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가족 간에도 거리가 필요해” 나와 타인의 ‘명확한 경계’

이런 경우, “아무리 가족이라도 ‘거리 두기’가 필요해요. 더 이상의 침범은 단호히 거절하고 필요하다면 연락도 끊고 지내봐요”라는 제안도 하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그러냐”며 상당히 괴로워한다. 그만큼 ‘가족’이니까 죄책감도 크고, ‘가족’이니까 미련도 남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무릇 건강한 가족이란, 서로 간에 적절한 ‘경계(Boundary)’가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너무 경직되어 남보다 못한 관계도 문제지만, 너무 밀착되어 과하게 침투해 들어오는 관계도 문제다. 원치 않는데 만지거나 때리는 신체 침투, “그 사람 만나지마!”와 같은 관계 침투,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나 해”와 같은 의사결정 침투, 방에 마구 들어가거나 스마트폰 내용을 다 공유하길 원하는 일상·시간 침투 등···. 이 모든 게 가족 이전에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그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그의 삶에 적절히 관여하는, ‘명확한 경계’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렇듯 가족 간에도 필요한 게 ‘경계’인데, 타인과의 관계는 오죽하겠는가. 연인, 친구, 선후배, 직장 동료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현재 누군가의 잦은, 과한 침범으로 나의 자율성과 행복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면, 분연히 경계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계속되는 침범에 나 자체가 점점 소멸(消滅)되어 종내는 사멸(死滅)되는 것보다는, ‘불효막심한 자식, 이기적인 형제자매, 헌신하지 않는 배우자, 싸가지 없는 후배’ 등의 멍에를 감당하는 게 낫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거리 두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건? 일시적 멍에를 감당할 ‘용기’ 한 방울이다.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2호(25.08.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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