무현의 길'에 가깝다. 그런데 헷갈릴 때도 있다. 얼마 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자 대통령실은 "농축산물 개방은 막았다"고 자축했다. 지지층인 농민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는 일은 막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대미 투자 규모(3,500억 달러)가 더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지지층 눈치를 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위인 높은 식료품 물가에 허덕이는 소비자 부담에 눈감았다면 그건 노무현의 길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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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115170005757)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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