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재정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제주형 기초단체 재정 배분 문제
변화와 혁신을 넘어 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없다. 다른 내일을 위해서는 다른 생각, 다른 전략, 다른 시스템, 다른 실행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혁신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섬이다의 김종현 대표와 함께 제주의 '다른 내일'을 독자와 함께 모색해 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격주로 만나볼 수 있다. / 편집자 주
'도지사와의 담판'이 아니라 '민주적 공론장'이 필요하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행정체제 개편으로 서귀포시 배정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대응 방안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정 등의 문제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담판을 지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으로 3개 권역의 제주형 기초단체가 설치될 경우 서귀포시 재정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정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담판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도지사와의 담판으로 서귀포시 재정 감소를 해결할 수는 없다. 기초단체의 조세와 재정에 관한 사항은 법률과 조례로 매우 세밀하게 규정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수성으로 조례를 통해 일부 조정할 수 있지만, 기본 원리와 원칙을 벗어날 수는 없다. 더구나 '재정' 문제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이다. 확고하고 합리적인 원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면, 분쟁만 낳을 뿐이다.


서귀포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간단한 산수를 통해서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인구 상대 비율은 제주시 73%, 서귀포시 27%이다. 2025년 예산서에 따르면 제주시는 행정시 예산의 62%를, 서귀포시는 38%를 배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귀포시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2개 행정시에서 3개 행정구역의 제주형 기초단체가 실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귀포시가 상대적으로 더 낙후되었다고 보기 쉽지 않다. 예상 지방세를 놓고 보면, 서귀포시보다 동제주시가 더 취약하다. 인구 비율은 동제주시는 35%, 서제주시는 38%, 서귀포시는 27%가 된다. 만약 서귀포시의 예산 비율을 현행 38%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동제주시와 서제주시는 30%, 32%로 배정해야 한다.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인구는 더 많은 데, 예산은 더 적게 배정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2025년 예산서의 행정시 예산을 하나의 기준으로 3개 행정구역에 배분하는 가정을 해 보자. 인구 대비로 배정한다면, 서귀포시는 예산 비율이 38%에서 27%로 줄어든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3601억원이 감소한다. 3개 행정구역에 똑같은 금액을 기계적으로 배정해도 38%에서 33.3%로 줄어든다. 금액으로는 1512억원이 감소한다.
기초단체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일반 재원이 충분해야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은 우선 지자체가 직접 확보하는 자주재원과 국가나 광역단체가 지원하는 의존재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세 비중이 크고, 지방세 비중이 작아 의존재원 비중이 크다. 또 다른 기준으로 자치단체가 지출 용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반재원과 국가나 광역단체가 특정 목적을 정해 지원하는 특정재원으로 구분한다. 기초단체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일반재원이 충분해야 한다. 지방세와 세외수입과 함께 국가가 국세의 일부를 지원하는 보통교부세와 광역단체가 지원하는 시군 조정교부금과 자치구 조정교부금이 일반재원이다. 제주형 기초단체의 재정 배분 문제에 있어서, 보통교부세, 시군 조정교부금, 자치구 조정교부금이 핵심 쟁점일 수밖에 없다.
시군은 보통교부세, 자치구는 조정교부금으로 재정부족분을 보전

시군과 자치구의 사무 배분과 지방세 제도가 다르듯, 재정조정제도 적용 방식도 시군과 자치구가 다르다. 우선 교부 방식이 다르다. 시군 기초단체는 중앙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직접 교부받는다. 광역단체인 '도'로부터 시군 조정교부금도 각각 받는다. 자치구 기초단체는 간접 교부 방식이다. 자치구는 보통교부세를 직접 교부받지 못한다. 중앙정부는 자치구에 필요한 보통교부세 금액을 포함하여, 특별시와 광역시에 교부한다. 자치구는 특별시/광역시로부터 자치구 조정교부금만 받는다. 특별시와 광역시는 지방세 재정이 풍부하므로 보통교부세 금액이 적다. 사무 권한도 특별시와 광역시에 집중되어 있다. 중앙정부는 특별시와 광역시만 보통교부세를 교부하고, 특별시와 광역시가 책임지고 기초단체의 재정부족분을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간접 교부 방식은 자치구의 재정자립도을 낮추고 자치권을 훼손하는 부작용이 있다. 대한민국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에서는 이재명 정부에게 보통교부세를 자치구에 직접 교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기초단체가 없다. 중앙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에만 보통교부세를 지급한다. 제주도는 지방세, 세외수입, 보통교부세를 활용하여, 행정시 예산을 배분한다. 자치구 조정교부금 제도는 없지만, 중앙정부가 행정시에 일반재원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치구 조정교부금 방식과 유사하다.

보통교부세, 자치구 조정교부금, 시군 조정교부금은 법률과 조례에 따라 계산 방식이 정해져 있다. 보통교부세와 자치구 조정교부금은 자치단체의 자기 책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본적인 행정서비스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본적인 행정서비스에 필요한 재정 금액을 기준재정수요액이라고 한다. 자치단체가 자기 책임으로 얻은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기준재정수입액이라고 한다. '기준재정수요액 - 기준재정수입액'으로 기본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에 부족한 '재정부족액'이 계산된다.
한정된 재원이기에 재정부족액을 100% 지원해 줄 수는 없다. 배분할 수 있는 재원 총액과 재정부족액 총합산의 비율이 조정률이다. 예를 들어, 모든 지자체의 총 재정부족액이 100조원인데, 배분할 수 있는 총 재원이 80조원이라면, 재정 부족액의 80%만 지원할 수 있다. 재정부족액 x 조정률이 보통교부세와 자치구 조정교부금의 금액이 된다.
보통교부세 조정률은 2023년 73.2%, 2024년 72.4%로 전국 모든 지자체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자치구 조정교부금 조정률은 특별시/광역시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재정 자립도가 높은 서울시는 2024년 조정률이 96.9%로 보통교부세 조정률보다 높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부산시는 2023년 57.97%로 보통교부세 조정률보다 낮은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보통교부세를 재정부족액 X 조정률로 계산하지 않는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기초단체가 사라지자, 보통교부세 총 재원의 3%를 정률로 배분받는 특례가 시행되었다.
시군 조정교부금은 자치구 조정교부금이라는 이름을 비슷하지만, 계산 방식은 전혀 다르다. 목적이 기본 행정 서비스에 부족한 재정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도세 징수를 대행하는 시군에 대한 성과 보상 성격도 있다. 그래서 인구수 50%, 징수 실적 20%, 재정력지수 30%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보통교부세가 되든, 자치구 조정교부금이 되든 그 계산 방식은 비슷하다. 보통교부세 측정항목은 대통령령으로, 자치구 조정교부금의 측정항목은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보통교부세 측정항목과 부산시 조례에 나온 측정항목은 대부분 인구와 연관된 내용이다. 일부 면적과 연관된 항목도 있으나 그 비중은 크지 않다. 제주형 자치단체의 재정조정 방식이 보통교부세가 되든 자치구 조정교부금이 되든, 인구 비례에 유사하게 기준재정수요액이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이 많은 지역이 재정 수입 총액이 높아지게 된다. 표6)에서 A시, B시, C시의 계산을 놓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B시는 재정부족분이 커서, 가장 많은 보통교부세인 6400억원을 받는다. 하지만 재정수입 총액은 기준재정수입액이 많은 A시가 88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기준재정수요액도 적고, 기준재정수입액도 작은 C는 재정수입 총액이 6800억원으로 가장 적다.
이를 서제주시, 동제주시, 서귀포시에 적용해 추정해 보면, 인구가 많은 서제주시는 수요액과 수입액이 가장 높을 것이다. 인구가 많은 동제주시는 수요액은 높으나 수입액은 적다. 인구가 적은 서귀포시는 수요액과 수입액 모두 낮다. 이럴 경우, 보통교부세는 동제주시에 가장 많이 배정되고, 재정수입 총액 규모는 서제주시 > 동제주시 > 서귀포시 순이 될 것이다. 결국 시군 방식이든 자치구 방식이든 서귀포시 재정은 지금보다 취약해 질 것으로 보인다.
'도'와 '시'의 재정 배분이 먼저 논의되어야
그렇다고 서제주시가 지금 보다 더 나은 재정 환경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기초단체간 재원 배분에 앞서,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하는 것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의 배분이다. 조정교부금 재원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 광역단체 예산이 취약해질 것이다. 반대로 조정교부금 재원이 부족할 경우, 서제주시, 동제주시, 서귀포시 모두 재정이 취약해질 수 있다. 자치구 조정교부세 방식이 될 경우, 제주도의 재정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제주형 기초단체들은 보통교부세 방식보다 낮은 조정률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정된 자원을 놓고, 기초단체 3자간 조정이 필요한 것이 '도'를 포함하여 4자간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제주도가 대답해야 하는 재정 배분 쟁점들
중앙정부 - 제주도 - 제주형 기초단체의 재정 배분 방안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보통교부세 정률 3% 특례 유지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제주형 기초단체의 성격은 시군과 자치구의 중간적 성격이다. 사무, 지방세, 보통교부세, 조정교부금 등에서 시군 방식을 따를 지, 자치구 방식을 따를 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 놓고 보면, 아래와 같은 쟁점에 대해서, 현황과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1. 지방세 항목을 도세와 시세로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2. 보통교부세 3% 정률 특례 유지하는가?
3. 보통교부세 교부 방식은 자치구 간접 교부 방식인가? 시군 직접 교부 방식인가?
4. 조정교부금은 자치구 방식인가, 시군 방식인가?
5. 조정교부금 재원은 무엇이고, '도'와 '시'의 재정 배분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6. 3개 기초단체에 조정교부금을 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7. 이양된 국가사무, 광역사무, 기초사무 특성에 따른 재정수요액 보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8. 현재 행정체제와 비교시 어떻게 달라지는가?
주민투표 실시가 무산된다면, 그것은 재정 배분 방안에 대한 준비 부족 때문
이제까지 이러한 쟁점에 대한 제주도정은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 도의회나 국회에서조차 진지하게 논의된 적도 없다. 현재 진행 상황으로 놓고 보면, 이러한 쟁점에 대한 현황과 방안을 제시할 능력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제주도정은 특별자치도 출범이후 20년 동안 보통교부세의 재정부족액을 계산해 본 적이 없다. 제주를 제외한 16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는 매년 수행하는 업무이다. 행안부는 보통교부세 계산 방식을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금까지 3% 보통교부세 정률제 유지가 나은 지, 불리한 지에 대한 수치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재정이 미치는 영향은 제주형 기초단체 찬반을 가를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지역 재정이 악화되거나 불확실해 지는 상황을 지지할 지역주민과 정치인들은 없을 것이다. 재정 배분 방안이 없으면, 주민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정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지점이다. 이를 조율하려면 숙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고도의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만약 제주형 행정체제 주민투표가 실시되지 않는다면, 구역에 대한 논쟁보다 재정 배분 방안에 대한 준비 부족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제주형 기초단체 주민투표 실시와 관련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 관련 자료
▶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 최종보고서
▶ 지방재정조정제도의 현황 및 향후 과제 : 지방교부세를 중심으로 : 국회 입법조사처
▶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365 : 교부세 현황
▶ 부산시 2023년 결산기준 재정성과/ 평가
▶ 특별·광역시별자치구조정교부금제도의특성 및 재정조정효과 분석. 최원구

김종현의 이력은 다채롭다. 다채롭지만 맥락이 있다. 제주의 미래가치에 기여하는 것이 소명이라는 그답게, 그의 행보에는 '제주의 더 나은 내일'이라는 일관성이 엿보인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천주교 사제가 꿈이던 그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인터넷포털 'Daum'에 입사해 검색 비즈니스팀장을 지내다 2003년 Daum의 제주 이전 실무 책임자가 돼 고향으로 돌아왔고,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로 이직, 넥슨 관계사들의 제주 이전과 사회공헌을 담당하였다.
사회적기업 섬이다(閃異多)를 창업, '닐모리동동', '우유부단', '제주관덕정분식' 등 제주가치에 기반한 창의적인 로컬푸드 브랜드들을 만들었다. 이후 청년들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를 기획, 초대 센터장으로 근무하였다.
현재 그는 사회적기업 섬이다의 대표이사로, 도시재생 로컬크리에이터, 청년활동 등 다양한 혁신 산업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