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윤미향까지…여의도 덮친 李정부 ‘사면 후폭풍’

박성의 기자 2025. 8.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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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첫특사 조국 부부·윤미향 포함…최지성 등 주요 경제인도
與 “정치보복 고리 끊는 계기” 자평…혁신당 “李대통령에 감사”
野 “최악의 정치 사면” 반발…정의당도 “공정과 책임 기준 무너뜨려”
李대통령 과거 ‘유죄 판결 후 사면’ 비판…‘민심 역풍’ 우려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유죄 확정이 되자마자 사면하면 사법제도가 왜 필요합니까?"

지난해 2월7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설 특별사면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그냥 유무죄 판단과 형 집행여부도 대통령이 다 알아서 (판단)하면 되지 않는가. 이런 것을 바로 군주국가라고 한다"며 "대한민국은 왕정국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비판하던 '당대표 이재명'이 대권을 잡은 후 '사면 역풍'에 휘말린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첫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 '논란의 정치인들' 다수가 이름을 올리면서다. 특히 조 전 대표의 경우 형기가 1년 이상 남았다는 점, 윤 전 의원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후원금 횡령'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광복절 특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가운데 정치권은 이어질 민심의 평가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李대통령, 취임 두 달만에 '조국 사면'…배경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조국 사면'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은 많았다. 이 대통령이 혁신당에 '정치적 빚'을 졌다는 시각에서다. 민주당과 같은 뿌리를 둔 혁신당은 지난 조기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혁신당은 이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을 위해 "야권 유력 후보를 총력 지원하는 선거연대를 의결했다"며 대선 후보도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선 후 이 대통령이 그 '청구서'를 받아들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혁신당도 조 전 대표 사면을 거듭 촉구했다. 다만 조 전 대표 사면 시점을 두고는 전망이 분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親문재인)계, 종교계에서는 조 전 대표 사면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쇄도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는 역풍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새 정부가 닻을 올리자마자 정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인사를 사면하면 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에서다. 특히 광복절에 사면할 시 조 전 대표가 형량의 반도 채우지 않고 나온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고심 끝 이 대통령은 받아든 숙제를 정권 초 풀기로 결심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확정했는데, 조 전 대표뿐 아니라 정경심 전 교수,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사면됐다. 이들 대부분이 친문계로 분류된다.

보수 정치인들도 상당수 사면됐다. 홍문종·정찬민·심학봉 전 의원 등이 사면·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을 사면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는데, 이들 3명 모두 사면 대상에 올랐다. 반면 이 대통령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하여 장기간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한 주요 공직자들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등을 대폭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면 대상자들은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정각에 사면이 시행될 예정이다. 조 전 대표와 같이 잔형 집행이 면제된 경우엔 당일 바로 출소하게 된다.

이재명 정부 첫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사진 왼쪽부터), 윤미향 전 의원,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野 "정치 사면" 반발…정부, 민심 평가에 촉각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조 전 대표 사면 및 복권 결정이 알려지자 혁신당 지도부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드린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지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내란 종식을 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검찰 독재의 무도한 탄압 수사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의 삶과 명예를 되돌려드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번 사면은 그야말로 조국 친위대 총사면인 것 같다"며 "결국 정권교체 포상용 사면권 집행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윤미향 전 의원 사면을 두고는 "위안부 할머니 피눈물로 개인 사리사욕 챙긴 반역사적 패륜적 범죄 저지른 사람을 광복절에 사면한다는 것은 몰역사적 사면의 극치이자 국민에 대한 감정적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권 교체기마다 이뤄지는 정치인 사면이 '공정의 잣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의당은 이날 권영국 대표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특별사면은 객관적 기준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국가권력이 선택적으로 정의를 휘두른다면 민주주의도 법치도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조국 전 장관 사면 논의는 입시의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로 입시비리가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나 인정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적 공감대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요구로 포함된 대상자들의 경우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들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실형이 확정되었거나, 성범죄 의혹 등 형사적으로 엄중히 다뤄져야 할 법을 위반한 자들"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은 이번 사면이 가져올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격한 내홍을 앓고 있는 가운데 사면이 민심에 미칠 영향이 적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다만 민주당이 '강성' 정청래 지도부 체제로 재편된 가운데 '이춘석 차명 주식거래 의혹'과 이번 사면 여파가 더해지면서 정부 여당에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이미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5%로 지난 조사 대비 6.8%포인트 떨어졌다. 조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리얼미터 측의 분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번 사면은 지난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반윤(反윤석열) 아래 정권을 잡았으니 일단 여권의 분열부터 막아야한다는 전략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도 일정 부분의 지지율 하락을 감내하고 결단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러나 그 민심의 낙폭이 정부와 민주당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윤미향 전 의원의 경우 보수뿐 아니라 진보층에서도 반발이 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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