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가족 간에도 거리가 필요해” 나와 타인의 ‘명확한 경계’

2025. 8. 11. 14: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부모형제의 빚투나 금전 문제로 끝내 절연을 택한 연예인들 소식을 간간이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돈이 뭔지”와 함께 “가족이 원수”란 말도 절로 나온다. 비단 연예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상담실에서도 왕왕 벌어지는 일이다.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30대 남성 A씨. 고교 졸업 후 대기업에서 일해온 지 10여 년이나 되었지만 수중에 모아둔 돈은커녕 부모 대신 진 억대의 빚만 있을 뿐이다. 그의 부모는 사업자금 등 이런저런 명목으로 대출을 요구해왔고, 때 마다 상환은 A씨의 몫이 되었다. 20대 여성 B씨. 그녀는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다. 하지만 B씨의 부모는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스타일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사사건건 간섭을 해왔다. 조금이라도 부모 뜻과 다른 언행을 할 때면 “네가 내 자식인 게 부끄럽다”, “너는 늘 문제다”, “그렇게 할 거면 당장 그 집 내놓고 이제껏 지원받은 돈 다 토해내라” 등등의 비난과 언어폭력을 서슴치 않았다. A씨에겐 경제적 침범이, B씨에겐 정서적 침범이 문제인 것이다.

이런 경우, “아무리 가족이라도 ‘거리 두기’가 필요해요. 더 이상의 침범은 단호히 거절하고 필요하다면 연락도 끊고 지내봐요”라는 제안도 하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그러냐”며 상당히 괴로워한다. 그만큼 ‘가족’이니까 죄책감도 크고, ‘가족’이니까 미련도 남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무릇 건강한 가족이란, 서로 간에 적절한 ‘경계(Boundary)’가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너무 경직되어 남보다 못한 관계도 문제지만, 너무 밀착되어 과하게 침투해 들어오는 관계도 문제다. 원치 않는데 만지거나 때리는 신체 침투, “그 사람 만나지마!”와 같은 관계 침투,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나 해”와 같은 의사결정 침투, 방에 마구 들어가거나 스마트폰 내용을 다 공유하길 원하는 일상·시간 침투 등···. 이 모든 게 가족 이전에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그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그의 삶에 적절히 관여하는, ‘명확한 경계’와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렇듯 가족 간에도 필요한 게 ‘경계’인데, 타인과의 관계는 오죽하겠는가. 연인, 친구, 선후배, 직장 동료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현재 누군가의 잦은, 과한 침범으로 나의 자율성과 행복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면, 분연히 경계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계속되는 침범에 나 자체가 점점 소멸(消滅)되어 종내는 사멸(死滅)되는 것보다는, ‘불효막심한 자식, 이기적인 형제자매, 헌신하지 않는 배우자, 싸가지 없는 후배’ 등의 멍에를 감당하는 게 낫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거리 두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건? 일시적 멍에를 감당할 ‘용기’ 한 방울이다.

① 경제적 거리 두기: 경제적 지원받지 않기, 금전 거래 거절하기, 금전 지원 시 한계 두기 ② 물리적 거리 두기: 만남의 횟수 줄이기(주 1회 → 월 1회), 전화받거나 하지 않기, SNS 차단하기 ③ 정서적 거리 두기: 비난에 거부감 표시하기, 대화 주제 제한하기, 그만할 것을 요구하기 등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2호(25.08.12) 기사입니다]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