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낭만·의리 따윈 없다" MZ조폭의 탐욕

김종우 2025. 8. 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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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SBS 드라마 <야인시대> 가 안방을 점령했다.

김두한의 성장기부터 일본 낭인 패거리 하야시파와의 대결, 해방 후 좌우익 투쟁, 자유당 시절 정치적 격동까지 폭넓게 그려냈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나는 김두한이다"를 외쳤고, 중고생들은 드라마를 보려고 자율학습을 빼먹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약자를 지키고 권력에 맞서는 의리의 협객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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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2002년 SBS 드라마 <야인시대>가 안방을 점령했다. 김두한의 성장기부터 일본 낭인 패거리 하야시파와의 대결, 해방 후 좌우익 투쟁, 자유당 시절 정치적 격동까지 폭넓게 그려냈다. 당시 초등학생들은 "나는 김두한이다"를 외쳤고, 중고생들은 드라마를 보려고 자율학습을 빼먹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약자를 지키고 권력에 맞서는 의리의 협객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실제 한국 조직폭력배의 역사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1950∼60년대 명동·종로·영등포에서는 극장가와 유흥업소, 주류 공급권을 둘러싼 세력 다툼이 치열했다. 김두한의 종로파, 이정재의 동대문파, 이화룡의 명동파가 3각 구도를 형성했다. 70∼80년대에는 범호남파에서 갈라진 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이 전국 단위로 세력을 확장했다. 1990년대 초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으로 기존 폭력조직들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일부는 유흥·부동산·건설업계로 영역을 옮겨 명맥을 이어갔다. 이들 중 한 명이 지난해 사망한 신상현이었다.

신상사파 두목 신상현은 '명동의 황제'로 불린 1세대 조폭이었다. 그는 6·25 전쟁 당시 특무부대 상사 출신으로, 1954년 상경해 명동 중앙극장을 거점으로 세력을 구축했다. 1970년대 명동·무교동 유흥가의 상당한 이권을 장악했다. 1975년 범호남파 조양은과의 '사보이호텔 사건'은 조폭사에 기록된 대규모 유혈충돌이었다. 당시 조직들은 나름의 계보와 조직 논리를 내세웠고, 금전적 이익을 넘어 세력권과 체면을 중시하기도 했다. 최근 그의 1주기 추도식에는 전국의 원로 주먹 250여 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세대교체와 함께 조폭의 양상도 크게 변했다.

현재 어둠의 세계는 20∼30대 중심의 신세대 조직폭력배(MZ 조폭)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 피싱, 대포통장 유통, 불법 온라인 도박, 가상화폐 사기 등 디지털 기반 범죄에 집중한다. 특정 지역이나 업종을 장기간 장악하는 대신 단기 수익형 범죄를 저지르고 흩어지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조직의 위계질서나 의리보다는 즉각적인 이익에만 몰두한다. 무차별 폭행이나 강탈 같은 묻지마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 조직들이 기피했던 마약 유통이나 불법 사금융, 전세 사기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조직폭력배는 어떤 형태든 사회악이다. 과거에는 나름의 명분과 논리로 포장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사라져 오로지 탐욕만 남았다. MZ 조폭들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 범죄 수법을 교묘하게 발전시킬수록 일반 시민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의 조직폭력배는 그저 범죄자에 불과하다. 조폭을 아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들에 대한 단호한 법적 처벌과 함께 청년층이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과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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