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그렇게 했으니, 나도 한다’는 식은 안된다

이에 대한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 전반의 비판과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에 대한 특검의 입장은 간단하다. 과거 윤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 당시 최서원 씨에게 적용했던 방식대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과거 수사 행위가 현재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윤 전 대통령이 과거 강제소환과 수사 편의주의를 사용했다고 해도, 그것이 합법적이고 정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거의 위법 또는 과잉 수사 관행을 현재 법 집행의 정당화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너도 그렇게 했으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정당화한다면, 명백히 퇴행적인 법 집행일 뿐이다.
특검의 이 같은 방식은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을 떠올리게 한다. 법전 제196조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사람의 눈도 멀게 해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유명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법'(탈리오, Lex Talionis) 원칙이다.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강제 소환은 헌법상, 형소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을 침해한다. 헌법 제1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의 윤 전 대통령 강제이송 시도를 '고문 행위'로 규정했다. 이미 구금 상태이고, 수사 거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백을 강요하려는 모든 시도는 곧 고문이며, 수사는 압수수색과 참고인 신문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특검 사무실로 강제 이송을 위해 구속되어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자기부죄(自己負罪) 금지' 원칙으로, '고문'이라는 것이다. 자기부죄금지 원칙이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윤 전 대통령은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묵비권 행사를 천명했다. 특검은 증거가 부족해 윤 전 대통령 대면 조사가 필요한 상황인가? 증거가 충분하다면, 묵비권을 행사하는 피의자에게 물리력을 동원해 자백을 강요할 이유가 없다.
현대 민주주의 법치는 정의를 추구하는 체계다. 형벌은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응징이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정한 절차여야 한다.
특히, 진술 거부는 피의자의 절대적 권리이다. 따라서 자기부죄 금지 원칙이나 묵비권 행사가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피고인, 피의자의 인권과 적법 절차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법의 권위는 법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절차의 정당성과 투명성에서 비롯된다. 수사에서 인권이 배제되고,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된다면 이는 정의가 아니라 복수에 불과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위치에 있었든, 그가 어떤 전력을 가졌든, 그 역시 한 명의 국민으로서 동일한 헌법적 권리를 보장받는 존재이다. 다만, 검사 시절 체포영장을 수사 도구로 적극 활용했던 윤 전 대통령이 정작 본인이 피의자 입장이 되자 수사기관 출석과 체포영장 집행 모두에 불응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방식으로 상대를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다. '너도 그렇게 했으니, 나도 한다'는 식의 법 집행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다. 윤 전 대통령 1인을 잡기 위해 법의 원칙과 인권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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