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 "다뤄지지 않은 고통, 농담처럼 쓸게요"

송옥진 2025. 8. 11. 04: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지명, 사건, 제품, 그 밖의 모든 고유명사는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서울대 출신의 3년 차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30) 작가가 첫 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를 최근 냈다.

8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작가는 "'이 아이는 커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었습니다'라는 편집자님의 한 줄 설명이 소설에 대한 가장 정확한 소개인 것 같다"며 "'오픈마이크를 하는 사람은 과거 어떤 아이였을까' '이 아이는 커서 어떤 농담을 하게 되는가'라는 구조의 소설"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학력 농담' 원소윤 인터뷰
첫 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 출간
원소윤 작가가 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자전적 성장 소설답게, 작가의 가족 이야기가 축이다. 소설을 읽어 본 엄마는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보다 재미있다"고 했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이 깔리는 첫날, 현장을 생중계한 오빠는 "모자 쓰고 가길 잘했다. 정말 많이 울고 웃었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남동균 인턴기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 지명, 사건, 제품, 그 밖의 모든 고유명사는 어느 정도 실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첫 문장부터 예상을 전복한다. "솔직히 이런 고지가 필요할 만큼 뭔가가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괜한 기대감을 갖게 했나요. 그 또한 제가 어느 정도 의도한 바입니다." 독자에게 연달아 잽을 날린다. 서울대 출신의 3년 차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30) 작가가 첫 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를 최근 냈다.


이 아이는 커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중인 원소윤 작가. 그는 "디온 콜, 테일러 톰린슨 같은 무대를 쥐락펴락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좋아한다"며 "소설과 코미디 둘 다 질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소윤 제공

문단에서 보기 드문 화려한 데뷔다. 그는 서울대 종교학과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란 독특한 이력으로 온라인에서 먼저 명성을 얻었다. "'자소서 좀 봐달라' '동생 과외 좀 해달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인생네컷 찍자는 새끼가 한 명도 없어요" "서울대에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대요"라는 '고학력 농담' 영상은 온라인 조회수 700만 회를 기록했다.

소설도 코미디만큼 반응이 뜨겁다. 2주 만에 3쇄를 찍었다. 소설은 그의 경험에 바탕했다. 소설 속 화자인 '나(원소윤)'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성인이 된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오픈마이크(누구나 무대에 올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 대본이 교차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추천사에서 "서사는 일상적이면서 정치적인 독특한 스토리텔러의 등장"이라고 평가했다.

8일 한국일보에서 만난 작가는 "'이 아이는 커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었습니다'라는 편집자님의 한 줄 설명이 소설에 대한 가장 정확한 소개인 것 같다"며 "'오픈마이크를 하는 사람은 과거 어떤 아이였을까' '이 아이는 커서 어떤 농담을 하게 되는가'라는 구조의 소설"이라고 말했다.

소설가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간극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해 대본(소설)을 쓴다"는 점에서 닮았다. 작가로서 창작의 동력은 이면을 들추고 싶은 순간을 목도할 때. "'왜 이런 이야기는 안 하지?' 딴죽 걸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대상화에 대해 저항하고 싶을 때도요. 함부로 동정한다거나 칭찬하는 것을 듣고만 있을 수 없을 때, 그럴 때 쓰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소설 속 화자는 대단지 넒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도윤)가 평소 '나'가 살고 있는 고시원을 지칭하기를 주저하며 '거기'라 부르는 이유에 대해, 사회가 고시원을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못 되는 공간으로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 농담한다. 채식주의자라 하면 "착한 사람", '동물을 좋아할 것'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사람들과 아무도 주의 깊게 보지 않는 실종 문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타 등등'의 고통에 대해 쓸게요"

원소윤 작가는 자신의 첫 소설 '꽤 낙천적인 아이'를 "가족 희비극"으로 정의한다. 작가는 20대 초반부터 시, 소설, 시나리오 등 형식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써왔다. 신춘문예와 문예지의 문을 계속 두드리던 중 우연히 들은 코미디 워크숍을 계기로 스탠드업 코미디에 먼저 입문했다. 남동균 인턴기자

농담이란 외피 속 소설의 밑바닥을 흐르는 건 슬픔이다. '나'의 부모는 첫아이를 잃고, 이어 두 아이를 더 낳았다. "어찌 보면 아기가 죽은 까닭에 태어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었던 '나'는 "최악의 원죄를 지은" 느낌이다. 화자는 다만 자식 잃은 고통과 죽음을 말하면서 슬픔에 매몰되지도, "고통을 유머로 승화"하지도 않는다. 작가가 견지하는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저는 어떤 폭력이나 비극에 심하게 몸서리치는 화자를 볼 때 의문이 들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그 한가운데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작가 루시아 벌린을 좋아하는데, 고통이나 슬픔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 옆에서 살아가는 태도가 저는 되게 예쁜 것 같아요. 저도 전쟁과 인류의 대단한 비극보다는 다뤄지지 않는 고통, '기타 등등의 고통'에 대해서 다뤄보려고요."

다음 작품은 단편소설집이다. 30, 31일 서울코미디클럽에서 첫 단독 공연도 연다. "지금 갖고 있는 것도, 쓰고 싶은 것도 엄청 많아요." 독자도, 관객도 그가 새롭게 써내려 갈 인생의 희비극에 울고 웃을 준비가 됐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