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경제와 안보의 운명이 한미 정상회담에 달렸다
양국 해석은 엇갈려
정상회담으로 해결해야
안보에선 더 불리한 乙
사전 조율로 이견 좁히고
‘성공적 회담’ 만들기를

‘정상회담은 성공이 보장된 회담’이라는 말은 세계 외교가의 오랜 정설이다.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대부분의 정상회담이 외교 채널에서 사전 합의된 사안을 정상 차원에서 공식화하는 의례적 과정이라 딱히 실패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만일 정상이 직접 나서서 어려운 교섭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 회담을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이유는 설사 정상회담에서 뜻밖의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숨기고 잘 포장해서 ‘성공적 회담’으로 치장하는 것이 외교가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국내 난관이 있을 때 종종 ’성공이 보장된‘ 정상 외교 나들이에 나서곤 한다.
그러나 통념과 달리 양국 관계가 파탄에 이를 정도로 실패한 정상회담도 가끔 있었다. 한국의 경우 가장 험악했던 정상회담은 1979년 6월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둘러싸고 박정희 대통령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정면 충돌한 청와대 회담이었다. 그것을 4개월 후 발생한 10·26 사태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1986년 10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의 레이캬비크 정상회담도 실패로 끝났다. 미국은 경제난이 심각했던 소련이 국방비 경감을 위해 파격 제안한 ’전략핵무기 50% 감축안‘을 단호히 거부했다. 이날의 회담 결렬은 1991년 소련의 몰락과 해체가 본격화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00년 말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수교하기로 작심하고, 사전 협의차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했다. 그러나 수교의 최소 조건이었던 미사일 문제에 관한 사전 합의에 실패하자 방북을 포기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사전 협의 없이 개최된 미·북 정상회담은 핵 문제로 극적인 결렬 사태를 맞았다. 분노한 김정은은 휘하 협상 관계자 다수를 처형 또는 숙청했다. 이는 사전 조율 없이 정상 간 직접 협상에 맡겨진 외교 교섭이 얼마나 위험한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양국 정부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이 이를 마무리할 해결사로 나서게 될 전망이다. 소고기·쌀 등 예민한 농축산물 수입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정부가 상반된 해석을 하는 배경은 미지수다. 한쪽이 뭔가 숨기거나 과장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애매한 합의나 미합의 사항에 대해 각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건 양국의 최고 권부가 공개적으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형국이다. 향후 정상회담에서 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양국 간 구두 합의를 문서로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상은 개괄적 구두 합의보다 한층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다. 양국 모두의 뜨거운 감자인 농축산물 문제를 계속 모호하게 남겨둘 수는 없을 것이다. 러스트벨트와 농촌 유권자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쉽사리 양보할 것 같지도 않다. 반도체 등의 품목별 관세 문제도 아직 진행형이다. 그에 더하여, 관세 협상보다 더 불리한 ‘을(乙)’의 입장에서 진행될 안보 협상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미국이 각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천명한 조건은 명료하다.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다면 미국이 설정한 일방적 조건을 수락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창설 중인 ‘뉴노멀’ 신국제질서다. 미국의 조건을 수락할지 여부는 각국의 주권적 선택이지만, 수락 거부에 따른 불이익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미국이 동맹국과의 안보 협상에서 제기할 조건도 유사한 맥락이 될 듯하다.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으려면 상호주의 차원에서 그에 상응하는 군사적 기여를 미국에 제공하고, 미군의 상시 주둔을 원한다면 그에 수반되는 경비 일체를 부담하라는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그 첫 시험대가 한국이 될지도 모른다.
이 모든 협상 부담을 떠맡게 될 현 정부 최초의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 회담이 되기 위해선 짐이 너무 많다. 한국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성공적 회담으로 포장해 줄지도 의문이다. 우리 안보와 경제의 장기적 운명이 걸린 이 중요한 기로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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