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의료로봇 직접 써보고 피드백…한국 '다빈치' 나올 것"

2020년만 해도 큐렉소, 미래컴퍼니 2개에 불과했던 국내 의료로봇 기업이 현재 10여개로 늘었다. 지난 5년 동안 수술로봇, 재활로봇, 의료서비스로봇 등과 인공지능(AI) 등 응용기술이 융복합된 국산 의료로봇들이 쏟아져 나왔다.
연세대학교의료원(연세의료원)이 올해 3월 한국의료로봇센터를 개소하고 국산 의료로봇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팔을 걷었다. 수술로봇 '다빈치'로 전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미국 의료기기 회사 '인튜이티브서지컬' 같은 국내 기업을 키우는 게 목표다.
최근 만난 이성 한국의료로봇센터장(신경외과 교수)은 "의료인들이 척추수술로봇, 복강경수술로봇, 재활로봇 등 다양한 국산 의료로봇을 사용해보고 익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며 "의료인들의 사용 소감과 평가는 의료로봇 기업들에 전달돼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다. 국산 의료로봇 성장을 위한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 센터장은은 국내 의료로봇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고 기술성과 혁신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서도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료로봇센터는 국산 의료기기 중 의료로봇에 특화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 ‘국산의료기기 교육훈련지원센터 사업’에 참여 중이다. 의료인 대상으로 국산 의료로봇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의료로봇 기업들이 제품 성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국가 차원에서 범용 의료기기를 지원하는 사업들은 있었지만 의료로봇 지원은 한국이 '불모지’와 같았다. 연세의료원은 의료로봇 지원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한국의료로봇센터를 개소했다.

● 수술실과 동일 환경서 교육...기업들 개선 기회 얻어
한국의료로봇센터는 2025년 기준 8개사 10개 ‘메이드인 코리아’ 의료로봇을 의료인이 써볼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척추수술로봇, 복강경수술로봇, 보행재활로봇, 인공관절치환수술로봇, 뇌수술로봇, 심혈관중재시술로봇, 요결석제거술로봇, 상하지재활로봇 등 다양한 의료로봇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센터는 수술을 위한 환경을 구현했다. 수술로봇과 더불어 마취기, 무영등(수술용 조명), 수술베드, 내시경 장비, 각종 수술도구 등을 갖춰 수술실과 똑같은 환경으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의료로봇 회사들은 센터를 통해 의료로봇을 검증 받고 성능 개선 기회를 얻는다. 교육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이 의료로봇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의료로봇 분야를 선도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의료로봇과 국산 의료기기를 비교해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기업에 전달한다.
이 센터장은 “1세대 로봇을 개선해야 2세대 로봇이 생산되기 때문에 사용자인 의사들의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며 “1단계 사업에 참여했던 일부 기업들은 개선 과정을 거쳐 현재 미국, 호주, 러시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인식 달라져...동남아 시장 개척 기대
국내 의료인뿐 아니라 한국 의료로봇에 관심이 있는 해외 바이어들도 센터 교육에 참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의 한 의대 교수는 온라인으로 센터의 척추수술로봇 시연을 지켜봤고 몇 달 후 한국에 방문해 국산 의료로봇을 구매했다.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국산 의료로봇의 판매 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센터장은 “국산 의료기기를 해외 제품의 카피 수준으로 인식하던 때도 있었다”며 “지금은 의사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의사들이 스스로 국산 의료기기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적, 임상적으로 국산 의료기기의 우수성이 확인되고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역량 등으로 국산 의료기기가 아직 경쟁에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의료로봇 기업 중 일부는 로봇을 빌려주는 대신 소모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형태로 병원들과 계약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계약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력이 없는 상태다.
센터의 교육은 국산 의료로봇 성장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단계 사업 참여기업들은 2단계에서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새로운 기업들도 센터에 참여 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는 국내에 연구소를 두고 제품을 생산하는 의료로봇 기업이라면 모두 안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국산 의료로봇 발전을 견인하고 관련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센터장은 “로봇, AI 등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국내 의료로봇 기술력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은 내수 시장, 동남아시아 시장 등을 노려볼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의료기기는 가격 면에서도 기술력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며 “국내에서 가전제품, 자동차 이외에 의료기기로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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