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전' 강조하면서 '빨리 공사하라'는 정부

김미리내 2025. 8. 11. 07:4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잇단 인명사고에 포스코이앤씨 현장 전수조사
공공입찰 금지, 면허취소 등 '일벌백계' 방침
가덕도 신공항 건설엔 "공기·공사비 못 늘려"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발생한 사망자가 4명이다. 무거운 숫자다. 포스코이앤씨는 '사즉생'의 각오로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번째 사망사고 후 안전이 확실히 확인되기 전까지 전 현장의 작업을 무기한 중단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한 지 6일 만에 또다시 미얀마 국적의 근로자가 감전사고를 당했다. 그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 지속가능경영보고서 - 중대재해 원인 분석/자료=포스코이앤씨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직접 사명을 언급하며 문제를 지적한 지 7일 만에 발생한 사고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재차 사고 현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103개 시공현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도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 등 다른 정부 부처에서도 포스코이앤씨에 적용 가능한 최고 강도의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사의를 표했고, 그룹은 정 사장 사표를 즉시 수리하고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TF팀장인 송치영 부사장을 신임 사장에 임명했다. 잇단 터널, 도로 사고로 인프라 사업 신규 수주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포스코이앤씨만이 아닌 그룹 전반으로 경영 리스크가 확산하며 포스코그룹 자체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전방위적인 조사와 최고 수위 징계 등 정부는 포스코이앤씨를 '일벌백계'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이 앞으로의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건설업계 안팎에선 징벌적인 조치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안전한 공사현장의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건설현장의 안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짧은 공사 기간과 낮은 공사비 책정의 구조적인 문제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대표적인 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자료=국토교통부 제공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를 추진하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현대건설이 빠졌다. 정부가 내세운 84개월(7년)의 공사기간보다 공기를 늘리고 공사비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정부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측은 조사 결과 해당 지역이 연약지반이라 이를 안정화하기 위한 추가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파제 건설과 매립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파도가 거세 매립이 의미가 없어 방파제를 일부 시공하고 이후 매립을 진행해야 해 공사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산봉우리를 없애고 해상매립도 해야 하는 큰 공사다. 파도도 세다. 난도가 높은 공사인 만큼 완공될 공항의 안정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건설 현장의 안전 역시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공항건설 노하우라는 전문성을 지닌 종합건설사의 요청이지만 국토부는 수의계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국토부가 현대건설이 요구한 공기연장·공사비 조정을 수용해 재입찰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정부의 첫 제안과 현대건설 제안의 중간쯤에서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업력을 쌓아온 건설사가 정밀 진단을 해서 추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고, 이에 맞는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책정해 요구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오랜 기간 사업을 준비해 온 건설사가 정작 사업에서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공사를 맡게 될 곳은 이보다 공기와 공사비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칫 짧은 기관과 비용 부족으로 날림 공사를 진행해 나중에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대체 누가 지느냐"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안전한 공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 외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공사의 최저가 낙찰 방식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공사는 건설경기 악화 상황에서 건설사에는 가뭄의 단비"라면서 "하지만 최저가 낙찰 방식이란 게 문제다. 공사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낮아도 무리해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중대재해가 난 현장을 자체 조사한 결과 원가나 공사기간 이슈가 있었던 현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이 모두 원가절감을 위한 마른 수건 짜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폭염·폭우·폭설 등 기후 리스크도 부담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사 기간을 줄여 손실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무리한 추가 업무 등이 지시될 수 있어서다. 인건비 문제로 숙련공이 줄어들고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는 점도 문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공사 기간과 공사비가 마련된 환경이라면 가덕도 공사도 불가능한 공사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앞에선 '안전'을 말하고 뒤에선 '공기와 공사비를 줄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정부에서 결정한 일이니,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현명한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총선 때에도 양당 모두 중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을 지으려 한 애초 취지를 돌아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덕도 신공항은 130명의 사망자를 낸 김해국제공항 '돗대산 참사' 이후 이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공항을 짓겠다는 것도 정부의 약속이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기업에 앞서 정부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자 의무다. 공항 완성이라는 '시간 약속'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반드시 숙고해 봐야 할 때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