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연약한 문명이여, 무너진 건물의 잔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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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에 꿰어 주렁주렁 매단 곶감처럼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전시장 천장에 매달려 있다.
건물을 떠받쳤던 무거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가볍게 떠 있는 것처럼 구현한 작가는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문명이 한없이 연약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1, 2전시장에서 이어지는 테마 공간 2개는 이런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 봄으로써 치유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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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하툼 등 13명 작품 제주 전시
폭력-분열의 치유 실마리 모색

하툼은 낙후한 도시의 버려지거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건물을 떠받쳤던 무거운 콘크리트 덩어리가 가볍게 떠 있는 것처럼 구현한 작가는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문명이 한없이 연약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툼의 작품을 포함해 국내외 작가 13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이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에서 9일 개막했다.
하툼의 설치 작품 뒤로는 가시가 뾰족한 철조망도 서 있다. 과거 인종 차별이 심각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들이 백인 거주 지역으로 오지 못하도록 세워졌던 것이다. 미국 작가 라이자 루는 남아공 인종차별 피해자인 줄루족 여성들과 함께 이 철조망을 수백만 개의 반짝이는 비즈로 뒤덮었다.
포도뮤지엄 기획전은 이처럼 폭력이나 분열, 갈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문을 연다. 첫 전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2021년 트위터에 게시했던 글을 금속판에 새긴 제니 홀저의 설치 작품 ‘저주받은(Cursed)’ 등으로 이뤄졌다.
이어지는 두 번째 전시장은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관객을 맞는다. 연필로 까맣게 칠한 신문 수백 장을 커튼처럼 이어 붙인 재일교포 3세 작가 수미 가나자와의 ‘신문지 위 드로잉’과 네덜란드 작가인 마르턴 바스가 손수 12시간 동안 시곗바늘을 지우고 그리는 모습을 촬영한 ‘리얼 타임 XL-아티스트 클락’, 이완 작가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했던 작품 ‘고유시’ 등이 펼쳐진다.
미국 작가 세라 제의 영상 설치 작품 ‘슬리퍼스’는 크고 작은 종이 조각들을 가느다란 실로 엮어 여러 크기의 스크린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보여줬다. 종이 위엔 잠든 사람의 얼굴, 도시의 불빛, 나뭇잎 등 서정적인 영상이 나타난다. 가장자리가 찢긴 종이 조각 뒤로 비치는 잔상과 바닥에 비치는 영상마저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번 기획전은 ‘광활한 우주 속 미약한 존재인 우리는 왜 끊임없이 갈등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1, 2전시장에서 이어지는 테마 공간 2개는 이런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 봄으로써 치유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테마 공간 ‘유리 코스모스’는 전시장에 설치된 센서에 관객이 숨을 불어넣으면 유리 전구 수백 개가 차례로 불이 밝혀진다. 또 다른 공간인 ‘우리는 별의 먼지다’는 거울로 둘러싸인 반원형 공간의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 관한 영상을 상영한다. 무한히 확장되는 우주 앞에 먼지처럼 작지만 연결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내년 8월 8일까지.
서귀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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