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극우, 변방의 소수로 남겨야 한다
공존은 불가피… 민주주의 언어와 공감이 방화벽

2025년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이후, 극우 세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 과격한 주장, 정치와 종교의 결합, 20대 남성의 여성 혐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극우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커져가는 불안과 분열 속에서, 우리는 극우의 실체와 동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 극우가 단기간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권력기관, 개신교, 시민사회 등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진화해왔다고 진단한다. 최근에는 복지, 건강보험, 교육 등 익숙한 사회적 문제를 “외국인이나 약자 탓”으로 뒤바꾸고, 이를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고리즘을 타고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보수 정당이 자기 혁신 없이 음모론과 혐오 프레임에 의존하면서, 극우 세력의 확산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법무법인 경 공익연구소가 지난 3~5월, ‘12·3 내란 사태’와 그 파장을 다각도로 짚고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9차례 진행하면서, 극우 현상의 뿌리와 확산 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제도권 권력이 극우를 무대 중앙으로 초대하면서, 극우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2030 남성들의 불안과 상실감, 반페미니즘 정서가 극우 담론과 결합해 정치적 동원과 혐오, 배제의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와의 공존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분열과 혐오에 맞서는 민주적 언어와 공감으로 극우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한겨레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그리는 50개의 시선 ⑤극우’라는 제목으로, 인터뷰에서 나온 주요 쟁점과 발언을 정리해 소개한다. 전문을 담은 보고서도 별도로 발간한다.

“국민의힘은 완전히 지역 정당으로 변모”
―한국 극우의 역사적 계보와 진화 과정은.
서복경(더가능연구소 대표): “한국 극우의 역사는 크게 세 개의 계보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승만 정권이 위로부터 조직해온 국가기구 내 극우들이다. 군대, 정보기관, 사법부,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 안에 일제강점기 이후 형성된 극우적 인물이 많았다. 또 서북청년단 같은 시민사회 내 동원 극우집단의 역사도 있다. 이 두 흐름이 박정희 쿠데타로 만나, 국가기구 내 극우는 계속 생존하고, 민간 극우는 정치 깡패 역할을 하며 네트워크를 유지했다. 이후 민주화가 찾아오지만, 이런 흐름은 곧장 사라지지 않는다.
두 번째, 이승만·박정희 체제를 통해 만들어진 극우 개신교 라인이다. 한국 극우 개신교 세력은 처음엔 철저히 국가에 기생하며 이익과 교세 확장을 추구했고, 집권세력의 냉전 반공주의를 공유했다. 이들이 반체제적 성격을 띠기 시작한 건 민주화 이후, 자기 자리 확보에 실패하며 변형이 일어났을 때부터다.
시민사회 내에서 새로 등장한 게 뉴라이트다. 본격적 조직화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에 이뤄졌다. 뉴라이트 조직의 대외 출범은 2004~2006년 역사 바로 세우기를 들고 등장했다. 민주화 이후 단순히 반공만으론 극우가 생존이 어려워지자,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출구를 찾으면서 벌어진 변화다.”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 결합하게 된 배경은.
이동기(강원대 평화학과 교수): “보수 우파 정치세력은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현실을 인정하고 정책적 갱신이나 대안 마련 대신, 새로운 인물로 자신을 포장하거나 위장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패배의 원인 진단과 자기 혁신의 기회를 놓쳤고, 결국 선거부정론이나 음모론과 같은 프레임에 빠져들었다.”
박태균(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과거에는 지금의 집권 여당이 수도권에서 상당수 당선자를 배출했고, 지역구나 국민의 시선도 의식했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은 완전히 지역 정당으로 변모했고, 전국적인 지지 기반이 약해지면서 오히려 집권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훨씬 강해졌다.”
서복경(연구자): “윤석열은 대선 후보와 당선 이후 극우 성향의 당원 10만 명을 끌어들여 지방선거 공천과 공직 후보 선정에 영향력을 높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80만 당원 중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성 당원은 절반도 안 되며, 이 중 10만 극우 당원이 거의 모든 당내 의사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미 그 방향으로 당의 토대를 바꿨고, 그런 상태에서 윤석열이 12.3 내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극우 세력의 압박에 끌려들어간 것은, 이미 당의 기반이 극우적으로 재편된 이후였다.”

“2030 남성, 민주당을 기득권으로 본다”
―20·30대 남성은 극우 세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강성현(교수): “내 해석은, 가족 내 기득권은 아들들이었다는 것이다. 딸들은 아무리 중산층이고 많이 배웠어도 언제나 무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성폭력 문제 등에서 여성은 계급이나 지역을 뛰어넘어 구조적 억압에 항상 노출되어왔다. 반면 남성은 기득권의 위치였기 때문에 나는 공평하고 평등하게 자랐고 특별한 억울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변화하는 현실에서 자기 기득권이 줄어드는 걸 느낀다. 이전에 비해 물려받을 재산도 더 많이 나누어야 하고, 연애나 삶에서 자신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었다.”
금준경(기자): “2030 남성들에게는 민주당을 기득권이라고 느끼는 정서가 있다. 민주당 집권기에 분배 정책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 조국 사태까지 엮이면서 86세대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다. 이 세대 자녀의 특징은,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이 부모만큼 엘리트가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사회적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는 진보든 보수든, 공통적으로 반페미니즘 정서가 확고하게 흐른다.”
김동춘(좋은세상연구소 소장): “여성혐오 현성은 압축성장과 신자유주의 이후 한국 사회 불안의 후과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한국에서는 여성의 급격한 사회진출이 이뤄졌다. 70년대 서울대 여학생 비율이 10% 미만에서 80년대 30% 가까이, 90년대 중반엔 남녀가 비슷해졌다. 빠른 제조업 쇠퇴와 서비스화로 젊은 남성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을 겪은 반면 상층은 여전히 남성 중심이다. 이런 구조적 괴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5년 뒤 국민의힘 재집권과 신파시즘 재등장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서복경(연구자): “한국 2030 남성들이 느끼는 피해의식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군대가 대표적인 부분이다. 국내외 환경이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데,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 2년이 군 복무 때문에 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개신교, 군사독재 이후 극우 정치와 결합
―극우 세력은 어떻게 종교와 결합했는가.
박성철(목사): “종교적 이데올로기가 정치체제나 통제 방식을 정당화하는 양상은 극우 운동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우리나라는 그 순서나 방식이 조금 다른데, 우선 군사독재가 일어났고, 근본주의 교회들이 앞에서는 정교분리를 외쳤지만 뒤에서는 권력과 결탁해 이권을 누렸다. 2000년대 이후엔 근본주의 대형교회가 광장에 직접 나서 직접 극우 세력과 결탁했기 때문에 한국 극우를 분석할 때 근본주의 개신교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금준경(기자): “젊은 세대들이 기도 모임 등 세대 교차적 네트워크를 통해 강한 정체성을 만들고 있다.”
박성철(목사):“지금 극우 기독교 세력은 윤석열을 메시아처럼 여긴다. 종교가 정치에 일방적으로 손을 뻗는 것도 문제지만, 정치가 종교에 기대는 것도 똑같이 심각한 일이다. 나는 앞으로도 정치적 정당성이 약하고, 권위주의적 정치가가 등장할 때마다 교권-정치 결합 모델이 반복해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혐오 프레임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서복경(연구자): “혐중 논리에서 대입 특혜, 주택 대출 특혜 등 복지 이슈를 꺼내는 것은 결국 보편적 복지 담론의 자장 안에 있다. 이는 유럽 극우에서 흔히 등장하는 복지 쇼비니즘과 같은데, 핵심은 우리가 받아야 할 복지를 이민자나 외국인이 빼앗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논쟁도 마찬가지다. 최초로 혐중 유튜버들이 제기했으며, 화교와 조선족이 우리 보험료를 축낸다는 식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병원 진료 시 매번 주민증 확인을 요구하게 했다.”
강성현(교수):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장애인 투쟁 덕분에 많은 교통 약자 편의시설이 생겼어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단지 일부 정치인·종교인의 네트워크와 돈의 흐름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증폭시키는 건 오히려 대중, 신도들이다.”
금준경(미디어오늘 기자): “미국 빅테크의 정책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다. 한때 페이스북이 선거 부정 음모론을 차단하고, 유튜브가 5.18 북한군 침투설 등 극우 영상을 지웠지만,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영향이나 피시주의 저항으로 플랫폼들이 방관적 자세로 변화했다. 그 결과 한국 극우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처벌 앞서 혐오의 뿌리와 구조를 성찰해야
―혐오 표현 규제는 필요한가.
김종철(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혐오 표현 규제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 큰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제도화할 방안도 아직 마땅치 않다.”
금준경(기자): “규제 처벌 중심 접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거나,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다. 그보다는 혐오와 극우를 만드는 욕망과 감정, 근본적 사회적 동기와 구조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서복경(연구자): “법치주의 원칙 자체보다는, 그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와 동의 절차가 중요하다. 법을 만들어놓고 이제 지켜라가 아니라, 왜 이런 규칙이 필요한지, 왜 이런 제도적 규제가 필요한지 시민사회가 동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양이현경(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반페미니즘, 구조적 성차별 부정 등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한 것도 큰 문제로 본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시민성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민주공화국에서 시민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성현(교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결국 공존의 문제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독교 내부에서 성소수자 신도에 대한 조직적 공격이 이렇게 뚜렷하게 나타나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정치화된 것이다. 신학적 논의, 그리고 인권과 공존의 기준을 두고 갈라서게 된 것이 현실이다. 2010년대 후반 이후로 차별금지법은 극우와 극우 개신교가 절대 양보하지 않는 이슈,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됐다. 이걸 어떻게든 정립하고 법제화해야 다층적인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 신종 극우, 글로벌 극우의 전위로 진화
―글로벌 극우와의 차이점.
윤홍식(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구에서는 이민자, 세계화, 전통 제조업 노동자 계층의 생계 어려움이 핵심 배경이 되면서 희생양을 찾고, 이 사람들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포퓰리즘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불평등, 세계화, 일자리 문제에서 비롯된 흐름이라는 설명이 많다. 그런데 한국은 현상적으로 극우, 우경화된 집단을 대변하는 집단 안에 취약계층이 적지 않지만, 사회경제적 이슈와 결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분배 문제가 전면화되는 형태보다는 성장의 둔화에 따른 불만이 희생양 찾기로 연결되는 흐름이 잠재돼 있다.”
박성철(목사): “독일은 다당제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극우와 가장 적합한 용어는 네오나치다. 최근 총선에서 2당으로 올라선 독일 대안당(AfD)은 확실히 네오나치 정당이다. 레디컬 라이트는, 독일로 치면 자유민주당(FDP) 같은 정당이다. 우파 내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지만,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 있는 정당이다. 반면 AfD는 민주주의 틀을 벗어난 정당이다. 그래서 독일식으로 보면 자민당(FDP)은 레디컬, 대안당(AfD)는 익스트림으로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구분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강성현(교수): “한국의 신종 극우는 조직 방식, 선동 논리, 강렬한 집단 정체성 정치를 매우 역동적이고 독특하게 전개한다. 단순히 과거 민주화에 뒤처진 퇴행 세력으로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21세기 글로벌 극우의 전위로 볼 수 있다. 한국 극우의 역사적 연속성보다는 단절과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
―극우와의 공존 가능성은.
박성철(목사): “극우는 물리적으로 없애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사라질 정치 세력이 아니고, 언제나 극우적 생각을 가진 집단이 일정 부분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까지도 수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민주적 다양성은 중요하지만, 전체주의는 허용할 수 없기에, 이 둘은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복경(연구자): “극우, 혐오, 반체제적 움직임은 어느 사회든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제도적으로 용인되는, 정당한 행위라고 인정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극우를 발본색원하려는 게 아니라 변방의 소수로 남게 하는 것이다. 강제로 억누르고 배제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오히려 극우가 변방 소수로 머물고, 다수 시민이 합의한 민주주의 시스템의 기본 규칙 아래 살아가게 해야 한다.”
금준경(기자) “이미 오랫동안 극우와 공존해 왔다. 가족·지인 중에도 극우적 성향을 지닌 이가 있었고, 카톡에 정보를 퍼 나르는 어르신, 커뮤니티 활동하는 친구 등 현실에서 접해 왔다. 앞으로도 이들의 분화, 변화가 반복될 것이다.”

“극우와 손절하고 보수 정체성을 회복해야”
―극우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은.
박성철(목사): “사회적 문제가 표면 아래에 덮여 있을 때 오히려 더 심화된다고 본다. 문제가 터져야 비로소 그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12.3 내란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강성현(교수): “극우가 불안·억울함·분노를 타자화하며 세력을 확장한 것을 비난만 할 수 없고, 이에 공감과 해석의 언어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부는 고립시키고 일부는 대화해야 하며, 대화는 곧 감정을 교육하는 과정일 수 있다. 또 하나는 민주주의 언어를 되찾는 투쟁이다. 자유·저항·공정·법치 같은 말이 극우 진영의 언어로 오염된 지금, 이를 민주주의의 윤리로 세우기 위해 교육·언론·미디어·입법에서 무엇을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동기(교수): “민주주의를 지키는 담론을 찾아내고 확장시켜 극우 세력의 준동을 막아내는 사회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당이나 단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도 중요하지만, 그 목표는 민주주의 의식을 강화하고 확산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철희(지식디자인연구소 소장): “주류 정당이 극우 카르텔 내로 들어가는 선택을 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다. 반대로 극우 정당과 손절해 다시 보수 정체성을 회복하고 극우에 대한 방화벽을 쌓는 선택을 한다면 우리 민주주의가 더 강해질 것이다.”


정은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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