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만으로 안 된다…사고 빈발 3대 이유는 ‘건설사 불법 하도급·미숙련 근로자·원가 절감’

김유진 기자 2025. 8. 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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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고 강력 제재하는 입법 봇물
건설업계, 구조적으로 건설사고에 취약
불법 하도급 여전…하청업체에 안전 비용 전가도
미숙련 고령 신규 근로자·외국인 비중 커져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건설산업의 중대재해 사고를 막기 위한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지만 징벌 강화 만으로는 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 현장의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은 불법 하도급과 미숙련·외국인 근로자 등 숙련공의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1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건설현장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정지와 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 건설사고 ‘일벌백계’ …1명만 사망해도 ‘영업정지’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부족하자 정부와 국회는 처벌 강화를 위한 입법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건안법은 하도급 구조로 운영되는 건설업의 특성을 반영해 건설공사 발주자, 시공자, 하도급 시공자, 노동자, 지자체 등 역할에 따른 안전관리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다. 사망사고 책임이 있는 건설사업자에 1년 이하의 영업정지 또는 관련 업종이나 분야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모든 책임 주체가 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를 야기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처벌 조항도 담겨 있다.

정부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건설사고 사망자가 1명만 발생해도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한 사업장에서 2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해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사고를 낸 건설사의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개정안이 필요한 건 아닌지 살펴봤다”며 “지금은 사업장별로 2명 이상의 사망자가 있을 때 영업정지가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법적 미비 부분을 발견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논의가) 있다”고 했다.

◇ 건설업계 “구조적 변화 있어야 사고 감축”

정부의 제재 강화 기조에 건설업계는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건설업의 구조상 사고를 완벽하게 방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기간 단축 등 이윤 중심의 발주 관행과 불법 하도급 문제, 제한된 안전 비용, 공사 현장의 숙련공 부족 등의 문제가 건설​업계에 자리잡고 있는 이상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이윤 중심으로 공사를 수주하면서 저가 투찰이나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공사가 무리하게 이뤄지면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불법 하도급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건설 현장의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건설 사업자가 불법 하도급을 할 경우 품질·안전관리에 문제가 발생한다. 안전관리 비용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안전관리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돼 소비자가 부담하는 구조가 되는 것도 건설사고 발생 요인으로 꼽힌다. 분양가가 제한된 경우에는 건설사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안전관리 비용을 축소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인력 측면의 문제도 있다. 과거 내국인 위주였던 건설 현장에는 고령 신규 근로자, 외국인 등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경험 부족,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안전 사고에 취약하다. 국토부가 지난 2월 건설현장 추락 사고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에서 정년 후 건설현장 신규 진입에 따른 사망률이 높이 나타났다. 외국인 사망 위험비는 1.264로 내국인(0.956)에 비해 높았다.

이런 건설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처벌 위주로만 건설사고를 줄이려고 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는 강력한 제재에 “소나기만 피하자”라는 식으로 사업을 중단 또는 축소할 뿐 사고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건설사가 추후 공사를 재개할 경우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정부는 안전에 대한 결과를 강조하고 사고가 날 경우 일벌백계하겠다고만 했다”라며 “사고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유 교수는 “안전을 강조하고 회사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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