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커지는데…농촌 현실 못 따라가는 돌봄 인프라
치매안심센터 등 접근성 떨어져
맞춤 교통 서비스로 이동 돕고
군 단위 지원체계 마련 등 필요


치매 유병률이 높은 농촌은 정작 검진·치료·돌봄 인프라에서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가 치매 정책의 핵심 기조로 자리 잡았지만, 관리의 전초기지인 치매안심센터조차 접근성이 낮아 제때 진단받기가 어렵다. 농촌 실정에 맞춘 맞춤형 관리체계 구축과 의료 접근성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치매 유병률, 농촌이 도시의 두배=농촌은 치매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 역학조사·실태조사’에 따르면 읍·면 지역의 치매 유병률은 9.4%로, 동 지역(5.5%)보다 3.9%포인트 높았다.
치매 고위험군으로 지목되는 ‘홀몸어르신 가구’도 농촌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독거가구의 치매 유병률은 10%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경우는 4.2%에 그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평균 독거노인 가구 비율은 8.5%였지만, 대도시와 떨어진 외곽 농촌지역은 18.9%에 달했다.
◆ 수요는 높은데, 농촌은 치매 사각지대=정부는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1∼2025년)’에서 지역 중심의 치매 관리 체계 구축을 강조하며, 핵심 거점으로 256곳의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주민의 인지 상태를 평가해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돌봄 서비스를 연계하는 기능을 맡는다.
하지만 농촌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농경연이 최근 내놓은 ‘초고령사회 농촌의 치매 관리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 1곳이 담당하는 면적은 대도시는 43.0㎢지만, 농촌은 566.1㎢로 13.2배에 달한다.
치매안심센터 이후에는 종합병원이라는 더 큰 장벽을 마주한다. 치매 검진은 1차 선별검사는 치매안심센터에서, 2차 진단검사는 신경과 병원, 3차 감별검사는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에서 이뤄진다. 의료 기관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검진 참여율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수린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촌은 종합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안심센터에서 이동 지원을 별도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자녀와 떨어져 거주하는 농촌 노인들은 이동조차 여의찮다”고 지적했다.
◆ “농촌 맞춤형 교통 연계서비스 필요”=일본은 2012년부터 치매 조기진단과 대응을 목표로 ‘오렌지 플랜’을 시행하고 있다. 시정촌 단위에 의료·개호 서비스 기관, 유관단체를 연계하는 ‘인지증 지역지원 추진원(코디네이터)’을 배치해, 치매 노인이 익숙한 생활권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군마현 다마무라정은 치매 노인과 가족·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팀 오렌지’를 구성해 상담·말벗·외출 지원 등 지역 돌봄을 제공한다. 치매 노인이 지역 공동체와 정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치매 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농경연은 ‘치매 관리 맞춤형 송영서비스’ 도입을 제안했다. 기존 농촌형 교통 모델, 교통약자 이동 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식이다.
경로당을 치매 관리 거점으로 삼자는 제언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 경로당’ 사업을 활용해 농촌에 비대면 인지 프로그램을 결합한 치매 관리형 경로당 모델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경기 부천시는 스마트 경로당에서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AI) 음성분석 기반 치매 선별검사를 펼치고 있다.
현장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박재홍 사회복지법인 행복상회 사무총장은 “몇몇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통합돌봄센터 설립에 나서고 있지만, 군 단위는 예산이 부족해 국비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복지부의 사업이 대도시 중심으로 짜여 있는 만큼, 농림축산식품부가 함께 군 단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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