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즈데이는 웬즈데이”···팀 버튼표 ‘스톱모션 애니’ 더해 반가움 더한 시즌2

창백한 얼굴에 고집스럽게 땋은 양 갈래, 시큰둥한 표정의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가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그는 마을 제리코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았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시작된 새 학기. 별종(outcast)들의 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 학생들은 ‘그’ 해결사 웬즈데이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물론 우리의 반사회적 주인공은 이 인기가 귀찮기만 하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동료들과의 친분도 쌓았지만, “웬즈데이는 웬즈데이”다.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11일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팀 버튼 감독과 배우들은 시즌2에서도 ‘변치 않는’ 웬즈데이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웬즈데이를 연기한 제나 오르테가는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확실히 안다. 다른 사람이 맞출지언정 그가 남에게 맞추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공개된 <웬즈데이> 시즌2 파트1(1~4회)은 개학하자마자 또 다른 연쇄 살인 사건에 연루되는 웬즈데이의 이야기를 담는다. 양 눈을 파낸 시체들이 발견되고, 한 눈에 흰 끼가 도는 수상한 까마귀가 사건 현장과 웬즈데이 주변을 맴돈다.
영적 능력이 있지만, 통제하지 못했던 웬즈데이는 물체·사람에 닿았을 때 무작위하게 사건 전후 환상을 볼 수 있었다. 능력을 뜻대로 쓰고 싶었던 그는 여름 방학 내내 홀로 단련한다. 하지만 지나친 영적 능력 사용의 부작용으로 검은 눈물을 흘리고, 아예 환상을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오르테가는 “이 능력을 잃어버리면서 웬즈데이가 가족과 친구에게 조금은 기댈 수 있게 된 면이 있다”고 했다.
<웬즈데이>는 팀 버튼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미국 만화가 찰스 아담스가 창작한 1938년 만화를 시작으로 1960년대 미국 코미디 드라마, 1990년대 영화로 만들어진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가 바로 웬즈데이다.

시리즈도, 그 연작도 처음인 팀 버튼은 새 시즌에 웬즈데이의 엄마 모티시아(캐서린 제타 존스)와 아빠 고메즈(루이스 구스만), 동생 퍽슬리(아이작 오도네즈), 외할머니 헤스터 프럼프(조애나 럼리) 등 널리 사랑받았던 가족 구성원들을 극에 본격적으로 출연시킨다. 팀 버튼은 “아담스 패밀리에 대한 서사, 특히 3대에 걸친 모녀 관계 사이의 가족 서사가 깊이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시즌2 1화에는 팀 버튼의 팬이라면 반가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두개골 나무 이야기)이 등장한다. 팀 버튼이 스케치하고 조각한 초기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통 스톱모션 장면이다. 팀 버튼은 “첫 영화 <빈센트>를 만들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좋았다”고 했다. 이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정통의 느낌과 인간의 손길이 닿은 질감과 촉각이 살아 있다.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매개체라 생각하고, 그 정신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팀 버튼적 상상력이 넘실대는 세계와 ‘별종’으로 분류되는 등장인물들은 ‘나다움’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웬즈데이> 시즌1이 누적 시청 17억 시간으로 역대 영어 쇼 부문 역대 시청 수 1위를 기록한 것은 그로 인해 만들어진 독특한 매력이 전 세계적으로 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팀 버튼은 오히려 ‘평범’(normal)이라는 단어가 기이하지 않냐고 물었다. “아담스 패밀리가 이상한 가족이라고 하지만, 가족들은 다 저마다 다른 이상함이 있지 않나요. 누구나 학교, 사회, 심지어 가족 안에서 ‘나는 좀 이상하고 특이한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죠. 조금 이상한 게 오히려 평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별종들에게 공감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팀 버튼이 말했다.

오르테가도 ‘사랑스럽지 않은 괴짜 소녀를 연기할 때의 고민’을 묻는 말에 “전형적인 사랑스러움이 무엇인가”를 되물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혹되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낼 줄 아는 여자아이들이야말로 사랑스럽지 않냐”면서 “모두가 결함이 있지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즌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웬즈데이가 친해지기 쉬운 타입이라는 건 아니다. 웬즈데이에 대한 애정을 줄곧 말하던 오르테가는 ‘그를 실제로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냐’고 묻자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무릎을 꿇거나, 숨어버리지 않을까. 저도 웬즈데이도 고집이 세서 한 공간에 있는 건 불편할 것 같다. 웬즈데이가 아마 저를 아주 화나게 할 거다”라며 웃었다. 아무래도 그게 웬즈데이일 테다.
길들일 수 없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웬즈데이의 나머지 이야기(시즌2 파트2, 4회)는 다음 달 3일 공개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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