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505] 미국에 ‘간 이식’ 해주는 한국
소프트 파워의 핵심이 인공지능이라고 한다면 하드 파워의 핵심에는 조선업이 있다. 빅테크가 미국의 두뇌에 해당한다면 병든 조선업은 간(肝)에 이상이 온 것이다. 인체의 간은 오행으로 따지면 목(木)에 해당한다. ‘목’이 튼튼해야 힘을 쓴다. 미국의 간경화를 한국이 고쳐주어야 할 판이다. 한국은 어쩌다가 조선업 강국이 되었는가.
세계 패권 국가의 파워는 조선업과 해군에서 발생했다. 아테네가 페르시아의 해군을 살라미스 해전에서 격퇴시킨 사건은 문명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살라미스 해전에서 패배하여 그리스가 페르시아의 식민지가 되었다면 오늘날 서구 민주주의 종가 그리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아테네 해군 전선(戰船)의 배 밑바닥에서 노꾼으로 노를 저었던 하층 계급이 시민권을 획득하여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해군과 조선업을 이용하여 가장 잘 먹고 잘살았던 나라가 베네치아였다. 1797년 나폴레옹에게 정복당할 때까지 거의 1000년간 부귀영화를 누렸고, 그 부귀영화의 흔적이 오늘날 베네치아를 먹여 살리는 관광업의 자산이 되었다. 부귀영화의 기반은 제4차 십자군전쟁(1202~1204)이었다. 이는 베네치아가 자금을 대서 만든 배에다가 십자군을 태우고 같은 기독교 국가인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해 약탈한 사건이다. 산마르코 광장의 화려함은 이때 약탈한 물건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중세에 베네치아는 하루에 한 척씩 전함을 찍어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소를 갖추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전함의 후신인 ‘곤돌라’가 관광객을 태우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북해의 별 볼일 없던 변방 국가 영국이 당시 패권 국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친 사건이 칼레 해전(1588)이다. 기존의 값비싼 청동제 대포 대신에 영국이 신기술을 개발하여 값싼 주철로 대포를 만들어 냈다. 주철 대포를 다량으로 함선에 장착해 종래의 ‘갈고리를 걸어서 벌이는 육박전’이 아닌, 50m 거리를 유지하는 포격전으로 승리를 이끌어 냈다. 영국은 함선을 통한 해군력으로 패권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하게 되었다고 한다. 손바닥만 한 나라였던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것은 해군력 덕분이었다.
‘해군이 패권을 좌우한다’는 영국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러니 미국이 얼마나 똥줄이 타겠는가! 손바닥만 한 나라 한국이 조선업 강국이 되어 미국에 ‘간(肝) 이식’을 해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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