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 심혈관질환 발병 예측도구 개발했다

채인택 2025. 8.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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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룬드대 후성유전학 연구팀 등 공동연구

질병 발병 DNA 발현 살피는 후성유전학 기법

독일·스페인 등 참여…2형 당뇨환자 752명 7년 추적

심혈관질환 발병과 정기적인 혈액검사 병행 연구

혈액검사로 심혈관질환 확률 높이는 DNA 메틸화 확인

이를 바탕으로 당뇨환자 개인의 심장병 발병 예측

저위험 환자 판별률 96%, 고위험자 32%…데이터 필요

심장과 연결 혈관 개념도. 당뇨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심장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

제2형 당뇨 환자는 일반적으로 심장마비나 뇌졸중 또는 기타 심각한 심혈관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당뇨가 없는 사람보다 4배가 높다. 하지만 이는 집단을 대상으로 통계적으로 연구한 결과일 뿐, 개개인의 발생 가능성이 각각 얼마나 되는 지는 파악할 수가 없었다.

당뇨환자 개개인의 심혈관질환 발생위험도 예측법 개발

하지만 스웨덴 룬드대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팀이 제2형 당뇨환자 개개인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연구하는 후성유전학적 방법으로 당뇨환자 개개인의 심장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스웨덴 남부 말뫼의 룬드대 임상과학과 '후성유전학과 당뇨' 연구실의 샬로트 링 교수가 스페인·독일·라트비아 연구팀과 공동 연구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생의학 국제학술지인 '셀 리포츠 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 8월 7일자에 발표됐다. 제목은 '2형 당뇨를 가진 개인에게 발생한 대혈관 문제를 예측하게 해주는 후성유전학적 바이오마커(Epigenetic biomarkers predict macrovascular events in individuals with type 2 diabetes)'다.

752명 대상으로 7년간 추적 조사

연구팀은 최근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심혈관 질환 병력은 없는 연구 참가자 752명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추적 관찰 연구를 수행했다. 추적 관찰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뤄졌다. 하나는 심혈관 합병증 발생이다. 이 기간에 연구 대상자 중 102명(13.6%)이 심혈관 합병증을 겪었다. 또 다른 관찰 대상은 혈액의 화학적 변화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액을 정기적으로 채취해 시간 경과에 따라 'DNA 메틸화'라는 화학적 변화를 얼마나 겪는 지를 관찰했다.

'DNA 메틸화'는 유전물질인 DNA에 연속 배열되는 아데닌·구아닌·시토신·티민의 4가지 염기 중 아데닌과 시토신의 특정 위치에 메틸기가 결합돼 변형되는 것을 가리킨다. 결합에는 'DNA 메틸전환효소(DNMT)'가 작용한다. 이렇게 메틸화된 DNA는 세포에서 유전자를 발현하는 양식을 변형시키며, 그 결과 신체적 변화와 질병 유발 등 다양한 생물학적 변화로 이어진다.

혈액에서 미래에 심혈관질환 유발 'DNA 메틸화' 확인

이러한 후성유전학 지표의 하나인 DNA 메틸화는 세포의 분화와 발생 등 생물학적 과정을 변화시켜 면역 반응의 이상과 암을 포함한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 책임자인 샬럿 링 룬드대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DNA 메틸화는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의 활성화나 비활성화를 제어하며 이 과정에서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스웨덴 룬드대 샬럿 링 교수. [사진=룬드대 홈페이지]

연구진은 채취한 혈액에서 DNA 메틸화가 나타난 부위를 400개 이상 발견했다. 이 가운데 87개 부위를 바탕으로 당뇨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검사 척도를 개발했다. 후생유전의 대표적인 표지인 DNA 메틸화를 바탕으로 이러한 질병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척도를 개발한 것은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은 현재 의료 현장에선 당뇨 환자 개인의 나이 성별 혈압 흡연, 그리고 유해 콜레스테롤인 LDL수치와 혈당 및 신장 기능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 자료를 바탕으로 심장병 발병 위험을 추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룬드대 척도 적용하면 음성예측도 96%

룬드대가 주도해 개발한 이 척도를 적용할 경우 음성 예측도(Negative Predictive Value: NPV: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사람 중 실제로 질병이 없는 사람의 비율)가 96%로 나타났다. 다만, 고위험 환자를 식별하는 비율은 32%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아직 환자에 대한 장기 추적 조사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것을 그 이유로 지목했다.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지려면 더 많은 연구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척도가 "2형 당뇨질환자 중 심장병 위험이 낮은 환자와 높은 환자를 구별하는 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예측 도구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개인화된 치료, 최적화된 의료비, 치료 관련 부작용 우려 및 미래 발병 걱정 감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성유전학적 연구의 개가

룬드대의 당뇨환자 심혈관질환 발병예측도구 개발은 후성유전학(Epigenetics: 後成遺傳學)적 연구의 개가로 평가된다. 후성유전학은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된 DNA 배열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유전자가 활성·비활성화하면서 비로소 발현되거나 봉쇄되는 유전적 특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무어가 2015년 출간한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The Developing Genome: An Introduction to Behavioral Epigenesis)』(번역본은 2023년 아몬드에서 출간)는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무어는 하버드대에서 발달·생물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주 피처대 심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무어 교수는 "예를 들어 일란성 쌍둥이라도 얼굴 모양 같은 신체적 형질과 심리적 특성 등이 다른 것은 생물학적 분자인 유전자가 그 사람이 처했던 상황 및 겪었던 경험과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똑같은 벌로 태어났어도 먹은 것에 따라 여왕벌이 되거나, 일벌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 의료센터는 2003년 유전적으로 동일한 검은색 암컷 생쥐 집단을 대상으로 후성유전학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들을 둘로 나눠 한쪽에는 일반 사료를, 다른 쪽에는 DNA 합성에 관여하는 코발라민(비타민 B⒓)과 태아 신경·혈관 발달에 필요한 엽산, 세포막 구성에 필요한 콜린 등을 보충한 특수사료를 먹였다. 그 결과 특수 사료를 먹은 생쥐가 낳은 새끼들은 중간 갈색에 노란 얼룩이 있는 털을 가졌다.

생쥐 아구티 유전자 발현, 털빛 변화와 비만·당뇨·암 발병 연결

이유는 특수 사료가 '아구티'라는 유전자를 발현시킨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유전자는 털빛뿐 아니라 비만·당뇨·암 유발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결과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하나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져도 태어난 뒤 겪은 환경과 경험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져 서로 다른 생물학적 형질을 갖게 된다는 후성유전학적 측면이다. 또 하나는 아구티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을 확인하면 나중에 나올 털 색깔과 함께 비만·당뇨·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함께 알 수 있다는, 질병예측적 측면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룬드대 연구와 비슷하게, 후성유전학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개개인 질병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들과 맞춤형 치료법이 속속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인택 의학 저널리스트 (tzschae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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