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한도 확대 앞두고 ‘뚝’…5대 은행 요구불예금 일주일새 7조원 증발

유진아 2025. 8. 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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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생성한 이미지. [챗 GPT]


시중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일주일 새 7조원 넘게 줄었다. 기업 자금이 정기예금 등 다른 운용처로 옮겨간 데다, 개인 자금도 머니마켓펀드(MMF)나 제2금융권 고금리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다음 달 1억원으로 확대되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이동이 더 활발해져 은행권의 저원가성 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632조2951억원으로, 6월 말(656조6806억원)보다 24조3855억원 줄었다. 지난달 말(639조1914억원)과 비교해도 6조9000억원 감소했다. 일주일 새 7조원 가까이 빠진 셈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리는 연 0.1%대에 그쳐 연 2% 안팎인 정기예금보다 낮다. 시중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저원가성 자금의 핵심이기 때문에 잔액 변동은 곧 수신 경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번 감소는 기업 자금 유출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일부 기업은 요구불예금을 정기예금으로 전환했고, 투자 집행이나 대금 결제 등 운용 목적 자금 이동도 있었다. 분기 말 결산을 마치고 자금을 회수한 경우도 영향을 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는 개인보다 기업 고객 잔액 감소폭이 더 컸지만 전달 기준으로는 개인 예금 감소폭도 적지 않았다”며 “결산 시기에는 현금성 자산을 일시 보유했다가 집행하는 경우가 많아 감소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투자나 집행 수요가 늘은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개인 자금은 금리가 높은 다른 투자처로 이동하며 요구불예금 감소에 영향을 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총액은 34조2000억원 늘었고, 순유입 규모만 31조1000억원에 달했다. 카카오뱅크가 6월 선보인 ‘MMF박스’는 출시 한 달 만에 잔고 5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로 시중은행(2.25%)보다 높아 머니무브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도 변수다.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면 제2금융권 자금 유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유지될 경우 단기 자금 이동은 더 빨라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한도 확대 이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업권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그동안 자산 안정성을 고려해 5000만원 이내로만 맡겼던 소비자들도 앞으로는 1억원까지는 안심하고 예치할 수 있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예금자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16~25%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은행들은 저원가성 자금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쏠(SOL)모임통장’ 신규 가입 고객에 여행지원금을 주고, 농협은행은 ‘NH올원모임 서비스’ 개설 고객에게 최대 100만원의 모임지원금을 지급한다. 모임통장이나 파킹통장처럼 자금이 자주 입·출금되지만 평균 잔액이 꾸준히 유지되는 상품은 안정적인 저원가성 자금원 역할을 한다.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파킹통장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선보인 ‘네이버페이머니 하나통장’을 출시 5개월 만에 50만좌를 모두 소진한 뒤, 추가로 100만좌를 승인받아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와 금리 격차가 맞물리면 단기 유출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조달비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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