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물리치는 아이돌? '오겜'에 이은 '케데헌' 신드롬
세계 40개국 1위 오른 '신드롬'
애니메이션 장르 한계 극복해
흥행 비결은 '음악'과 '오컬트'
케이팝 산업 재현 뛰어나지만
팬덤 문화 고증·결말은 아쉬워


4년 후, 또 하나의 이색적 콘텐츠가 유사한 파급력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고, OST 역시 국내 음원차트를 비롯해 스포티파이, 빌보드 등 해외 음원차트 상위권을 석권하며 이른바 '케데헌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흔한 클리셰에 '케이팝'을 수용하다

그 인기의 핵심에는 다름 아닌 '음악'이 있다.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작품인 만큼, 영화 클립이 시청자들에 의해 보다 손쉽게 편집되고 유통될 수 있었다. 실제로 '케데헌'은 공개 직후부터 OST가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다양한 숏폼 플랫폼에 퍼지기 시작했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빠르게 대중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케이팝 아이돌들이 직접 OST를 커버하거나 안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화제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음악에 이어 눈에 띄는 또 하나의 강점은 '케데헌'만의 독특한 콘셉트다. 마법을 지닌 소녀들이 악당을 물리친다는 전형적인 클리셰에 케이팝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결합한 것이다. 주인공 루미가 소속된 걸그룹 '헌트릭스'와 그에 맞서는 빌런 그룹 '사자보이즈'는 각각 여성·남성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지녔다. 단순히 노래만 케이팝 스타일인 것이 아니라, 이들의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은 물론 팬사인회, 콘서트 등 스케줄 구성까지 실제 케이팝 산업의 구조를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단순한 흉내 수준이 아니라 작품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다.


◆다소 아쉬운 서사 완결성…후속작 기대



결말의 구성도 다소 힘이 빠진 인상을 준다. 인간과 악귀의 혼혈이라는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루미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진우 사이에는 서서히 감정선이 쌓여가는 듯했지만 후반부에서는 유야무야해진다. 관객의 영혼을 집어삼키려던 진우가 돌연 루미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전개는 감정적 개연성도 부족하다. 진우는 결국 자신의 몸을 소멸시켜 루미를 구하지만, 루미는 눈물 한 줄기 외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자보이즈가 사라진 이후 헌트릭스 또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팬들과 일상을 이어가는 전개는 비중 있는 메인 빌런 진우의 희생을 무력화시키는 인상을 준다.
서사 중 미처 회수되지 못한 '떡밥'들도 아쉽다. 루미의 부모와 진우의 가족, 사자보이즈를 응원하던 팬들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 언급되지 않은 채 의문으로 남는다. 세계관의 확장을 위해 여지를 남긴 것이라면, 후속작에서 그 진가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후속편에 기대를 걸어보자. 다시 한번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케이팝 '데몬'과 '헌터스'의 신보를 기다리며.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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