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가만 있어도 두근두근… 설렘 아닌 질병입니다
고혈압·당뇨·음주·흡연·약물·유전 원인
방치 땐 심부전·뇌경색·서맥 등 합병증 위험
고주파·냉각풍선·펄스장 절제술로 치료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한 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두근거림이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가 아니라 심장의 전기신호 이상에서 비롯된 심방세동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심방세동이란 심방에서 300회 이상의 빠르고 불규칙한 전기적 신호가 발생해 효과적인 심방의 수축 대신 잔떨림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방세동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약 2.2%, 60세 이상 인구의 약 5.7%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부정맥이다. 그러나 합병증의 위험성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방치되거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 중 하나이다.

심방세동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방(심장에 있는 네 개의 방 가운데 위쪽에 있는 좌우 두 개)에서 발생하는 빠른 전기적 활성과 무수축에 가까운 상태가 발작적으로 발생하거나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세 가지 주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첫째, 심방의 변성과 빈맥(빠른 맥박)으로 인해 심장 기능 자체가 저하되면서 심부전이 진행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서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부전의 급성 악화는 입원율과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둘째, 무수축에 가까운 잔떨림 상태가 지속되면 심방 내 혈류가 정체돼 혈전(피떡)이 형성되기 쉬워진다. 혈전이 떨어져 나와 좌심방, 좌심실, 대동맥을 거쳐 경동맥으로 이동하게 되면, 넓은 범위의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심방세동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본래 심장박동을 조율하는 동방결절의 기능이 떨어지고 서맥(느린 맥박)이 진행된다. 심한 경우 체내에 심박동기(심방 또는 심실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인위적으로 율동을 만들어내는 장비) 삽입이 필요한 동기능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방세동은 하나의 원인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당뇨, 음주, 흡연, 비만, 약물, 수면 무호흡증 및 유전적 요소 등이 원인이 되며, 이러한 위험 인자에 의해 심방이 점차 팽창하고, 그로 인해 굳어지는 섬유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심방세동이 발생한다. 심방세동의 대표적인 증상은 두근거림이다.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뛰거나 과로, 음주 등에 의해 증상이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도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참,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심방세동은 무증상인 경우도 많다. 무증상인 경우에는 앞서 말한 뇌경색, 서맥 등 심각한 합병증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심방세동의 진단은 심전도(EKG)를 통해 이루어진다. 심방세동이 있을 경우 심방의 전기적 신호인 작은 파형(P파)은 작아지거나 거의 보이지 않으며, 심실의 전기적 신호인 큰 파형(QRS파)은 불규칙한 간격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특징을 지닌 심전도를 확보하면 심방세동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심방세동 진단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심전도 검사는 심방세동이 발생한 상태에서 시행돼야 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을 때 검사를 받으면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실제로 심방세동을 경험한 환자라도, 증상이 사라진 상태에서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심방세동이 의심된다면 증상이 나타날 때 심전도를 촬영하거나 일상생활 심방세동을 감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24시간 이상의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를 하는 방법이 있다. 보통 24시간 하루만으로는 부족하고 3일 이상의 심전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스마트 워치의 심전도 감시 기능을 통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심방세동의 단서를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만 스마트 워치의 성능이 의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므로, 심방세동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부정맥 표시만으로 심방세동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심방세동을 적시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증상이 있거나 의심될 때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심방세동은 완치가 아닌 적절한 관리가 치료의 목적인 만성 질환으로, 원인인 고혈압, 당뇨, 음주, 흡연, 비만, 약물, 수면무호흡증 등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관리만으로도 재발률을 낮추고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가장 중요한 약물적 치료 중 하나는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복용이다. 심방세동 환자에게 적절한 항응고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사항이 많고, 출혈 위험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과 진료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
심방세동의 빠르고 불규칙한 신호와 맥박을 바로잡아 정상 심장박동으로 회복시키는 치료 역시 중요한 치료법 중 하나다. 약물로는 맥박수를 조절하거나 항부정맥제를 통해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는 시도가 가능하다. 수술이나 시술을 통한 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심방세동은 보통 좌심방과 연결된 폐정맥 주위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 부위를 전기적으로 차단하면 심방세동 발생을 줄이거나 방지할 수 있다. 시술에는 고주파로 열을 가해 심방세동 발생 조직을 절제하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냉각에너지를 활용하는 냉각풍선 절제술 등이 있다. 최근에는 짧고 강한 전기적 신호인 펄스를 이용해 주변 조직은 보존하면서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펄스장 절제술이 주목받고 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이효진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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