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아픔 다뤄온 ‘기독교사상’ 800호…“교회 극우화가 당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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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앞으로 10년이면 한국 기독교가 15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때까지는 어렵더라도 계속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한기독교서회가 1957년 창간한 이 월간 잡지는 1960~70년대 '사상계'와 어깨를 견줄 정도였다.
정필석 편집장은 "군사정권 잠깐의 정간을 제외하면 68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매달 발간했다"며 "단순한 종교 잡지를 넘어 한국 교회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온 기독교 지성의 기록"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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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앞으로 10년이면 한국 기독교가 15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때까지는 어렵더라도 계속 달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8월호로 통권 800호를 맞은 ‘기독교사상’ 이야기다. 최근 만난 이 잡지 편집위원 김흥수(75) 목원대 명예교수는 “구독자 수가 줄어 거의 적자 상태임에도 발행을 멈출 수 없다”며 “한국 기독교의 과거도 정리하고 미래도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기독교서회가 1957년 창간한 이 월간 잡지는 1960~70년대 ‘사상계’와 어깨를 견줄 정도였다. 지명관(1924~2022) 전 한림대 교수가 ‘사상계’와 ‘기독교사상’ 편집위원을 겸하며 두 잡지의 편집 방향을 공유한 적도 있다. 그 시절엔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의식깨나 있다고 자부하던 이들이 애독하던 잡지였다.
창간호에서 “사상의 불안정과 빈곤에서 비롯된 사회적 무질서를 기독교 복음 진리로써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창간 목적을 못 박았다. 편집 방향도 진보적 인사들이 주도했다. 김천배·김관석·박형규 목사 등 진보적 개신교 원로와 유석종·유동식·장병일 교수 등이 역대 주간을 맡았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편집 고문을 맡은 적도 있다. 신학 논쟁, 교계 문제뿐만 아니라 당면한 정치·사회 현안을 파고들었다. 1960년대엔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를 비판적으로 다루며 교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군사독재 시절엔 정간까지 당했다. 1985년 10월호에 실린 ‘한국기독교전래100주년 여성대회’의 르포 기사를 문제 삼았다. 기사에 담긴 ‘북한 선교’ 관련 내용 때문에 11월호부터 5개월간 잡지 발행이 중단됐다. 정필석 편집장은 “군사정권 잠깐의 정간을 제외하면 68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매달 발간했다”며 “단순한 종교 잡지를 넘어 한국 교회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온 기독교 지성의 기록”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1960년대에는 토착화 신학 논쟁, 70년대엔 민중신학, 80년대엔 통일 문제 등을 많이 다뤘어요. 교회 내부 문제만큼이나 사회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20년 넘게 편집위원·주간으로 함께한 김 명예교수는 “분단, 독재 등 시대적 아픔을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시대 변화와 함께 잡지의 주요 관심사도 이동했다. 지난해 12월호는 기후위기, 올해 3월호는 인구 감소 문제에 집중했다.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맞서는 동성애 논쟁도 뜨거운 주제다. 김 명예교수는 “동성애 관련 글을 실을 때 찬반 양쪽을 소개하려 노력해도 관련 단체들이 고발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토론의 장, 공론의 장이 위협을 받거나 줄어들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편집장은 ‘교회의 극우화’를 당면 이슈로 꼽았다. 지난 4월호에 ‘극우 세력의 득세와 기독교’를 특집으로 실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 편집장은 “각종 정치 사안에 교회가 끼어들어서 찬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며 “이 잡지가 한국 교회가 분열되지 않고 의견을 모으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독교사상’을 발간하는 대한기독교서회는 1890년 선교사들이 만든 문서선교 기관인데, 주로 찬송가와 신학 서적을 발간했다. 10여개 교파가 이사진으로 참여한 범교파 성격의 기관이다. ‘기독교사상’은 창간 당시 3천부를 찍었고, 한때 7천부까지 기록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이용이 많다. 김 명예교수는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이용 횟수가 54만회, 연간 10만회에 달한다”며 “국내 기독교 잡지 중 가장 많은 이용 횟수를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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