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가 말하는 자궁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공필 의학전문기자 2025. 8. 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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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은 5년 생존율이 80~90%에 이르기 때문에 ‘순한 암’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자궁경부암은 20년 이상 생존율이 정체 상태이고, 자궁내막암은 조기 발견할 수단이 마땅찮다. 만만한 듯 만만하지 않은 자궁암에 대해 알아봤다.

[우먼센스] 지난 8월 4일 남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날 오전, 이성종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 만났다. 이성종 교수는 전날 밤 병원 연구실에서 잤다고 했다. 폭우로 오전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수년 전에 집 근처 지하철역 주변이 폭우로 잠겨 제시간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며 "그 후부터 폭우나 폭설 같은 일기예보가 뜨면 아예 병원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했다.

이성종 교수(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 사진 김정선 

이성종 교수는 부인암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다. 우리나라 부인암 수술과 연구를 선도하는 의사 중 한 명으로 자궁암, 난소암, 태반암을 주로 치료한다. 이 교수는 한 해에 약 150례의 부인암 수술을 한다. 작은 혹을 떼내는 원추절제술까지 합하면 연 400~500례 수술과 시술 치료를 한다. 또한 최근 들어 부인암 수술에 많이 이용되는 로봇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자궁경부암 수술에서 개복수술과 로봇수술의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미국, 한국, 캐나다, 브라질 4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연구로 국내에서도 약 1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교수가 국내 대표 연구자로 이 연구를 이끌고 있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발간하는 <부인종양학저널(Journal of Gynecologic Oncology)>의 편집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학술지 편집위원의 역할은 투고된 논문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논문 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미국 볼티모어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면역학을 연구했고,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인근의 머시병원 부인암 센터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로부터 부인암 로봇수술을 배웠다.

자궁암은 크게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자궁체부암)으로 구분한다.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에 발생하는 암이고, 자궁내막암은 자궁 안쪽의 자궁내막에 발생하는 암이다. 두 암은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이 다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발생자 수는 2000년 4,356명, 2010년 4,038명, 2022년 3,174명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자궁내막암 발생자 수는 727명, 1,812명, 3,958명으로 급증했다.

자궁경부암은 감소, 자궁내막암은 급증

바이러스 또는 여성호르몬 장기 노출이 주요 원인

Q. 자궁경부암 환자는 감소하지만, 자궁내막암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자궁경부암은 선별검사를 하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기 직전 단계인 '전암 단계'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요. 이와 달리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졌고,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인구 증가로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Q. 자궁경부암에서 전암 단계는 무엇입니까?

자궁경부암은 HPV(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세포가 약 10년 동안 천천히 변해 암이 됩니다. 이 세포 변이 시기를 전암 단계(이형증 단계)라고 하는데, 이때 검사를 통해 이상 세포를 발견해 제거하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Q. 자궁내막암은 전암 단계가 없나요?

자궁내막암은 자궁내막 증식증과 같은 전암 단계가 있지만, 선별검사가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출혈이 생겼을 때 병원을 방문하는데, 이때는 이미 암으로 진행된 상태예요. 다행히 대부분은 1기에 발견됩니다.

Q. 자궁내막암의 가장 중요한 발생 요인은 여성호르몬인가요?

맞습니다. 한국 여성들의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있어요.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이 늦어졌기 때문이죠. 출산을 하지 않으면 에스트로겐에 더 많이 노출되고, 비만한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지방세포 변환 과정을 거쳐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자궁내막암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무월경도 자궁내막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비만이 심하면 월경을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Q. 자궁경부암 일으키는 HPV의 정체 200여 종 바이러스 중 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 있어 HPV는 어떤 바이러스입니까?

HPV는 인유두종 바이러스라는 이름처럼 사람의 피부나 점막 위에 유두 모양의 돌기를 만듭니다. 200여 종이나 되는데, 대개 사마귀처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돌기를 만들고 쉽게 사라지지만,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자궁경부암이나 구강암, 항문암을 유발할 수 있어요.

Q. HPV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암을 일으키나요?

일부 유형의 HPV는 미세한 상처를 통해 자궁경부에 침투한 후 사람 유전자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종양 단백질을 만들어 종양 세포를 생성하고, 이를 끝없이 증식하는 겁니다.

Q. 자궁경부암을 유발한다는 HPV 16번과 18번 유형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16번 HPV와 18번 HPV는 인체 내에 한 번 들어오면 10년 정도 장기간 생존해요.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은 대부분의 HPV를 모두 인지해 제거할 수 있지만 16번과 18번은 면역 회피 전략을 쓰기 때문에 면역 세포에 쉽게 발각되지 않습니다. 또한 몸 안의 사람 유전자와 쉽게 결합합니다. 특히 16번이 위험해요.

Q. 자궁경부암의 95%는 HPV가 원인이라고 하는데, 나머지 5%는 어떤 요인이 작용하나요?

나머지 5%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세포 성장이 조절되지 않아 암이 발생합니다. HPV가 원인인 자궁경부암은 수술 치료,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HPV와 무관한 암은 이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치료가 좀 더 까다롭습니다.

Q. HPV 백신의 예방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90% 정도 예방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12~13세 여아를 대상으로 국가에서 2가 또는 4가 백신을 2회 무료로 접종해주고 있어요. 4가 백신은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HPV 16번, 18번과 6번, 11번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6번, 18번, 6번, 11번 외에 자궁경부암 유발 HPV로 분류되는 31번, 33번, 45번, 52번, 58번까지 예방하는 9가 백신을 접종할 수 있습니다.

Q. HPV 예방접종 외에 무엇이 중요한가요?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선별검사가 매우 중요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자궁경부암이 되기까지 1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10년에 한 번씩 선별검사를 받아도 대부분의 자궁경부암은 예방됩니다. 우리나라는 의료 시스템이 잘돼 있어 자궁경부세포 검사와 HPV 검사를 모두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자궁경부암은 유전자 이상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출혈 같은 증상이 있을 경우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Q. 국가에서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 간격으로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있습니다. 자궁경부 세포 검사의 결과는 신뢰할 만한가요?

민감도(질병이 있을 경우에 질병이 있다고 판별하는 비율)가 80%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하면 조기 진단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5년 생존율 20년간 제자리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장으로 크게 개선될 전망

Q. 자궁경부암은 병기별로 어떻게 치료합니까?

1기부터 2기 초기까지는 수술을 합니다. 2기 말부터는 방사선치료를 추가하는데, 이는 의사가 아무리 자궁을 잘 제거해도 2기 말이면 암세포가 자궁 바깥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궁 주변 림프절이나 골반 림프절에 전이된 3기에는 방사선치료를 합니다.

Q. 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된 4기일 경우는요?

4기 초기인 4a 단계는 암이 자궁 앞 방광까지 전이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까지는 암이 모여 있기 때문에 방사선치료를 합니다. 그러나 4b 단계는 폐처럼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암이 퍼져 있기 때문에 방사선치료보다 화학항암제 치료를 합니다.

Q. 항암제로는 화학항암제 외에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까지 사용된다면서요?

시스플라틴 같은 화학항암제와 베바시주맙 같은 표적항암제를 함께 사용합니다. 베바시주맙은 종양과 연결되는 혈관의 생성을 억제해 암을 죽이는 약물이에요. 최근에는 여기에 펨브롤리주맙이라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 특히 T세포로 하여금 암을 공격하게 만들어줍니다.

Q. 이처럼 무기가 다양해졌지만 자궁경부암 5년 생존율이 2000년 80.3%, 2010년 80.7%, 2022년 79.9%로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00년 이후에도 많은 약제가 개발됐지만 생존율을 의미 있게 증가시킬 만한 새로운 치료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최근 3~4년 전부터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향후 생존율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면역항암제는 총 6회 주사 치료를 하는데, 일단 효과를 보인 환자에게는 드라마틱한 효과가 지속됩니다.

자궁내막암은 4기 초반까지 수술 가능

비만 심하면 여성호르몬 불균형으로 암 위험 증가

Q. 자궁내막암은 크게 어떻게 분류하나요?

예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관련 암과 에스트로겐과는 무관한 P53 변이암으로만 나눴는데 최근 들어 DNA 복제 오류로 인한 복구 결함과 린치 증후군 같은 유전병 유형이 추가됐습니다.

Q. 자궁내막암은 병기별로 어떻게 치료합니까?

자궁경부암과 달리 1~4기 초반까지 모두 수술이 가능합니다. 수술로 자궁과 전이 부위를 절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기 초반은 경과 관찰만 하고, 1기 말은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합니다. 3기나 4기는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포함해 복합적으로 치료합니다.

Q. 자궁내막암을 예방하기 위해 체중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만이 아주 심해지면 가장 먼저 월경이 없어집니다. 월경이 없으면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은 생기지 않고, 에스트로겐만 계속 생깁니다. 배란을 해야 프로게스테론이 생겨 2가지 여성호르몬의 균형이 맞춰지는데, 월경이 없으면 이 균형이 무너집니다. 에스트로겐은 활동을 증진시키는 여름 호르몬이고, 프로게스테론은 활동을 억제하는 겨울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름 호르몬과 겨울 호르몬이 번갈아가며 균형을 맞춰야 암이 생기지 않는데, 이 균형이 무너져 암 발생 위험이 올라가는 거죠.

Q.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나요?

자궁내막암은 암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선별검사가 없기 때문에 출혈이나 이상 분비물이 보일 경우 가급적 빨리 병원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자궁경부암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분비물은 보통 하얀 색깔이지만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엔 노란색을 띠고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가 심하게 납니다. 월경이 끝나고 1~2주 사이에 출혈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궁내막암 로봇수술 증가 추세

개복·복강경·로봇수술의 결과는 비슷, 질병 상태에 따라 선택

사진 게티이미지 뱅크 

Q. 자궁내막암 수술에서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의 비율은 어떻습니까?

자궁은 노출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개복수술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요즘 90% 정도는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을 하고, 종양이 아주 크다든지 다발성 전이의 범위가 넓은 10% 정도는 개복수술을 해요. 최소침습수술의 경우 과거에는 복강경수술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로봇수술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각 수술의 장단점을 잘 비교해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최근에는 배꼽에 구멍을 하나만 뚫는 단일공 로봇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어요.

Q. 어떤 수술법의 결과가 가장 좋은가요?

수술 결과는 비슷합니다. 결국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술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은 최소 침습수술이기 때문에 통증이 덜하고 출혈이 적어 환자의 회복이 빠르지만, 종양이 너무 클 경우에는 개복수술이 필요하죠.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은 수술 시 암세포를 떨어뜨리고 나올 가능성이 있어요. 물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Q. 수술법에도 많은 변화가 있지요?

배꼽에 구멍 하나만 뚫거나 질을 통해 로봇팔이 들어가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암이 림프절에 전이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자궁 주변의 40~50개 림프절을 모두 절제했지만, 요즘엔 형광물질을 주입해 암이 전이된 림프절만 선택적으로 절제할 수 있습니다.

Q. 출산을 원하는 환자의 가임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합니까?

자궁경부암은 크기가 작은 경우 자궁경부만을 절제하고 자궁 체부를 보존해 경부를 들어내도 자궁만으로 임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궁경부봉출술을 시행합니다. 자궁경부 봉출술은 자궁 입구를 실로 묶어 봉합하는 수술이에요. 자궁내막암의 경우 임신이 되는 곳에 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절제하지 않고 프로게스틴 호르몬요법으로 자궁내막을 보존하기도 합니다.

Q. 끝으로 자궁암과 관련해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 발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암이 안 생기게 예방하는 것입니다. 완벽한 예방법은 없지만 적절한 식사와 운동으로 체중 관리를 해야 면역력이 잘 유지됩니다. 그리고 암 초기에는 무증상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이성종 교수의 자궁암 체크 포인트

1. 자궁경부암은 감소, 자궁내막암은 급증하고 있다.

2. 자궁경부암은 10년간 전암 단계를 거쳐 암이 된다.

3. 자궁경부암의 95%는 HPV가 원인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4.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주요 원인이다.

5. 비만한 여성에게 자궁내막암이 많이 생긴다.

6.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12~13세 예방접종이 필수다.

7.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덕분에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8.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9. 출혈, 이상 분비물이 있으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10. 체중 관리와 정기검진이 최고의 예방법이다.

이성종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항암면역치료 연구 및 임상 연구를 진행했고,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부교수를 거쳐 현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등 부인암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부인종양연구회 사무총장,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대한부인종양학회 수련위원장과 부인종양학저널(<Journal of Gynecologic Oncology>) 편집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CREDIT INF

취재  김공필 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정선, 게티이미지뱅크 

 

김공필 의학전문기자 womansens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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