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토한 것을 다시 먹은 윤석열 [권태호 칼럼]

권태호 기자 2025. 8. 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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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권태호 | 논설위원실장

박근혜와 윤석열은 탄핵됐다.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대통령은 모두 재임 중 총선에서 이긴다고 생각했다. 2016년 총선 앞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분리돼 새누리당 압승이 예상됐다. 이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도 선거 두어달 전만 해도 국민의힘 승리 예상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막판 ‘진박 감별사’, ‘런종섭 사태’ 등 스스로 헛발질을 했다. 결과는 기록적 참패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참패 이후에도 아무런 성찰도 돌이킴도 없이, 독선과 아집의 정치를 이어갔다. 오히려 패배를 복구할 요량으로 국정농단과 계엄 등 악수에 악수를 거듭했다. 결과는 파국이었다.

지난 총선을 복기하면, 윤석열 정부는 총선 한달 앞인 3월4일 채 상병 사건 핵심 당사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로 임명했다. ‘황상무 사태’가 3월14일 연이어 터졌다. 두개의 악재가 맞물려 돌아가는 와중에 ‘대파 사태’가 일어났는데, 3월18일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합리적 가격”이라 말해 불을 질렀다. 결국 3월20일 황상무 사퇴, 3월29일 이종섭 대사 사의 표명 등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4월1일 ‘의대 2000명 증원’이란 일방적 대국민 성명 발표로 사실상 선거는 끝이 났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내부에서 왜 전혀 제어가 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첫째, 다 똑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진박’만을 모았고, 윤석열은 검찰, 서울대 법대 위주였다. 법무부 장관 박성재,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민정수석 김주현, 법제처장 이완규 등이 모두 서울대 법대 아니면 검찰이다. 동종교배의 무서움이다. 둘째, 설령 다른 의견이 있어도 감히 진언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박근혜는 말없이 ‘레이저’를 쏘았는데, 윤석열은 채 상병 사건에서 드러나듯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검찰 때부터 거친 상욕을 많이 했는데, 대선 캠프에서도 ‘눈알을 뽑아버리겠다’는 등 듣도 보도 못한 욕설에, 한평생 모범생으로 살아온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움찔했다. 마지막으론, 공범이 됐기 때문이다. ‘어어’ 하다 이미 깊숙이 들어와버렸으니, 정면 돌파 외엔 길이 없던 것이다. 세가지가 중첩되면, 권력 수뇌부는 다리 끊긴 ‘섬’이 된다.

김영삼 정부 때는 훨씬 더 권위주의 사회였지만, ‘동지적 일체감’이 있었기에 참모들이 몸을 던져 만류할 때도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보수석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정부는 측근들을 청와대에 넣지 않았다. 내가 거의 유일했다. 수석회의에선 여러곳에서 온 사람들이 편하게 의견을 얘기할 정도로 언로가 트여 있었다. 윤 대통령은 상명하복 검찰 조직 문화를 그대로 ‘용산’으로 가져와 조직이 경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수석 아래 비서관들까지 대통령과 서슴없이 의견을 나누곤 했다. 같은 보수 정부더라도, 이명박 정부 초기만 해도 달랐다. 기업인 출신 이명박이 의견을 종용하기도 했고, 출신이 다양한 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이들이 꽤 많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유화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늘 다투곤 했다. 실장 발언 중간에 불쑥 자기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주제와 상관없는 ‘지방방송’을 하기도 했고, 수석들 간에 말이 거칠어지자 대통령이 ‘자, 자, 그 정도면 됐어’라고 만류한 적도 있다”고 했다. ‘봉숭아 학당’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달랐다. 더욱이 ‘브이 제로’(V0·김건희) 입김 탓에 회의 다음날, ‘내가 생각해보니까 말이야’라며 결정을 뒤엎는 게 다반사였다고 한다. ‘말해도 소용없다’는 경험이 쌓이면, 입을 닫게 된다. 더욱이 ‘59분’이란 별명처럼, 말에 끝이 없으니 말을 끊을 수가 없다. 윤석열은 검사가 제일 똑똑한 줄 안다. 수사를 하면, 그 분야 전문가가 된 줄 안다. 검사 앞에서 조아리는 피의자들을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유일하게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김건희였다. 문제는 김건희 역시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선 캠프 시절, 한 인사가 ‘사모(김건희)가 전시업체 운영 경험이 있다고 자신이 굉장한 홍보 전문가인 줄로 착각하고 있다. 미치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있은 지 얼마 뒤, ‘개사과’ 논란이 일었다. 순천만 화보 사진, 마포대교 순시 사진 등 논란이 된 사진을 누가 ‘픽’ 했겠는가. ‘예예’ 하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전문성이 늘 수 없다. 그러니 특검 조사에서도 빤히 보이는 거짓말로 스스로 덫에 들어가고 있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죗값을 치를 것이다. 성경 잠언에 “개가 그 토한 것을 도로 먹는 것처럼, 미련한 자는 그 미련한 짓을 거듭 행하느니라”라는 말이 있다. 박근혜가 토한 것을 윤석열이 다시 먹었다. 거기가 끝이어야 한다.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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