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탈 때 뇌 신호 메커니즘은 다르다…파킨슨병 치료 실마리

정지영 기자 2025. 8. 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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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핵이 학습된 움직임과 타고난 움직임을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호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뇌 속 허브' 역할을 하는 기저핵(basal ganglia)이 학습된 움직임과 타고난 움직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호화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인간의 운동 장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벤스 올베츠키 미국 하버드대 유기체 및 진화 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뇌의 기저핵이 학습을 통해 습득한 움직임과 선천적으로 타고난 움직임에 대해 서로 다른 신호 전달 방식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저핵은 뇌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여러 신경핵들의 집합체로 운동 조절을 돕는 중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몸을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하고 배우고 실행하는 데 관여한다. 걷기, 달리기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부터 피아노를 치거나 자전거를 배우는 것 같은 반복 학습과 관련된 기능도 담당한다.

기저핵이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모든 움직임을 관리하는지, 연습해서 배운 학습 동작에만 관여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로 기저핵이 학습된 동작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분해 다르게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쥐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행동할 때와 일정 시간 내에 레버를 두 번 눌러 보상을 받는 학습된 과제를 수행할 때의 뇌 신호를 비교했다. 기저핵에서 학습 행동을 담당하는 배외측 선조체(DLS)에 미세한 전극을 삽입해 신경 세포의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6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쥐를 다각도에서 촬영하고, 행동을 세밀하게 분류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움직임을 분석했다. 

실험 결과 기저핵은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신경 활동 패턴을 보였다. 학습된 과제를 수행할 때 DLS의 신경 세포들은 마치 움직임을 직접 지시하듯 쥐의 동작 순서와 일치하는 특정 패턴으로 활성화됐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행동할 때 DLS의 신경 세포들은 특별한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학습된 과제를 수행할 때 기저핵이 복잡한 움직임을 능동적으로 조종하는 '필수적 행위자' 역할을 했다면, 자유롭게 탐색할 때는 그저 신경 활동을 지켜보는 '단순한 관찰자' 역할만 한 것이다. 올베츠키 교수는 "기저핵이 학습된 움직임과 선천적인 움직임을 할 때 서로 다른 언어를 말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쥐의 DLS를 제거하는 실험도 했다. 그 결과 걷기나 털 고르기 등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데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학습 과제를 수행할 때는 심각한 장애를 보였다. DLS가 새로운 동작을 배우고 학습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척수, 뇌간, 대뇌피질 등 뇌의 다른 부분들도 관여하기 때문에 작동에 이상이 없었다.

논문의 제1저자인 키아 하드캐슬 하버드대 유기체 및 진화생물학과 박사후 연구원은 "이전에는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같은 동작을 3만 번 반복했지만 DLS를 손상시키자 다시는 그 움직임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대표적인 신경운동 질환과 기저핵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들 질환은 모두 기저핵 기능 이상으로 발병한다. 환자들은 떨림, 근육 경직 등의 증상을 겪는다. 

기저핵이 학습된 움직임을 특유의 신호 체계로 조절한다는 사실은 운동 장애가 단순한 근육 운동 문제를 넘어 복잡한 뇌 신호 체계의 이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가 신경운동 질환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기저핵이 학습된 움직임을 하는 데 필수 장치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파킨슨병 등 특정 운동 장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amepre.2025.107965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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