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는가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5. 8.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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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궁금했다.

왜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는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 겸손의 탈을 쓴 회피, 면책 전략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위해 권익위가 양심에 따른 처분을 못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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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8월6일 김건희씨가 8월6일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늘 궁금했다. 왜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는가. ‘권선징악’이 의심스러웠다. 김 아무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의 유서(8월6일 〈한겨레〉 보도)를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김건희 디올 백 수수’에 대한 권익위 처분 결과 때문에 괴로워했다. 국가청렴위원회 출신으로 공직 생활 대부분을 부패 방지 업무에 매진한, 영국에서 부패 방지 분야 석사학위를 받고 근래 행정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릴 줄이야, 이젠 뒤늦은 후회지만”이라며 자책했다.

2024년 6월10일 권익위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최재영 목사에게 제기된 청탁금지법 혐의에 대해 ‘종결’ 처리했다. 두 달 뒤 김 전 국장은 숨진 채 발견됐다.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은 너무 불공평한 사인(死因)이 아닌가. 뻔뻔한 이들에겐 적용되지도 않는.

이 뉴스가 전해진 날 김건희씨는 특검 조사에 출두하며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겸손의 탈을 쓴 회피, 면책 전략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위해 권익위가 양심에 따른 처분을 못 내렸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질 낮은 논문을 대학교들이 ‘검증을 포기’했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주식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매도되고, 온갖 대기업이 그의 측근 업체에 거액의 투자를 하고, 고속도로 노선이 바뀌고, 여당 공천 결과가 뒤바뀌었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받은 “쪼만한 백” 때문에 올곧은 공직자가 세상을 떠났다. 당시 김 전 국장의 사망을 두고 “(그에게) 외압을 가할 이유가 없었다”라며 연관성을 부인한 권익위원장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석열 앞에서 디올 백을 디올 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쩔쩔매며 “쪼만한 백”으로 축소시킨 앵커도 여전히 승진한 그대로 KBS 사장직을 맡고 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 부부는 갑자기 스스로를 투명인간화하거나, ‘재소자 인권 유린’의 피해자로 둔갑하고 있다. 고인은 “제 잘못은 목숨으로 치르려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뿐”이라 했는데 진짜 잘못한 이들이 쓸 ‘카드’는 화수분처럼 기상천외하게 튀어나오고 있다. 불공평하고 불공평하다.

“법 문언도 중요하지만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처리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좀 더 고양된 윤리적 의무가 요구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을까요.” “법과 논리의 무게보다 양심의 무게가 더 크다는 교훈을 모든 공직자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김 전 국장이 남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읽는다. 부디,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읽었으면.

뒤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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