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세계 1위인데 대학 수준은 낮은 한국…외국인도 "박사받고 중국 가요"

최은서 2025. 8. 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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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 K도약 리포트]
교육 수준 향상돼 급격한 경제·산업 성장
세계 최상위권 대학은 없고 경쟁력 떨어져
외국인재 못 끌어들이고 되레 유출 현실
주입식 교육에 갇혀 연구 창의성 걸림돌
"수익자 부담형 벗어나 국가 투자 필요"
지난해 2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정이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한글의 영향으로 문맹률이 1%대에 불과한 국가. 18~21세의 10명 중 7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국가(e-나라지표 통계상 2024 고등교육기관 진학률 74.9%).

광복 이후 80년간 우리나라가 급격한 경제·산업 성장을 이룬 데는, 전반적인 교육 수준의 향상이 토대가 됐다. 익히기 쉬운 한글이 공용화되면서 문해의 문턱이 낮아졌고, 배움과 출세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교육 발전을 견인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은 이제 한계점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높고 '명문대' 집착이 심한 국가인데도, 국내 대학들의 세계적 위상은 떨어진다. 보편적인 교육 수준이 높아진 반면 대학 경쟁력은 떨어지는 모순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가가 대학 투자에 힘써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이수율 OECD 1위···해외 경쟁력 답보 상태

올해 2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의 학력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2024)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청년층(만 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7%로 OECD 국가 중 1위(2위 캐나다 66.88%, 3위 일본 65.47%)였다.

이는 고학력을 맹목적으로 지향하는 취업 시장 특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유럽 국가 등은 학력 수준과 관계없이 다양한 직군으로 취업이 가능한 반면, 우리나라는 일정 수준 이상 대학에 특정 전공 계열을 나와야 취업이 수월하다 보니 학력 경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대입 경쟁은 치열하지만 정작 국내 대학의 세계적 경쟁력은 떨어지는 추세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콰콰렐리 시몬즈(Quacquarelli Symonds)가 6월 18일 발표한 최신 세계 대학 순위에서 100위권 안에 진입한 우리나라 대학은 3곳(서울대 38위, 연세대 50위, 고려대 61위)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2개 대학이 감소했다. 또 지난해 전체 1,500위권 내에 올랐던 국내 43개 대학 중 올해 순위가 오른 건 16곳에 불과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대학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아시아권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올해 중국은 100위권 내에 홍콩 5개 대학을 포함한 10개 대학이, 전체 순위권엔 81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인도는 올해에만 전체 순위권 내에 총 54개 대학이 새로 포함, G20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대교협 관계자는 "최근 중국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국공립 대학에 투자한 결괏값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이라며 "예전에는 대학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우위로 여겨졌다면, 현재로선 상황이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암기식 교육하고, 외국 인재 못 끌어들이고

모히트 쿠마르 아주대 교수가 5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 5일 아주대 팔달관 연구실에서 만난 인도 출신의 모히트 쿠마르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첨단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지난 5년간 한국의 이공계 연구·개발 환경에 몸담으며 느낀 국내 대학의 고질적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모히트 교수는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 확보가 안 되는 결정적 원인으로 외국인 인재들이 해외로 쉽게 유출되는 현실을 짚었다. 세계적인 대학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재들을 끌어들이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외국인 학생이 지원을 받지 못하다가 중국 등에서 제시하는 막대한 지원을 받아들여 옮겨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인재 유출이 반복되면 수년 단위의 장기적인 연구·개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모히트 쿠마르(오른쪽) 아주대 교수가 5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 광전자재료 연구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반도체 공정에 따라 소자를 만들면 모히트 교수가 이를 검증하고 평가하는 식으로 지도가 이뤄진다. 박시몬 기자

주입식 교육으로 육성된 한국 학생들이 창의적인 연구 시도를 어려워하는 경향도 대학 발전을 더디게 한다. 모히트 교수는 "인도는 학생 진로에 따라 암기식 커리큘럼과 사유형 커리큘럼이 별도로 있다"며 "반면 한국은 교육 방식이 (주입식으로) 일원화돼 학생들이 호기심 영역에서 부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학생들은 대학에서 호기심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교수가 정한 연구 과제를 따라 수행하는 경향이 강해 이마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기존 관행을 깨고 학생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모히트 교수는 "이스라엘에선 교수와 학생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클럽' 형태의 모임이 활성화돼 학생이 창의적인 연구 시도를 하도록 돕는다"며 "한국도 교수의 연구 과제에 종속되는 한계를 넘어, 학생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해답은 인재와 대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

5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 광전자재료 연구실에서 모히트 쿠마르(왼쪽 두 번째) 교수가 반도체 공정을 배우는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외국인 인재 유출을 막고 국내 학생의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국가의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하다. 2022년 우리나라 정부의 대학 교육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단 0.6%로 OECD 평균(0.9%)에도 못 미치는 등, 여전히 사립대 위주의 수익자 부담형(배우는 학생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모히트 교수는 "예컨대 한국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 인재가 지역대학 교수로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면 수도권 주요대학의 인재풀이 지역으로 확산될 뿐만 아니라 지역에도 국제 학생을 또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분야 등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하며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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