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의 '골든'이 불러온 '고음 경연회'...종결자는 누구? [IZE 진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K-팝 시장에 또 하나의 유행을 가져왔다. '고음 챌린지'다. 가창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수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인 OST로 미국 빌보드 차트까지 석권하고 있는 '골든'(golden)을 커버하며 성량을 뽐내고 있다. 특히 고음에 뜨겁게 반응하는 국내 팬들은 각 가수들의 '골든' 커버 영상을 경쟁적으로 챙겨보며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인 이재가 부른 '골든'은 웬만한 가창력으로는 소화하기 어렵다. 최고음이 '3옥타브 라'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쉽게 접근했다가 낭패보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창력으로 정평이 난 가수들이나 그룹의 메인 보컬들이 주로 도전하고 있다.
특히 뜨거운 영상의 주인공은 걸그룹 S.E.S 출신 바다다. 1세대 걸그룹 메인 보컬 중에서도 핑클의 옥주현과 함께 투 톱을 이루는 바다는 시원한 고음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뻥 뚫어 놓는다. 그가 부른 영상의 조회수는 260만 뷰에 육박한다. 특히 "아이돌 기강 잡으러 오신 선대 헌터님"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걸그룹 헌트릭스는 퇴마사다. 과거의 무당을 시작으로 수많은 걸그룹들이 이 계보를 이어왔다는 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S.E.S를 이끈 바다는 '선대 헌터'라 불릴 만하다.

'고음 종결자'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에일리도 합류했다. 에일리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박력있는 고음은 원곡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와! 천하제일 골든대회가 열렸나? 전국의 고수들이 너도나도 참가 중" "허리가 아파서 누워서 들었는데 제 허리디스크가 골든디스크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재치있는 댓글에 수천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 외에도 권진아, 소향 등이 '골든' 챌린지에 동참했다.
헌트릭스가 걸그룹이듯, 각 걸그룹의 메인 보컬들도 도전장을 냈다. 다비치의 이해리를 비롯해 마마무의 솔라, 아이브의 안유진, 엔믹스의 릴리 등의 커버 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내·외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고 조회수의 주인공은 안유진이다. 그가 부른 '골든' 챌린지 영상의 조회수는 11일 기준 647만 회다. 댓글만 1만 8000개가 넘게 달렸다. 안유진의 커버 영상이 더 지지받는 이유는 헌트릭스의 '골든'이 아이브의 '아이 엠'(I am)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와! '골든' 처음 듣자마자 아이브 'I am' 느낌난다고 생각했는데 유진이 커버 들으니까 너무 신기하고 좋다" "뭐지, 너무 잘하는데? 저음도 너무 좋고 보컬 스타일 자체가 시원해서 그런지 노래랑 너무 잘 어울림… 루미 그 자체"라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고음은 가수들의 가창력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되곤 한다. 특히 한국에서 스틸 하트의 '쉬즈 곤'과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 소찬휘의 '티어스'는 노래깨나 부른다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임재범, 이소라, 김범수, 김연우, 박정현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 잘한다는 가수들을 한데 모아 순위를 매겼던 MBC 예능 '나는 가수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창법과 퍼포먼스로 다양한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고음을 보여준 가수"라는 따가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음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대목에서 대중이 더 주목하고 감동하는 탓이다.
'골든' 챌린지는 과거 큰 인기를 누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렛 잇 고'(Let it go) 챌린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 역시 고음이 돋보이는 파트가 포함됐고, 당시에도 국내·외 유명 가수들이 앞다투어 챌린지 영상을 내놨다.

하지만 '골든'을 단순히 고음으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고음 파트의 가사를 음미해야 한다. "나는 더이상 숨지 않아, 나는 원래 빛나는 존재로 태어났으니까"(I'm done hidin'/Now I'm Shinin'/like I'm born to be)라는 가사는 이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 루미가 자신이 가진 약점을 깨고 다시 도약하는 장면과 찰떡 궁합이다.
루미는 악령과 퇴마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그래서 악령의 문신을 갖고 있었고, 항상 몸을 숨겨야 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를 가둔 벽을 깨고 주위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우뚝 서는 과정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하는 주요 메시지다. 이 대목에서 고음이 천정을 뚫고 나오듯, 루미는 자신을 옥죄던 심리적 감옥을 깨고 나온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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