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물리치는 아이돌? '오겜'에 이은 '케데헌' 신드롬

최소원 2025. 8. 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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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 감독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세계 40개국 1위 오른 '신드롬'
애니메이션 장르 한계 극복해
흥행 비결은 '음악'과 '오컬트'
케이팝 산업 재현 뛰어나지만
팬덤 문화 고증·결말은 아쉬워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2021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증명한 사례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설탕 뽑기, 줄다리기 등 향수를 자극하는 전통 놀이가 인종과 언어,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감각을 사로잡은 것이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4년 후, 또 하나의 이색적 콘텐츠가 유사한 파급력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고, OST 역시 국내 음원차트를 비롯해 스포티파이, 빌보드 등 해외 음원차트 상위권을 석권하며 이른바 '케데헌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흔한 클리셰에 '케이팝'을 수용하다

'케데헌'의 흥행을 예상치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있었다. 소구층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된 탓에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는 주요 타깃에서 제외됐고,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10대 중반부터 넓게는 30대까지의 시청자층을 겨냥해야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케데헌'이 전 세계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그 인기의 핵심에는 다름 아닌 '음악'이 있다.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작품인 만큼, 영화 클립이 시청자들에 의해 보다 손쉽게 편집되고 유통될 수 있었다. 실제로 '케데헌'은 공개 직후부터 OST가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다양한 숏폼 플랫폼에 퍼지기 시작했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빠르게 대중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케이팝 아이돌들이 직접 OST를 커버하거나 안무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화제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음악에 이어 눈에 띄는 또 하나의 강점은 '케데헌'만의 독특한 콘셉트다. 마법을 지닌 소녀들이 악당을 물리친다는 전형적인 클리셰에 케이팝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결합한 것이다. 주인공 루미가 소속된 걸그룹 '헌트릭스'와 그에 맞서는 빌런 그룹 '사자보이즈'는 각각 여성·남성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를 지녔다. 단순히 노래만 케이팝 스타일인 것이 아니라, 이들의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은 물론 팬사인회, 콘서트 등 스케줄 구성까지 실제 케이팝 산업의 구조를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단순한 흉내 수준이 아니라 작품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한국의 전통문화 요소를 주요 설정에 유기적으로 배치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자보이즈'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저승사자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까치와 호랑이를 형상화한 전령 캐릭터 '수지'와 '더피'는 조선시대 민화인 '까치호랑이'에서 착안했다. 사자보이즈의 리더 진우가 조선시대에 활동했다는 설정과 헌트릭스의 퇴마 등 이를 중심으로 한 오컬트적 연출은 영화 '파묘'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국식 오컬트 장르의 흐름을 이어가는 듯하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 낙산공원, 제주도 등 한국의 주요 장소들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지리적 친숙함까지 더해진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다소 아쉬운 서사 완결성…후속작 기대

헌트릭스가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은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섬세한 고증이 잘 드러난 사례로 손꼽힌다. 뚝배기에 담긴 찌개, 젓가락 아래 깔린 휴지 등은 겉보기에 단순한 연출이지만, 한국인만이 공유할 수 있는 생활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미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디테일이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반면, 케이팝 팬덤 문화에 대한 재현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논란이 된 장면은 헌트릭스-사자보이즈의 합동 팬사인회와 공개적인 친목 묘사다. 현실의 케이팝 산업에서는 이성 아이돌 간의 가벼운 교류조차 연애설로 번지기 쉬운 민감한 사안이다. 더구나 서로 다른 소속사의 남녀 그룹이 합동 스케줄을 지속적으로 소화한다는 설정은 실제 팬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다분히 이상적인 상상에 기반한 서사로, 현실감이 떨어진다.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는 탁월했지만 케이팝 산업의 특수성과 팬덤 문화를 간과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결말의 구성도 다소 힘이 빠진 인상을 준다. 인간과 악귀의 혼혈이라는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루미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진우 사이에는 서서히 감정선이 쌓여가는 듯했지만 후반부에서는 유야무야해진다. 관객의 영혼을 집어삼키려던 진우가 돌연 루미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전개는 감정적 개연성도 부족하다. 진우는 결국 자신의 몸을 소멸시켜 루미를 구하지만, 루미는 눈물 한 줄기 외에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자보이즈가 사라진 이후 헌트릭스 또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팬들과 일상을 이어가는 전개는 비중 있는 메인 빌런 진우의 희생을 무력화시키는 인상을 준다.

서사 중 미처 회수되지 못한 '떡밥'들도 아쉽다. 루미의 부모와 진우의 가족, 사자보이즈를 응원하던 팬들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 언급되지 않은 채 의문으로 남는다. 세계관의 확장을 위해 여지를 남긴 것이라면, 후속작에서 그 진가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데헌'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다. 케이팝이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영역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재해석한 시도는 분명 탁월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후속편에 기대를 걸어보자. 다시 한번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케이팝 '데몬'과 '헌터스'의 신보를 기다리며.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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