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허문 한일 Z세대 …"기후변화·인구문제 힘 합쳐야죠"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5. 8. 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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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청년교류 프로그램 참가자들 만나보니
재난대응·인구감소·지방소멸
한일 머리맞댈 공통 과제 산적
"우크라 재건·유럽 원전 시장
양국 공동수주 땐 큰 경쟁력"
"위안부 알리는 日대학생 보며
청년세대 역사극복 노력 절감"
지난 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5 제네시스 청년 방일단' 보고회에 참석한 한국 청년 110여 명과 일본 외무성, 일한문화교류기금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국교정상화 60주년, 광복 80주년. 한일 MZ세대는 서로가 직면한 공통 과제가 매우 많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특히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등 여러 분야에서 "이제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제네시스 한국 청년 방일단' 활동 보고회 겸 동창회가 열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가장 피해가 컸던 미야기현을 포함해 일본 지역사회 현장을 지난달 다녀온 청년 30여 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재난 문제에서 한국이 일본의 대응을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시내 로스쿨에 재학 중인 노준호 씨는 "재난에 대처하는 태도는 국경을 넘는 문제"라며 "지진과 관련해선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일본의 재해 대응 법제와 사례를 사전에 연구하고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인 대상 한국어 교사를 준비 중이라는 김동수 씨는 "일본이 방재 선진국이다 보니 지진 대피 등 훈련이 체계적인데, 협력을 통해 조사나 대처법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재난·기후 정보의 긴밀한 공유는 양국 모두에 유용한 협력 방법이다. 이미 양국 기상청은 실시간 기상 데이터 교환, 태풍·집중호우 예보 협력, 지진·쓰나미 조기경보 정보 공유 등 재난 분야에서 일정 수준 협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상·재난 예측 모델 공동 개발, 합동 재난 모의훈련 및 인력 교류 등도 잠재적 협력 분야로 거론된다. 올해 이상기후 여파로 일본에서 쌀값이 급등한 것처럼 기후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 만큼 식량안보에서도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신의 전문성과 연관 지어 한일 기술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청년도 있었다. 2015년 방일단 자격으로 이번 동창회에 참석한 김주헌 씨는 "방일 당시 한일 기술 협력은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요소라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현재 건설사 엔지니어로 재직 중인 그는 "한일이 해외 건설 시장에서 '공동 수주'를 따낼 수 있는 좋은 시대"라며 "일본의 높은 정보력과 자본력에 한국 건설사의 시공력을 결합한다면 양국의 수주 영토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유럽 원전 시장을 예로 들면서 "양국이 힘을 합쳐 건설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로 해외에 진출한다면 그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는 현재 양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인식되는 핵심 과제다. 이번에 한국 청년들은 홋카이도교육대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경쟁보다는 공감이 필요한 시대"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근 한류 열풍 등 문화적 끌림이 고조되면서 한남·일녀 국제커플이 급증세인 만큼 양국 정부 차원에서 더 다양한 채널로 청년 교류를 촉진하면 저출산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방일단 경험이 진로를 결정하기도 했다. 김주헌 씨는 "같이 참가했던 친구가 일본에서 박사과정을 밟아 사학을 연구하는 교수가 됐고, 또 다른 친구는 도쿄제과학교를 졸업해 제과업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주한일본대사관에서 한일 청년 교류를 담당하는 가토 세이카 씨는 "(한국 청년들처럼) 일본 청년들 역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그 경험이 진로 선택과 미래 계획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이번 방일단 체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으로 기존에 일본에 갖고 있던 선입견이 상당 부분 불식됐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후쿠시마현에 대한 인식이 대표적이다. 노준호 씨는 "후쿠시마 하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대부분 지역에서 우리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단지 우연히 재난을 겪었을 뿐이고 지금은 회복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사람과 지역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양국 관계는 좋지만 역사 문제 등으로 항시 갈등 요소가 잠재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일단 청년들은 모두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이들은 역사 문제를 회피하지 않으려 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려 노력하는 일본 청년들이 있다는 데 감명받기도 했다.

인천대에 재학 중인 윤호근 씨는 "홋카이도교육대에 강제노역 노동자나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며 알리려 활동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용기를 내 역사적 진실을 전하려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는 역사 문제에 대해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연한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청년이라고 역사에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반일 정서가 있는 기성세대와 비교해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안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갈등 요소가 있을수록 교류와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며 "너무 급하게는 말고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제네시스(JENESYS)

'일본·동아시아 청년 교류 네트워크'는 일본 외무성이 2007년부터 매년 주관하고 있는 교류 프로그램이다. 국교정상화 60주년인 올해는 1000명이 넘는 한일 청년들이 초청·파견된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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