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전한길 코드’ 맞추기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의 입당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전씨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을 상대로 윤석열과의 절연 여부를 두고 ‘사상 검증’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당권주자 일부가 전씨를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 전체가 민심과 동떨어진 극단화의 늪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단은 전한길씨가 자신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리면서부터다. 전씨는 7월14일, 윤상현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행사인 ‘리셋코리아 국민운동본부 발대식’ 축사 때 자신이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입당했다고 밝혔다. 당권주자들을 상대로 윤석열과 절연할 것인지, 동행할 것인지 묻는 질의서를 보내고 동행한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씨는 6·3 대선 직후인 6월9일 국민의힘에 당원으로 가입했지만, 활동명인 전한길이 아닌 본명 전유관으로 등록해 국민의힘 측에서도 가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전씨는 입당 이후 이른바 ‘10만 당원’ 주장을 내세웠다.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1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미 당원으로 가입되어 있다며, 이들을 움직여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골자다. 전씨는 〈시사IN〉과 통화에서 ‘10만 당원’ 주장의 근거에 대해 “합리적인 추론이다. ‘전한길뉴스’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한 달에 1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당원으로 가입한 구독자가) 충분히 10만명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더 늘어날 거다. 조만간 (국민의힘 당원이) 100만명이 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전씨의 ‘10만 당원’ 주장에 김대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여러 루트로 확인해봤지만, 공식 입당 인원이나 당원 증가 수치가 확인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전씨의 ‘폭탄 발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발칵 뒤집힌 국민의힘은 두 쪽으로 쪼개졌다. 8월2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당권주자들이 ‘친길(친전한길)’ 대 ‘반길(반전한길)’로 갈렸다.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반면, 6·3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섰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이 전씨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동혁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전한길씨든 그 어떤 분이든 그분들은 그동안 당을 위해 싸워왔고 우리 당을 적극 지지하고 우리 국민의힘과 함께 싸우는 분들”이라면서 전씨의 입당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시사IN〉과 통화하면서 이른바 ‘친길’ 후보들을 겨냥해 이렇게 평가했다. “강력하게 결집해 있고 목소리가 큰 강성 당원들에게 아부해서 그들로부터는 인정을 받지만, 대한민국 전체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는 극단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현재 당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당선 전략이 돼버렸다.”
윤 위원장은 또 이렇게 말했다. “왜 지금 전한길이라는 사람이 중요한가. 단지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선출 방식에 당원투표 80%, 전 국민 여론조사 20% 반영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원의 의중이 당대표 선출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전씨의 ‘10만 당원’ 동원 주장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김문수 전 장관과 장동혁 의원은 보수 유튜버라는 코드를 통해 전씨가 상징하는 강성 당심 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장동혁 의원은 7월31일 전씨를 비롯해 고성국, 성창경, 강용석 등 보수 유튜버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참석했다. ‘고성국TV’는 129만명, ‘성창경TV’는 120만명, ‘KNL(강용석나이트라이브)’는 64만명, ‘전한길뉴스’는 43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7월31일 기준). 김문수 전 장관 측 역시 같은 포맷의 방송에 참석을 검토 중이다.

전한길의 25년 멘토, 윤석열에게 성경책 줘
전한길이라는 상징에는 또 다른 코드도 있다. 보수 개신교다. 전씨는 정치적 활동의 동기 중 하나로 자신의 기독교인 정체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가 거리 정치 활동에 본격 뛰어들게 된 것도 손현보 목사의 ‘세이브코리아 구국기도회’ 연사로 나서면서부터였다.
전씨가 특히 자신의 ‘25년 멘토’로 꼽는 인물이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설을 주도한 두레교회의 김진홍 목사다. 올해 1월, 윤석열이 공수처에 의해 체포되어 구치소에 있을 때 성경책을 넣어준 인물이기도 하다. 탄핵 반대 집회 주도권을 두고 손현보 목사와 전광훈 목사 사이에 벌어진 알력을 중재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 기자회견 역시 전씨가 함께했고 윤상현 의원이 대관을 주선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정치와 사회를 변혁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김진홍 목사는 윤석열 탄핵 이후 출간한 자신의 책 〈김진홍 칼럼〉에서 본받고 싶은 인물로 성경의 사무엘을 꼽는다. 사무엘은 다윗을 왕으로 옹립한 ‘킹메이커’다. 김 목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자신이 처음 세운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요새는 나라가 뒤숭숭하니까 한 사람을 대통령 세워야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그는 조기 대선 일정이 정해진 4월8일 자신의 두레수도원 홈페이지를 통해 김문수 전 장관 지지를 공언했다.
전한길씨는 자신의 국민의힘 입당과 전당대회 관여 선언 등으로 소동이 한창이던 7월27일, 경기도 양주에 있는 김진홍 목사의 교회를 찾아 예배에 참석했다. 이날 예배도 현실 정치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연단에 선 김 목사는 “소수의 크리스천이 뜻을 세워 준비하면 미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고 설교했다.
전씨는 김 목사의 제안을 받아 최근 ‘한국청년지도자아카데미’ 설립에 동참했다. 김 목사가 이사장을, 전씨가 원장을 맡았다. 6월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발대식에 김문수 전 장관이 참석해 환영사를 전하기도 했다. 전씨는 다만 현재 자신의 활동에 관해 김 목사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도 인정하듯 김 목사가 그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청년지도자아카데미’ 발대식 기조 강연에서 전씨는 말했다. “건전한 보수주의 정신, 그 위에 성경적인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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