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구독깡'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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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중 걸려온 아내의 전화에 50대 직장인 A씨는 소스라쳤다.
가족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1000만원대 빚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아들은 가전 구독으로 1200만원의 빚을 지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아내는 세탁기 구독 해지로 220만원의 위약금을, 딸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계정 공유 플랫폼에서 2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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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중 걸려온 아내의 전화에 50대 직장인 A씨는 소스라쳤다. 가족이 구독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1000만원대 빚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아들은 가전 구독으로 1200만원의 빚을 지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아내는 세탁기 구독 해지로 220만원의 위약금을, 딸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계정 공유 플랫폼에서 2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구독만 했을 뿐인데, 가족 전체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 사례는 실제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한 방송사는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전 구독을 유도한 뒤, 제품을 되팔아 현금화하는 불법 대출 사기를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써보지도 못한 가전으로 인해 상당한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한 명의 대출업자에게 당한 피해자만 100명이 넘는다니, 전체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본래 구독경제는 소비자와 기업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최근 구독 서비스를 즉각적 현금 마련 수단 또는 다양한 방법으로 악용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구독깡'이라 명명했다.
넷플릭스나 챗GPT 같은 구독 계정을 여러 개 만든 뒤, 타인과 공유해 현금화하는 것도 '구독깡'의 일종이다. 냉장고·TV 같은 고가의 가전을 구독한 후 중고 시장에 되팔아 현금화하는 사례도 있다. 구독깡으로 인해 기업은 자산이 회수되지 않아 경제적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훼손당하고, 개인은 신용 손상과 범죄 연루 위험에 노출된다. OTT 계정 공유 플랫폼은 공식 구독료의 20~30%로, 1년 치를 현금으로 선결제하게 한 뒤 돌연 서비스를 중단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고은조 변호사는 "약관을 위반한 계정 공유로 인한 피해는 법적인 구제가 어려울 수 있고, 불법 대출업자를 통한 가전 구독은 양상에 따라 공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내 유수의 가전 기업들은 가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 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약금 고지 의무를 강화하고 금융상품처럼 '불완전판매' 개념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급전이 필요한 서민, 신용이 약한 청년 등 경제적 취약계층은 구독깡의 직접적 피해자가 되기 쉽다.
그렇다면 자산가들은 구독경제 시대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스타벅스가 구독 멤버십 할인 정책을 도입한 이후 일부 매장에서는 매출이 줄자 매출과 연동된 임대료가 감소했다며 임대인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독료는 스타벅스 본사에 귀속된 반면, 임대인들은 매출 감소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구독경제의 여파는 특정 계층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세상에 남의 일이란 없다. 인공지능(AI) 시대의 구독경제는 다양한 갈등과 부작용을 동반할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정책은 물론,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강조한 민·관·정 소통형 미니 정책 태스크포스(TF)처럼 국무총리실 산하에 구독경제 전담 TF를 구성해 실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약자의 침묵은 선택이 아니라 절규다. 신음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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