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별 / 김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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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시의 악기다.
그 무한대의 밤하늘 별들은, 시의 상상력 속에서 가장 밝은 빛이 된다.
김형범의 별에서 가장 깊이 와닿는 시구는 "그냥저냥"이다.
침묵 속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이 별이듯, 그의 시는 해석을 넘어선 소년 같은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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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김형범
사랑합니다//어 떤 것도/ 그대를 대신할 수 없어// 나/ 그냥저냥// 살아갑니다
『내 꽃밭을 누가 흔드는가』(2024, 천년의 시작)
별은 시의 악기다. 별은 소리를 내지 않지만, 가장 먼 곳에서 울리는 침묵의 음계다. 시인은 밤마다 별의 악기를 연주한다. 별은 시의 리듬이자 빛의 떨림이다. 별은 스스로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놀라운 소멸로 시가 된다. 현대인은 별을 많이 먹어야 착해진다. 별을 보는 마음이 다르듯, 시를 읽는 눈빛도 다르다. 별을 본다는 것은, 시를 듣는 일이다. 별은 하늘의 시간과 땅의 공간을 수놓는 마법이다. 상징이 그려낸 가장 오래된 이미지다. 정교하고 섬세하며, 우연하게 놓여 있는 '점 하나'가 별이다. 별은 행간을 초월한 질서이자, 형상 이전의 그림이다. 별은 먼 우주의 어둠 속에서 자기 자신으로만 빛난다. 타인의 시선이나 시간의 더러움 없이 별은, 스스로 타오르는 존재다. 그의 별은 다가가면 사라지는 순수의 상징이다. 영원히 떨어져 만질 수 없는 그리움의 원형이다. 김형범(1952~, 충북 충주)의 「별」은,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이자, 말해지지 않은 시의 진실을 묘파하였다. 칸트의 '물자체(物自體)'처럼, 시인이 닿고자 하지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대상이 별이다. 마치, 눈앞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지만 결코 만질 수 없는 강렬한 떨림처럼. 하여, 그에게 별은 언어 이전의 순결한 존재이다. 결코 언어로 번역될 수 없는 밤하늘 속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목소리다. 어쩌면 별은, 언어 바깥에 있는 형상인지도 모른다. 공간의 깊이가 두터워 철학과 사유로 빛나는 보석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별은 "어떤" 순수도 "대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무소유이기 때문이다. 소유할 수 없기에 가장 깊이 존재하는 것이 '별'이다. 별은 인간이 예술을 만들게 한 최초의 시선이다. 별은 허공에서 제 몸을 불태워 신화(神話)가 된다. 하여, 별은 그리움과 영원의 기호다. 과거의 감정과 기억, 태초의 영혼을 불러내는 신비다. 별은 그 자체가 우주의 무의식이다. 별은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지상의 모든 버림받은 것들은, 무수히 빛나는 내면의 별빛으로 구원을 받는다. 별은 인간의 예술 본능을 깨우는 텅 빈 여백이다. 별은 그 자체가 명시다. 누가 이 우주의 첫 시를 '별'이라고 호명했던가. 하여, 별은 중심 없이 중심을 돌고, 밤하늘 꿈을 만들고, 질서이면서 자유가 된다. 그 무한대의 밤하늘 별들은, 시의 상상력 속에서 가장 밝은 빛이 된다. 김형범의 「별」에서 가장 깊이 와닿는 시구는 "그냥저냥"이다. 언어를 버려야 '별'에 가닿을 수 있음을 직관한 멋진 말이다. 침묵 속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이 별이듯, 그의 시는 해석을 넘어선 소년 같은 눈빛이다.
김동원(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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