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앞마당의 두 나라, 영토·종교 문제로 오랜 앙숙

지난 8일 미국 백악관에서 평화협정을 맺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은 남캅카스 지역에 있다. 고대 페르시아, 이슬람 왕국, 튀르크인, 몽골족 등 여러 국가와 민족이 각축전을 벌였던 곳이다. 지역 원주민으로 대부분 기독교인인 아르메니아인과 이슬람 유목 민족 아제르바이잔인도 국경을 맞대고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옛 소련이 두 나라 사이의 인종·국경 문제를 정리하겠다며 개입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됐다.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해당하지만 인구 80%가량이 아르메니아인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이 특히 문제가 됐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고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상당 부분 차지해 무력 충돌이 계속됐다. 1994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이 이뤄진 뒤에도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결국 아르메니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교 관계에서 고립됐던 2020년,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튀르키예의 외교적 지원과 러시아 무기를 등에 업고 아르메니아 국경을 침범했다.
2023년 러시아가 중재한 휴전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이 해산하고,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 10만명 이상이 아르메니아로 돌아가면서 갈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전쟁 장기화로 남캅카스까지 관여할 여력이 없어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더구나 아르메니아는 자국을 지원하지 않은 러시아에서 경제적 독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아제르바이잔 역시 2024년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자국 항공기를 우크라이나 드론으로 착각해 격추한 사건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손을 뻗쳤다. 두 나라가 백악관에서 평화협정을 맺고 양국 간 교통로 ‘트럼프 회랑’ 개발 권한을 미국에 일임하기로 해, 남캅카스 지역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남캅카스와 국경을 접한 이란이나 러시아의 반발로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수석 고문은 협정 다음 날 “이 통로는 트럼프 용병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면서 “회랑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러시아는 “중동에서 서방 주도로 갈등을 해결하며 겪은 ‘불행한 경험’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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