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엔 있는데 세상엔 ‘없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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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지워진 사람들이 있다.
매일 생생하게 햇살을 받으며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데 세상이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다.
전화로 문의하자 뒤늦게 특수학교도 추가하겠다고 했으나, 시간이 걸릴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하지만 전국의 모든 학생을 책임지는 교육부 사업에서조차 특수교육 대상자, 그중에서도 특수학교 재학생은 사실상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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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지워진 사람들이 있다. 매일 생생하게 햇살을 받으며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데 세상이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다. 관공서에서 바라보는 특수학교 재학생이 그렇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관공서 사업에서 특수학교 재학생을 자연스럽게 배제한다.
지난달 아들(자폐성 장애)이 다니는 특수학교 학부모 단톡방이 떠들썩했다. 서울시에서 초등학교 1~6학년을 대상으로 ‘덜달달원정대’라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우리 학교 학생은 아예 신청조차 못 한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덜달달원정대’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저당 인식 개선 프로그램으로, 서울시 건강관리 앱 ‘손목닥터 9988’을 통해 건강 정보를 확인하고 저당 퀴즈를 풀면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당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좋은 취지에 학부모가 신청하려 하자 학교 이름이 아예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색이 안 되니 등록을 못해 신청을 못하는 구조였다. 혹시나 해서 서울시에 있는 다른 특수학교들도 검색해 봤지만 모두 마찬가지였다고. 전화로 문의하자 뒤늦게 특수학교도 추가하겠다고 했으나, 시간이 걸릴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하지만, 이후 서울시는 시스템 관리부서 작업을 통해 7월21일 조치를 완료해 특수학교 학생들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고 알려왔다.
진짜 백만 번, 천만 번 양보해 행정업무 위주의 ‘서울시’라 공무원들의 장애감수성이 빵점이라 그럴 수 있다 치자. 하지만 교육부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함께 하는 ‘복권기금 꿈사다리 장학금’ 사업이 있다.
지난 4월 접수를 받아 6월 3000명 규모의 2025년 신규 장학생을 선발했다. 이 사업은 복권 기금을 활용해 잠재력 있는 저소득층 학생(초5~고3)을 선발, 대학까지 연계 지원하는 국가 장학사업이다.
교육부 사업답게 특수교육 대상자도 학교장 판단에 따라 추천이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자격 요건이다. 중2~고3까지 학생은 직전 학년 C등급(또는 7등급) 이내의 성적표를 내도록 했다. 교육부가 중고등 통합교육의 현실을 안다면 이 요건이 사실상 특수교육 대상자 배제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특수학교 재학생은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특수학교에선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제출할 성적표가 없다. 그렇다고 생활기록부가 성적표를 대신할 수도 없었다.

결국 교육부는 장학금 사업에서 통합교육 중인 특수교육 대상자는 사실상 무더기 탈락하고, 특수학교는 아예 배제한 자격요건을 부여한 셈이다.
특수교육 대상자도 대학에 간다. 대학 입학하는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들 반 친구도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학생을 책임지는 교육부 사업에서조차 특수교육 대상자, 그중에서도 특수학교 재학생은 사실상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칼럼 한 편이 얼마나 큰 힘을 내겠나 싶다. 그래도 이렇게 공개적인 문제 제기가 한 번이라도 있어야 내년 사업 땐 ‘고려’라도 해보지 않겠느냐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특수학교에도 사람이 있다. 학생들이 엄연히 실존하고 있다.
류승연 ‘아들이 사는 세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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