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카슈미르서 ‘금서 압수’ 이어져···“다음은 가택 수색일까” 주민 불안 확산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중심지인 카슈미르 지역에서 역사와 인권 탄압의 실상을 기록한 책에 대한 압수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가택 수색까지 할 수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더타임스와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인도 경찰이 인도 북부 인도령 카슈미르의 주도 스리나가르 도심의 서점을 급습해 금서로 지정한 책 25종에 대한 몰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카슈미르 지역 정부 내무부는 현대사와 인권 침해 등을 다룬 책 25종의 유통·소지·접근을 금지하는 검열 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지난 8일 서점뿐 아니라 국가 후원 도서 축제 현장까지 급습해 책을 압수했다.
금서에는 맨부커상을 받은 세계적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책 <아자디>와 호주 정치학자 크리스토퍼 스네든의 책 <인디펜던트 카슈미르>, 수만트라 보스 런던정경대 교수의 책 <논쟁의 땅> 등이 포함됐다. 아자디는 최근 수십년간 카슈미르에서 인도군에 의해 살해되거나 실종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이날 더타임스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스리나가르의 한 서점 주인은 “랄 초크 상점가의 주요 쇼핑센터에 있는 여러 서점이 경찰의 급습을 받아 책을 압수당했다”며 “나는 체포될까 두려워 책을 미리 치워뒀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온라인 유통업체)에서는 여전히 책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렇게 압수하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카슈미르 주민들 사이에서 경찰이 집에 들어와서 금서의 사본을 찾아내는 게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스리나가르 경찰은 이번 급습의 목적은 “거짓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유포하거나, 분리주의 이념을 조장하거나, 기타 방식으로 인도의 주권과 통일에 위협이 되는 모든 문헌을 파악·압수·몰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정부의 검열 조처를 비판했다. 메흐부바 무프티 인민민주당 대표는 엑스에 “서적을 금지해도 역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검열은 사상을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공명을 증폭시킨다”고 적었다. 무프티는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사상 교류를 통해 번영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퇴 관료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처가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불안감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디 정부는 카슈미르 상황이 평화로우며 반란이 잦아들었다고 지붕 위에서 계속 외치고 있다”면서 “만약 그렇다면 왜 이런 검열 조처를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NYT는 이번 금서 압수가 “2019년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 자치권을 박탈한 이후 억압을 강화했음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인도 정부는 2019년 8월 카슈미르 지역의 특별자치권을 박탈하고 독립 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을 시작했다. 지난 2월에도 인도 경찰은 카슈미르 전역의 서점을 급습해 “금지된 이념을 조장한다”며 약 668권의 서적을 압수한 바 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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